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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인터뷰]박진표 감독 "모든 소시민을 응원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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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용감한 시민'으로 8년 만에 복귀

'너는 내 운명' 멜로 전문가 코믹·액션으로

"난 언제나 벼랑 끝에 선 이들에 관해 말해"

"학폭 피해자 작게 나마 위로하고 싶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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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너는 내 운명'(2005) '내 사랑 내 곁에'(2009) 그리고 전작인 '오늘의 연애'(2015)까지. 박진표(57)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언뜻 로맨스 영화로 채워져 있는 듯하다. 따지고 보면 데뷔작인 다큐멘터리 영화 '죽어도 좋아!'(2002) 역시 멜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박 감독이 8년만에 내놓은 새 영화 '용감한 시민'은 전작들과 연결점이 전혀 없어 보인다. 학교 폭력이 소재인 이 영화는 굳이 따지자면 코믹 액션에 가깝다. 메시지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점 또한 다르다면 다른 부분이다. 그러나 박 감독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장르가 다를 순 있어도 전에 해본 적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한 건 아니다"는 얘기였다. '용감한 시민' 공개를 앞두고 박 감독을 만났다. 그는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이야기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변한 적이 없다고 했다.

"영화를 만들기 전에 장르를 먼저 생각하는 감독이 있을 것이고, 이야기를 먼저 생각하는 감독이 있을 겁니다. 전 후자죠. 저는 언제나 절벽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끌렸어요. 그 외피가 로맨스가 됐다가 스릴러가 되기도 했던 거죠. 장르로 생각하지 말고 이야기를 한 번 생각해보십쇼. '죽어도 좋아!' '너는 내 운명' '그놈 목소리' '내 사랑 내 곁에' 다 벼랑 끝에 있는 인물에 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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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 말처럼 '용감한 시민' 역시 큰 위기를 맞닥뜨린 사람에 대해 말한다. 학교 폭력 피해자들. 이 영화는 기간제 교사 '소시민'(신혜선)이 학교 내에서 무소불위 권력을 갖고 안하무인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 '한수강'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당연히 한수강 일당에게 지독한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도 등장한다. '용감한 시민'은 소시민의 활약상을 코믹한 터치로 그려내는 동시에 학교 폭력 피해자인 '진형'(박정우)을 진지하게 위로하고 지지하고 응원한다. 박 감독은 "학폭 피해자들의 마음을 저희가 다 헤아릴 수도 없고 감히 그들을 위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들을 안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 작게나마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학교 폭력 피해자 뿐만이 아닙니다. 저희 영화엔 모든 소시민을 응원하는 마음이 담겼어요. 진형이와 함께 시민이도 지지하는 겁니다. 현실이라는 게 얼마나 지독해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런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 피하고 싶어하죠. 시민이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가 용기를 내죠. 우리 모두 마음엔 히어로가 하나씩 숨어 있잖아요."

박 감독은 이런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 축복해주고 싶은 마음이 바로 자꾸만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는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김정현 작가가 2014년에 내놓은 웹툰이 원작인 이 영화엔 만화엔 없는 장면이 하나 있다. 시민과 수강이 최후의 대결을 펼치는 장면에서 학교 학생들이 모두 시민을 상징하는 고양이 가면을 쓰고 '우리가 고양이다'라는 응원 문구를 내거는 시퀀스다. 박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우리가 모두 한마음이라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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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시민'이 이야기 측면에서 박 감독 작품 세계를 벗어나지 않는 건 맞지만, 연출 측면에선 분명 새로운 부분이 있었다. 바로 액션이다. 앞서 그가 만든 장편 영화 6편엔 액션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 영화는 시민이 복싱 국가대표를 눈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전직 복서였다는 설정에 더해 이런 능력을 활용해 수강에게 맞서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용감한 시민'에선 꽤나 많은 액션 장면을 볼 수 있다. 박 감독은 자신을 "초보 액션 감독"이라고 낮추며 "초보라서 자꾸만 욕심이 생겨서 배우들을 괴롭히고 무술감독을 괴롭히면서 액션 시퀀스를 완성했다"고 했다.

"저희 배우들이 액션 연기를 참 잘했어요. 그렇게 잘하는 모습을 보니까 더 욕심이 생기는 겁니다. 뭔가 더 좋은 게 나올 것 같은 거죠. 이게 다 처음 해봐서 그런 거예요. 제가 욕심을 부리면 배우나 스태프들이 힘든데 저 역시 힘들더라고요. 회의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내려놓게 됐어요. 저를 컨트롤 하게 된 거죠. 배우와 무술감독이 워낙 잘하니까 전 그냥 좋다, 나쁘다만 판단해주면 되는 거였어요."

대신 박 감독은 시민의 액션에 최대한 통쾌함을 담아내려고 했다. 시민이 수강을 일벌백계 할 때 타격감을 높이기 위해 촘촘하게 감정을 쌓아 올리는 게 목표였다. 그는 "액션 자체에 힘을 쏟는다고 통쾌함 혹은 타격감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시민과 수강이 충돌하기 전까지 감정을 잘 만들어 놔야 시민이 보여주는 내려 찍는 발차기 한 방이 힘을 발휘할 거라고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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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후반에 쉴 새 없이 작품을 내놓던 것과 달리 박 감독은 2010년대 이후엔 작품수가 확연히 줄었다. '죽어도 좋아!'부터 '내 사랑 내 곁에'까지 5편이 7년 사이에 나왔던 것과 달리 '내 사랑 내 곁에'에서 '오늘의 연애'로 넘어갈 때 6년, '오늘의 연애'에서 신작 '용감한 시민'까지는 8년이 걸렸다. 물론 기획과 제작을 맡아 일했고, 영화라는 게 으레 그렇듯 준비 중이던 작품이 엎어지기도 하면서 시간이 흘렀다. 박 감독은 "그간 2~3개 작품을 한꺼번에 준비를 해왔고, 이제 '용감한 시민'이 공개되면서 하나씩 결실을 맺는 것 같다"고 했다.

"당연히 저도 빨리 내놓고 싶습니다.(웃음) 앞으로 더 열심히 해볼 생각이에요.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서 더 소통하고 싶거든요. 꼭 영화만 고집하는 건 아니에요. 드라마 시리즈 제안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저도 시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야죠."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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