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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세계에서 가장 운 나쁜 증시? 美금리·中경제 영향 다 받는 곳 [차이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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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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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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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글로벌 주요 증시 중 수익률 꼴등은 홍콩증시다. 올들어 미국 나스닥 시장이 29% 상승하고 일본 닛케이지수가 25% 오르는 동안, 홍콩 항셍지수는 오히려 12% 하락했다.

반면 비구이위안, 헝다 등 부동산개발업체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중국 증시는 의외로 잘 버티고 있다. 올해 상하이지수의 하락폭은 2%가 채 되지 않는다. 경기 둔화와 부동산 침체로 올해 성장률 목표(약 5%) 달성이 위태로운 중국 증시는 3000선대 중반에서 지지되고 있는데, 왜 홍콩증시만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걸까.

특히 알리바바·텐센트 등 중국 인터넷 기업이 주로 포함된 항셍테크지수는 2021년 기록한 최고치 대비 3분의 1토막으로 떨어지는 등 초토화됐다. 국내에서도 홍콩 항셍테크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한 투자자가 적잖게 있지만, 지금은 끝없는 하락에 자포자기한 상태다.

왜 홍콩증시는 수익률 꼴등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는지 살펴보자.


中경기둔화와 美금리인상 영향 동시에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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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홍콩 항셍지수(HSI)는 약 12% 떨어지며 4년 연속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장 기준 항셍지수는 2021년 2월 기록한 고점 대비 43% 하락했다. 알리바바·텐센트 등 중국 인터넷기업이 주로 포함된 항셍테크지수(HSTECH)는 2021년 고점 대비 66% 폭락했다.

홍콩 증시가 이처럼 지지부진한 이유는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영향을 동시에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운이 나쁜 증시라고 해도 될 정도다.

중국 본토 증시는 중국 경기 둔화 영향은 받을지언정,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영향은 직접적으로 받지 않는다. 중국은 자본계정을 개방하지 않았기 때문에 글로벌 유동성의 영향은 제한적으로 받기 때문이다. 올들어 중국 인민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하면서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를 1년물은 3.45%, 5년물은 4.2%로 낮췄다.

반면 홍콩은 행정적으로는 중국에 속하지만, 역외 금융시장으로서 홍콩 금융관리국(HKMA·Hong Kong Monetary Authority)이 독자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홍콩 당국은 홍콩달러(HKD) 가치를 미 달러화(USD)에 고정하는 페그제(고정환율제)를 시행 중이며 금리도 미국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5.75%로 올렸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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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정부가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인터넷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중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중국 경기가 둔화된 영향도 크다. 현재 홍콩 증시에 상장된 종목은 중국 본토기업이 대부분이다. 홍콩 항셍지수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20개 종목을 살펴봐도 16개 종목이 중국 본토기업이다. 홍콩에 본사가 있는 종목은 HSBC, AIA생명, 홍콩거래소, 선홍카이 등 4개사에 불과하다.

대신 중국 인터넷기업(알리바바·텐센트·메이투안), 중국 금융기업(건설은행·중국평안·공상은행·중국은행) 및 중국 정유기업(중국해양석유·페트로차이나)이 상위 20대 종목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항셍지수 구성 업종을 봐도 중국 기업이 대부분인 금융(33.9%), 인터넷(28.4%) 및 소비(10%) 업종 비중이 모두 72.3%에 달했다. 또한 비구이위안, 헝다 등 중국 부동산개발업체가 대부분 홍콩증시에 상장돼 있는데, 이들 기업의 주가가 급락한 것도 항셍지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홍콩증시는 안에서는 중국 경기 둔화, 밖으로부터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유동성 축소 영향을 동시에 받고 있다.


중국 주식에서 발 빼는 외국인투자자

미중 충돌과 중국 경기둔화로 인해 외국인투자자가 중국 주식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외환 유출입이 까다로운 중국 본토 A주 대신 홍콩증시에서 주로 투자자금을 회수했다. 중국 본토 증시 대신 홍콩 증시가 외국인투자자에게 현금인출기(ATM)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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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 추이/사진=WSJ 홈페이지 캡쳐


이처럼 외국인투자자가 홍콩증시를 떠나면서 시장 유동성이 급감한 건 홍콩증시의 매력도를 낮추는 요인이다. 매수호가와 매도호가 간의 가격차 확대로 거래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면서 지난 2분기 홍콩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16억달러(15조6600억원)로 줄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대신 중국 본토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상회할 정도로 커졌다.

홍콩특별행정구(SAR) 정부도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홍콩 당국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유동성 증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 현행 0.13% 수준인 증권거래세의 삭감·폐지도 검토 대상이다. 지난 8월 중국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현행 0.1%인 증권거래세를 0.05%로 낮추면서 홍콩에서도 거래세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또한 홍콩거래소는 8급 태풍경보 또는 기상이변 경보가 발효되면 증시를 휴장해왔으나 앞으로는 태풍이 불어도 증시를 정상 개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경우 홍콩거래소가 휴장하면 중단됐던 후강퉁(홍콩↔상하이), 선강퉁(홍콩↔선전)을 통한 중국 본토 주식 거래도 앞으로는 좀 더 수월해질 전망이다.

태풍이 불어도 앞으로는 증시를 열겠다는 홍콩 증시의 유동성 확대 방안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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