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트로피를 든 박주영. |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데뷔 14년 만에 279번째 출전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엄마 골퍼 박주영(33)은 "사실 우승하면 은퇴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박주영은 1일 경기도 파주시 서원밸리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대보 하우스디 오픈(총상금 10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3라운드 합계 7언더파 209타로 우승했다.
2010년 데뷔한 이래 준우승만 다섯번 했던 박주영의 첫 우승이다.
그토록 고대했던 우승이었지만 막상 우승하고 나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박주영은 "우승하면 은퇴하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앞으로 투어에서 목표도 달리 없었다"면서 "당장은 우승 기쁨을 만끽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첫 우승을 했으니 두 번째 우승을 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기는 것 같다. 두 번째 우승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추가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 되겠다. 삶의 원동력이 될 것 같다"며 우승을 더 하고 싶다는 욕심을 금세 드러냈다.
지난 2021년 결혼해 작년에 아들을 낳은 엄마 골퍼 박주영은 체력과 집중력에 더 유리한 결혼 전에도 못 했던 우승을 육아와 투어를 병행하면서 해낸 데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아기를 낳고 휴식하는 동안의 (훈련) 공백과 몸의 변화가 큰 핸디캡인데, 희한하게도 그런 핸디캡을 정신력으로 이겨냈다"고 자신을 칭찬했다.
"오랫동안 우승을 못 해서 영영 못 할 줄 알았다"는 박주영은 "살아가면서 우승이라는 게 과연 중요한 것일까 하는 생각까지 하면서 자괴감이 들 때도 있었다"며 그동안 마음고생도 내비쳤다.
그는 "아기만 키우고 골프를 하지 않으면 어떨까 하는 고민도 했었는데, 우승하니깐 내게도 정말 좋은 영향을 미치고, 후배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흐뭇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아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민끽하는 박주영. |
아이를 키우며 프로 골프 선수로 활동하는 박주영은 "(대회 때는) 아기와 떨어져야 한다는 게 제일 마음에 걸렸다"면서 "이번 대회 때는 명절이라 아기 봐주시는 보모가 출근하지 않아서 집에서 왔다 갔다 했다. 이전에는 나만 신경 쓰면 됐지만, 집안일도 해야 하고 아기도 봐야 하고 약간 혼란스럽기도 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연휴 때는 잠깐이라도 아기를 맡겨놓을 수 있는 탁아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출산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지난 4월 기자회견 때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처럼 대회 장소에 탁아소를 마련하는 등 엄마 선수를 배려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힌 바 있다.
"사실 아들은 주로 남편이 키운다"는 박주영은 "남편이 역할을 잘 해줘서 그것을 믿고 내 할 일을 해내고 있다"고 남편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KLPGA투어에서 6승, LPGA투어에서 3승을 거둔 언니 박희영과 자주 연락을 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많은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박주영은 "언니가 정신적 버팀목이 되긴 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은 남의 경험이 내가 해보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설명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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