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모 신문에서 처음 삼성 라이온즈의 새 단장으로 이종열 해설위원을 선임한다고 했을 때 기자의 머릿속을 스쳐 간 것은 “삼성이 갈 데까지 갔구나”였다. LG맨 영입이 긍정적일 수도 있으나 명문 삼성의 정체성 실종이다.
이종열 단장은 LG맨이다. 삼성 야구단 수뇌부에서 오죽했으면 LG맨을 받아들였까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신임 단장은 푸른 왕조를 재건하겠다는 일성을 외쳤지만 야구가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방송해설자들은 말을 잘한다.
현 KBO리그 시스템도 재정적인 뒷받침이 안 되면 한국시리즈 우승은 어렵다. 삼성은 2015년 정규시즌 우승을 마지막으로 급격히 내림세로 접어들었다. 2021년 잠시 반등한 게 전부다. 야구인들은 제일기획이 야구단을 관리하면서부터 삼성 야구가 추락의 길을 걸었다고 판단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야구단에 적극적인 관심이 멀어지기 시작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삼성에서 그동안 프런트맨에 ‘외부 수혈’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사실 전임 단장은 야구단 운영과는 거리가 먼 마케팅 부서 출신이었다. 야구 잘 모른다. 검찰청에 근무한다고 모두 검사가 아니다. 야구단에서 오래 근무해 서당개 3년으로 단장까지 오른 입지적 인물이다.
박진만 감독을 영입할 때 주문이 훈련이었다. 박 감독은 현대 김재박 감독 밑에서 야구를 배운 유격수다. 플로리다주 브랜든턴 캠프를 해마다 방문했지만 현대는 훈련을 오래 하지 않는 팀이었다. 김 전 감독은 훈련 지상주의자가 아니었다. 매우 합리적인 야구인이다. 현 LG 염경엽 감독은 현대 출신으로 김 전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 자신이 강훈련의 피해자도 아닌데 왜 삼성에 가서 갑자기 태도가 바뀌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추후에 알게 됐다. 야구를 모르는 사람은 훈련이면 잘될 것으로 굳게 믿는다.
명문이었던 삼성은 뭐가 부족해서 전 LG맨을 영입했을까. 현 체제에서는 예전처럼 돈을 마음대로 써서 최고위직이 “우승 한번 해보지”라는 시대는 지났다. 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한껏 돈을 쓸 형편이 되지 않는다. 선수 출신의 단장으로 돈쓰지 않고 드래프트와 육성을 통해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자는 해결책으로 보인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렇다면 삼성의 정체성은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하다. LG의 길을 답습하려는지 다소 걱정이 된다. 올해 LG는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무려 29년이 소요됐다. 그동안 LG는 갈지자 행보로 일관했다. 구단주의 일관성없는 정책으로 가장 피해를 본 게 사장을 포함한 프런트 간부들이었다.
신인이 한 해 반짝 기량을 발휘했다고 연봉을 기준 없이 무한정으로 올려주기도 했다. 구단주가 야구 경기에 사사건건 간섭해 오너 리스크도 따라다녔다. 정체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KBO 족보에서 사라진 현대 따라 하기에 바빴다. 김재박 감독, 프런트 운영부장, 스카우트 부장 등이 현대맨들이었다. 결국 실패했다.
1994년 LG 우승 멤버이며 불펜투수, 코치 경험을 쌓은 차명석 씨가 단장으로 영입되면서 겨우 중심을 잡았다. 올해 포함한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의 공은 차명석 단장에게 돌려도 무관하다.
이종열 단장은 프런트 업무가 처음이다. KBO리그는 MLB와 비교해 매우 작은 집단이다. MLB에도 코치, 감독은 일선 경험 없이 그 직책에 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제네럴매니저는 다르다. 단계를 거친다. 현재 동부 아이비리그 출신의 GM들이 MLB에 다수다. 그들도 대학 다닐 때 야구를 했고(실력은 보잘것없지만) 구단 인턴십부터 거쳐 능력을 인정받는다. 호주머니의 송곳은 튀어나오게 마련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그동안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던 LG가 포스트시즌에 자주 진출해서일까. KIA, 삼성에서 LG맨을 단장으로 영입했다는 점이다. LG 전성시대인가.
moonsy1028@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