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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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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상금 대회 열렸는데 어수선한 KPGA, 왜?[SS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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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구자철 KPGA(한국프로골프)회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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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송도=장강훈기자] 어수선하다. 전전긍긍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상 대선 국면에 접어든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얘기다.

KPGA는 40여일 후에 차기 회장 선거를 치른다. KPGA 구자철 회장이 당선된 게 2019년 11월 26일이고,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연임 의사는 일찌감치 드러냈다.

시즌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구 회장은 “지난 3년간 KPGA는 외형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올해 역대 최대인 25개 대회 총상금 250억원 이상 규모로 코리안투어를 치른다. 외적 성장을 일궈냈으니, 연임하면 내실을 다지는 데 힘쓸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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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우리금융챔피언십은 첫 대회였는데도 많은 갤러리가 참여해 응원 열기를 뽐냈다. 사진제공 |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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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5개 대회였던 코리안투어는 구 회장 체제 직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2020년 11개 대회로 축소됐다가 2021년 17개 대회 지난해 21개 대회로 증가했다. 코로나19 기간에 골프에 MZ세대가 폭발적으로 유입된 게 기업들의 구미를 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높은 그린피와 골프클럽 수급난 등으로 인기가 시들해졌고 애초 25개 대회로 코리안투어를 치를 예정이던 코리안투어는 22개로 시즌을 마치게 됐다. 3개 대회가 코스 사정 등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취소됐다.

때문에 “임기 마지막 해에 치적을 강조하기 위해 대회 규모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골프존카운티 영암45에서 열릴 예정이던 메뉴톡 코스모스링스 오픈은 개막 2주를 앞두고 기습 발표해 선수들의 공분을 샀다.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가 종료된 직후 문자메시지로 전달해 일부 선수는 격앙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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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K에서 열린 코리아 챔피언십 최종라운드를 찾은 갤러리들이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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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링스는 지난달 치른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 때 프로 대회를 치를 수 없는 곳이라는 게 드러났다. 코스의 기본인 배수가 안돼 파행운영했다. 메뉴톡 대회까지 한 달 여 시간이 있었지만, 대체 코스를 마련하지 않고 취소를 결정했다.

협회 측에서는 “코스모스링스 측에서 파격적인 조건에 대회장을 제공해줬다.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 때 선수들이 ‘대회를 하면 안 되는 곳’이라고 클레임을 걸어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싼 맛에 덜컥 계약을 체결해놓고 문제가 불거지니 선수 탓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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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 구자철 회장(왼쪽)이 DP월드투어 벤 코웬 토너먼트 비즈니스 책임자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 | DP월드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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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경영진을 사실상 구 회장 주변 인물로 채우다 보니 회장의 치적을 포장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스포츠단체장은 기업 총수와는 성격이 다른데, 구 회장은 선수들을 자사 직원 다루듯 한다는 볼멘소리도 있다. 코스 상태나 대회 운영 등에 관해 선수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는데, 구 회장이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반박하거나 비꼬는 투로 게시물을 올려 공분을 사기도 했다.

특히 최근 터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비롯해 정치적 의견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건 스포츠단체장으로서 부적절한 언사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스포츠단체장이 정치색을 드러내는 건 매우 위험한 행위다. 종목 전체가 정파적 논쟁에 끌려들어 갈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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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 코리안투어 데뷔를 앞둔 장유빈(왼쪽)과 조우영이 2일 페럼클럽에서 열린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을 앞두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깨물고 있다. 사진 |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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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회장이 커미셔너로서 고민해야 할 것은 정치적 신념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빼어난 선수가 꾸준히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더 큰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골프를 ‘참여’가 아닌 ‘관전스포츠’로 탈바꿈시킬 방법을 찾는 것 또한 커미셔너의 역할이다. 프로스포츠는 팬을 빼놓고는 성립할 수 없다.

매주 프로암대회에서 70대 타수를 적은 것을 자랑할 게 아니라, 프로암대회를 치른 골프장에서 KPGA 선수들이 마음껏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커미셔너의 역할이다. 코스가 어렵다고 투정 부릴 게 아니라 ‘프로 선수가 존경받는 문화 조성’에 힘써도 4년 임기는 모자란 시간이다. 커미셔너는 대장놀이를 위해 있는 자리가 아니다.

“영향력 있는 분이 협회를 맡아 제대로 운영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협회 내부의 목소리를 새겨야 할 때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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