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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연재] 인터풋볼 '최인영 칼럼'

[최인영 칼럼] 축구를 쉽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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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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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골키퍼는 이제 더 이상 기피 포지션이 아니다. 그만큼 현대 축구에 있어서 중요한 포지션이지만 우리는 골키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인터풋볼'이 준비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월드컵 최초의 무실점 경기 골키퍼이자, 골키퍼의 스타플레이어 시대를 열었던 '레전드' 최인영이 차원이 다른 축구 이야기를 들려준다. [편집자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최근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에서 싱가포르에 5-0 대승을 거둔 뒤 중국 원정에서도 3-0 완승했다. 이에 많은 축구 팬들은 아시아 내에서 한국이 최강국이라면서 "축구가 참 쉽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보기에는 쉽지만, 사실은 쉬운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축구의 수준이 싱가포르나 중국보다는 한 수 위인 것을 증명해 준 경기라고 평가한다.

모든 지도자는 "축구를 쉽게 하라"고 주문하지만 쉽게 하는 축구가 사실은 정말로 어렵다. 왜냐하면 사실 쉽게 축구를 하려면 상대보다 기술면에서도 앞서야 하고 또한 전술 적에서도 상대보다 우월해야 한다. 특히 시야에 볼이 오기 전에 수비수의 행동이나 위치를 미리 파악하고 대처하는 볼 컨트롤(퍼스트 터치)을 잘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축구는 패스만 잘해서도 안 되고 드리블만 잘해서도 안 된다. 때로는 패스로 때로는 드리블로 상대를 파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지도자는 드리블보다는 패스를 먼저 하라고 한다. 왜냐하면 수비지역에서나 미드필드 지역에서는 드리블을 해 상대를 제친다 해도 좋은 기회를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드리블해야만 하는 상황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공격수가 슈팅 기회를 만들 때, 두 번째는 측면에서 크로스를 하기 위해서 1:1 드리블을 시도할 때다. 또한, 볼을 받았는데 주변에 패스할 선수가 없을 때는 드리블로 시간을 지연하면서 우리 측 선수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기다려도 어려운 경우에는 터치아웃을 유도하여 우리 측 공격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축구를 쉽게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필자가 한 가지 해답을 줄 수가 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 예선을 통과하고 출정식을 위한 마지막 평가전이 있었다. 러시아의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팀을 초청하여 첫 경기는 수원에서 펼쳐졌는데 0-1로 패하고 이틀 뒤 전주에서 2차전을 가졌다. 시차 적응을 마친 모스크바 팀에 1-4로 크게 패했다.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끼리 한 대화가 충격적이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볼을 뺏으러 가면 패스를 하고 기다리면 치고 들어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더라"라고 말하면서 축구에서 한 수 위면 절대로 상대를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그만큼 쉽게 축구를 하는 것이 상대를 무너트리기 쉽다는 것을 알았다. 쉽게 축구를 하려면 수준이 아주 높아야 한다.

첫 번째는 퍼스트 터치(볼 컨트롤)다. 아무리 강한 패스가 와도 정확한 컨트롤을 하게 되면 수비가 절대로 달려들지 못한다.

두 번째는 시야 확보이다. 볼이 오기 전에 주변을 살피고 상대 수비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우리 팀 선수의 위치를 미리 확인하여 볼을 컨트롤해야 하며 이렇게 하면 수비수가 볼을 빼앗기 힘들기 때문이다. 축구를 쉽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볼 컨트롤 연습과 볼이 오기 전에 미리 뒤와 주변을 살피는 훈련이 필요하다.

많은 훈련으로 쉬운 축구를 하면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글=최인영(1994년 미국 월드컵 국가대표 골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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