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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아시안게임] 김국영이 흘린 두 번의 눈물, 37년 만의 400m 계주 메달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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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남자 100m 결선서 8위하고 눈물…항저우에선 후배들과 계주 400m 동메달 합작

연합뉴스

동메달 획득한 남자 400m 계주
(항저우=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태극기를 펼치며 기뻐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국영, 이정태, 고승환, 이재성. 2023.10.3 jieunlee@yna.co.kr



(항저우=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국영(32·광주광역시청)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욱상 남자 100m 결선에서 10초26으로, 8명 중 8위에 그친 뒤 눈물을 흘렸다.

"저도 잘하고 싶어서 노력하는데…. 잘되지 않는 게 가장 힘듭니다"라는 말에 취재진도 숙연해졌다.

2023년 10월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주 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400m 계주 결선이 끝난 뒤에도 김국영은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취재진의 기념사진 촬영에 흔쾌하게 응했다.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아시안게임 메달에 도전해온 김국영이 4번째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마침내 성공했다.

한국 남자 단거리 계주팀은 이날 400m 계주 결선에서 이정태(27·안양시청), 김국영, 이재성(22·한국체대), 고승환(26·광주광역시청) 순으로 달려 38초74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3위에 올랐다.

이 종목에 한국이 메달을 딴 건, 1986년 서울 대회에서 3위를 한 이후 무려 37년 만이었다.

경기 뒤 눈시울을 붉힌 김국영은 "마지막 아시안게임이어서 더 감정이 격해졌다. 드디어 내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땄다"며 "한국 신기록도 세우고, 국내 대회에서 우승도 많이 해봤지만, 이 정도 규모의 대회에서 태극기를 휘날린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감격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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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400m 계주, 동메달 획득
(항저우=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김국영(왼쪽부터), 이정태, 고승환, 이재성이 태극기를 펼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10.3 jieunlee@yna.co.kr



첫 메달로 향하는 길에는 암초가 많았다.

김국영은 5월 열린 대표선발전에서 예선과 준결선에는 출전했지만, 결선에는 나서지 못했다.

결국,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 출전이 무산됐다.

상심이 컸지만, 김국영은 "은퇴하기 전 아시안게임 메달 하나는 따야겠다"며 남자 400m 계주팀에 합류했다.

본격적인 계주팀 훈련이 시작되면서 김국영은 '아시아 무대'를 두려워하는 후배들을 격려하며 '한국 신기록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김국영을 제외한 3명은 이번에 처음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2010년부터 4회 연속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세계선수권 5회, 올림픽 1회 등 굵직한 국제 대회에 모두 나선 김국영은 '실패담'도 거리낌 없이 후배들에게 털어놓으며, 국제 무대에 대한 두려움을 빨리 떨쳐내도록 도왔다.

김국영의 항저우 여정은 시상대 위에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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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남자 400m 계주 예선 2위
(항저우=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400m 계주 예선에서 김국영이 달리고 있다. 남자 계주는 38초75로 기록, 전체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2023.10.2 jieunlee@yna.co.kr



공동취재구역에서는 '김국영의 미니 아시안게임 은퇴식'이 벌어졌다.

고승환은 "국영이 형은 경험이 누구보다 많은 스프린터다. 후배들이 배울 점도 많다"며 "이런 부분을 우리가 이어받아서 다시 자라나는 선수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이재성은 "국영이 형과 함께 같은 스타디움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꿈을 꿨는데 현실이 되니 믿기지 않는다. 정말 좋다"고 밝혔다.

이정태는 "모두가 느꼈겠지만, 국영이 형이 없었으면 메달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후배들에게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줬다"며 "국영이 형이 은퇴하지 않고, 계속 같이 뛰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상기된 표정으로 후배들의 말을 듣던 김국영은 "16년째 국가대표로 뛰고 있다. 사실 나는 잘 뛰는 선수가 아닌 운이 좋은 선수다. 세계선수권, 올림픽 등을 경험하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며 "우리 트랙 단거리 후배들은 아직 기록이 나오지 않았을 뿐,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고 더 큰 무대인 파이널리스트까지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덕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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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400m 계주, 동메달
(항저우=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김국영, 고승환, 이정태, 이재성이 기뻐하고 있다. 2023.10.3 jieunlee@yna.co.kr



김국영은 2010년 6월 7일 전국육상선수권 예선에서 10초31를 찍어 고(故) 서말구 교수의 기록(10초34)을 31년 만에 넘어서고, 같은 날 열린 준결선에서 10초23으로 또 한 번 기록을 갈아치운 순간부터 한국 육상 단거리의 '고독한 간판'으로 살았다.

한국 육상 남자 100m 상위 1∼7위(10초07∼10초16) 기록은 모두 김국영이 보유했다. 김국영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11년 연속 연도별 한국 육상 남자 100m 최고 기록을 세우며 '국내 최강' 자리를 지켰다.

여전히 한국 육상 단거리 선수들의 꿈은 '김국영을 넘어서는 것'이다.

하지만, 김국영의 목표는 국내 1위를 유지하는 게 아닌 '은퇴하기 전 100m 9초대 진입'이다.

김국영은 "내가 기준을 높여놓아야 후배들의 목표도 높아진다"고 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김국영은 후배들과 함께 400m 계주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남자 200m에서 4위를 하는 등 아시안게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던 김국영에게 값진 메달 하나가 생겼다.

한국 육상 후배들의 목표도 더 높아졌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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