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F-16 전투기/AFPBBNews=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 전투기가 시리아 영공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인 튀르키예 드론(무인기)을 격추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스웨덴 나토 가입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 양국 사이의 긴장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5일(이하 각 현지시간) 언론브리핑에서 이날 오전 11시40분쯤 시리아 하사카 인근에서 미군 F-16 전투기가 튀르키예의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오전 7시30분 공습 임무를 수행하는 드론을 목격했다. 이후 퇴거했던 드론은 오전 11시30분 미군 기지 인근 작전제한구역(ROZ)에 재진입했다.
튀르키예 드론은 현지 미군 부대로부터 500m도 채 안 되는 거리까지 접근했으며, 미군 사령관들은 이를 '잠재적 위협'으로 판단해 격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더 대변인은 "분명 유감스러운 사건"이라면서도 "현지 미군 사령관들은 신중한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라이더 대변인은 격추 과정에서 미군 부상자는 없었으며, 튀르키예 측이 고의로 미군 부대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볼 단서는 없다고 덧붙였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과 야사르 귈레르 튀르키예 국방부 장관은 전화통화에서 양국이 계속해서 긴밀하게 공조할 것을 약속했다. 라이더 대변인은 "튀르키예는 여전히 미국의 매우 중요하고 가치 있는 나토 동맹국"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드론 격추 사건으로 쿠르드족을 둘러싼 양국 간 긴장이 심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의 나라 없는 민족'으로 불리는 쿠르드족은 시리아와 튀르키예, 이라크 일대에 거주하며 분리 독립을 추구해 왔다. 이들은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에서 미군의 주요 동맹이지만, 튀르키예는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다.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반대한 이유도 쿠르드족이다. 튀르키예는 스웨덴이 튀르키예 최대 안보 위협 세력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지원한다고 본다. 지금은 PKK 관련자 신병 인도 등을 조건으로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일 튀르키예 의회 개원을 앞두고 수도 앙카라에서 PKK가 자행한 테러 시도가 벌어졌다. 용의자 2명 중 1명은 자폭해 사망했고, 다른 1명은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앙카라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한 것은 2016년 3월 이후 8년여 만이다. PKK는 쿠르드계 매체인 ANF통신에 "우리 불멸 여단 소속 팀이 튀르키예 내무부를 상대로 희생 작전을 벌였다"며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과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튀르키예가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서방과 반(反)서방 사이에서 미묘한 중립 외교를 펼치면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러시아의 전쟁을 지원하는 무더기 제재에 나서면서 '제재 구멍'으로 여겨졌던 튀르키예 기업도 목록에 올렸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