고금리 장기화 의지…“섣부른 금리 인하 부동산 가격만 올려”
금통위원 6명 중 4명 ‘추가 인상’ 열어둬…시장선 “인상 끝나”
소비 둔화·성장 부진 등 고려 내년 하반기 인하 논의 시작될 듯
경기 좋지 않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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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며 동결 기조 속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경기가 좋지 않지만 아직은 물가를 우선에 두고 통화정책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긴축 유지 기간에 대해 “현실적으로 6개월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고, “섣불리 부양을 하다 보면 오히려 부동산 가격만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30일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긴축 기조의 유지 기간에 대해 지난 10월까지 ‘상당 기간’으로 표현했다가 이번에는 ‘충분히 장기간’으로 문구를 변경한 것이다. 통상 상당 기간을 시장에서는 6개월 정도로 해석한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2%대 목표 수준을 충분히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 충분히 오랫동안 긴축 기조를 가져가기 위해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문장을 피했다”면서 “저는 현실적으로 지금 상황에서 보면 6개월보다 더 될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한은은 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4%에서 2.6%로 올려 잡았다. 내수 부진으로 수요 측면에서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누적된 비용 상승 압력 등이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 수준에 도달하는 시점도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쯤이 될 것으로 봤다. 물가가 더디게 떨어지는 만큼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시장의 기대 심리를 관리해 긴축 효과를 길게 끌고 갈 필요가 커진 셈이다.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보면서도 이 총재는 금리 인하 등을 통한 경기 부양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는 섣불리 경기를 부양하다 보면 부동산 가격만 올릴 수 있고 중장기 문제가 더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고물가·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성장률이 낮아서 부양하고 금리도 낮추고 하는 게 바람직하냐 하면 제 대답은 아니다”라면서 “어려운 계층은 재정정책을 통해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아직 안심할 단계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4명은 앞으로 상황에 따라 3.75%까지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나머지 금통위원 2명은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10월 금통위에서 5명의 위원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던 것과 비교하면 1명의 위원이 다소 완화된 입장으로 변했다. 또 10월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던 금통위원 1명은 이날 해당 발언을 철회했다.
금통위는 여전히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지만, 채권시장 등에서는 사실상 인상 사이클은 마무리됐다고 보고 있다. 대신 한은의 긴축 장기화 표현을 감안해 금리 인하 시기는 내년 하반기에나 논의가 나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소비 둔화 속 성장 부진이 가시화되고 그에 따른 물가 안정세도 나타나는 내년 3분기 이후 한은의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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