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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2년 만에 우승 이끌고도 한숨 "화성을 더 강철 같은 팀으로 만들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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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철 감독, '10년 수석코치' 노하우로 원팀 이끌어

화성FC, 올 시즌 우승에도 불구하고 다음 시즌 감독 공모 중

뉴스1

강철 화성FC 감독이 24일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26/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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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부임 2년 만에 K3 화성FC를 우승으로 이끈 강철 감독이 "화성을 더 강철 같은 팀으로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그의 표정은 복잡했다. 거둔 성과를 생각하면 이 겨울이 따뜻해야 마땅한데, 강철 감독은 좀처럼 웃을 수 없다.

강 감독은 지난 2022년 화성의 지휘봉을 잡았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포항 스틸러스, FC서울, 옌볜 푸더(중국), 대전 하나시티즌을 거치며 10년 동안 수석코치를 지내다 처음 사령탑을 지내게 된 것.

첫 감독이었지만 긴 수석코치 생활로 내공이 다져진 강 감독은 거침이 없었다. 부임 전 12위에 머물던 화성을 첫해 6위까지 끌어올렸고, 2년 차인 올해엔 K3 최다인 17경기 무패 기록과 함께 17승9무2패(승점 60)의 압도적 성적으로 팀을 리그 정상에 올려놓았다.

강 감독이 수석코치가 아닌 사령탑으로서 충분한 능력이 있음이 입증된 순간이자 화성이 2013년 K3 챌린저스리그와 2019년 K3 어드밴스에 이어 세 번째 트로피를 잡으면서 K3 강자로 우뚝 선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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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K3 화성FC 감독(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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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과 마주 앉은 강 감독은 "다 선수들이 잘 해준 덕이다. 주인공은 선수들"이라며 공을 돌렸지만, 화성의 이번 시즌 우승 동력에는 강 감독의 지분이 크다는 것이 축구인들이 공통된 목소리다. 수석코치로 오랜 기간 선수들과 함께 뒹굴며 호흡했던 강 감독은 눈만 봐도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캐치, 팀을 시즌 내내 좋은 분위기로 이끌었다.

강 감독은 "베테랑들과 자주 대화를 하고 미팅을 열어 선수들이 원하는 바를 잘 들어주려 했다. K3는 매 시즌 팀이 새롭게 구성되는 경우가 많아서, 초반부터 원팀으로 끈끈하게 만들고 다같이 잘 융화되는 데 많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세세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강 감독은 "경기에 뛰는 선수들 뿐아니라 많이 못 뛰는 선수들에게도 집중했다"면서 "젊은 선수들도 발전이 보이면 리저브에 넣어서 10~15분이라도 꼭 뛰게 했다. 그런 덕분에 팀 전체가 다같이 동기부여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수석코치 꼬리표를 떼고 감독으로서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는 점은 강 감독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그는 "우승 후 트로피를 들어 올리니 기분이 이상하더라. 수석코치 때는 공식 석상에서 내 손으로 트로피를 들어올릴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내 팀'을 우승시켰다는 생각에 자부심도 생기고 더 행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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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FC(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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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화성은 성적뿐 아니라 흥행도 대박이 났다.

올해 화성의 홈경기 평균 관중수는 1761명이다. 평균 500명 정도가 찾는 K3의 평균 수준을 생각하면 고무적 성과다. 당연히 3리그 홈 평균 최다 관중이다. 올해 화성은 구단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성과를 모두 이룬 셈이다.

강 감독은 "구단의 많은 분들이 함께 만든 성과다. 홈에서는 무조건 이기는 축구를 강조하고, 골을 넣기 위해 라인을 올렸던 게 도움이 된 것 같다"면서 웃었다.

이번 시즌 화성은 리그 최연소 실점인 21골만 내줬을 만큼 '짠물 수비'를 보였지만, 홈에서 만큼은 과감한 공격 축구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안방에선 후반 추가시간 극장골을 넣는 등 극적 승부를 벌인 경기도 유독 많았다.

강 감독은 "우리 구단은 경기 종료 후 팬들이 모두 그라운드에 내려와서 선수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다. 그때 팬들이 종종 내게 와서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주셔서 고맙다'고 하더라. 지난 경기가 재미있어서 또 찾아왔다는 팬도 있었다. 우승만큼이나 뿌듯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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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화성FC 감독이 24일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26/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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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최고의 한 해를 보냈음에도 강 감독의 머리는 여전히 복잡하다. 거취가 불분명한 까닭이다.

화성은 이번 시즌 우승을 거두고도 다음 시즌 감독직 자리를 공개 모집 중인 상태다.

강 감독은 현재 팀의 감독이면서도 지원서를 넣을 수밖에 없는 다소 당혹스러운 상황이며, 그래서 강 감독이 아직 다음 시즌 지휘봉을 계속 쥘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심지어 차기 감독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다음 시즌 선수 영입을 위한 테스트가 열린다. 강 감독은 테스트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다. 동계 훈련 등 다음 시즌 준비에도 자연히 차질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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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화성FC 감독이 24일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26/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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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감독은 "이번 시즌 함께 고생하고 좋은 축구를 보여준 선수들에게 '다음 시즌도 내가 책임지고 데려가겠다'고 했다. 물론 각자의 사정으로 팀을 떠나려는 선수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들과 약속을 한 셈인데 (내 처지가 이렇게 돼)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또 당혹스럽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고 마냥 한숨만 내쉬고 앉아있을 수는 없다. 강 감독은 화성이라는 팀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번 겨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의 구성과 분위기가 연속성을 갖고 내년에 이어지면 더 강하고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다. 이번 시즌 우승했지만 그건 이미 과거가 됐고, 이제 더 밝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더욱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시기"라면서 "화성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에,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도 속 타는 겨울을 맞이하게 된 강철 감독. 머릿속은 올해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 화려한 '화성의 봄'을 준비하고 있으나 당황스럽게도 밑그림 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다. 더 강철 같은 팀으로 거듭나려 하는 화성의 2024년에 강철 감독은 함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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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화성FC 감독이 24일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26/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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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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