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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2-0 완승' 권순우, 비매너 논란 딛고 男 복식 4강…金 희망 키웠다 [항저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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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악수 거부와 라켓 파손으로 '비매너 논란'에 휩싸였던 한국 남자 테니스의 간판 권순우(세계랭킹 112위)가 남자 복식에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일본과 복식 경기에서 빼어난 플레이를 선보이고 생애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권순우는 홍성찬과 호흡을 맞춰 27일 오후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테니스장(Hangzhou Olympic Sports Centre Tennis Centre)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복식 준준결승에서 일본의 하자와 신지-우에스기 가이토 조를 1시간 9분 끝에 2-0(6-2 6-4)으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이날 객관적인 전력에서 일본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랭킹에서 권순우가 112위, 홍성찬이 195위로 아시아 남자 선수 중에서는 높은 편이지만 하자와는 549위, 우에스기는 1082위로 우리보다 한 수 아래 기량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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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홍성찬은 1세트 시작 후 일본에 1-2로 끌려가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빠르게 균형을 맞췄다. 4-2로 역전에 성공한 뒤 리드를 뺏기지 않고 일본을 거세게 몰아붙인 끝에 6-2로 1세트를 따내고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도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됐다. 권순우-홍성찬은 하자와 신지-우에스기 가이토의 거센 반격에 다소 고전하면서 2점을 먼저 내줬다.

하지만 권순우-홍성찬은 차분하게 플레이를 이어갔다. 3-3 동점 상황에서 승부처 때마다 차곡차곡 점수를 쌓은 끝에 2-0으로 일본을 물리치고 준결승 무대에 안착하게 됐다.

권순우는 올 시즌 부상 복귀 뒤 각종 대회에서 경기력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날 남자 복식 승리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충격적이었 단식 탈락의 아픔을 빠르게 씻어낸 것도 수확이다.

이번 대회 남자 단식 8번 시드인 홍성찬도 지난 26일 베트남의 리 남 호앙을 누르고 8강에 오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세계랭킹과 별개로 일본 테니스 수준이 낮지 않기 때문에 자칫 또 다른 이변의 희생양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기도 했지만 권순우-홍성찬 조는 승리와 함께 금메달을 향한 힘찬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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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는 첫 아시안게임 출전이었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으며 고개를 숙였다. 금메달이 유력해 보였던 남자 단식 8강에서 인도의 군네스와란에게 무릎을 꿇으며 금메달 도전이 좌절됐다. 남자 복식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중국의 공 마오신-장 제를 상대로 16강에서 패하며 빈손으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마감했다.

권순우는 이후 5년간 절치부심하며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준비했다. 지난 1월 ATP투어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 우승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지난 2월 오른쪽 어깨 부상으로 좋았던 컨디션이 주춤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직전까지 100%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대회 개막 후 다소 고전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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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는 당초 항저우 아시안게임 테니스 종목에서 3개의 금메달 획득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간판스타 권순우가 지난 25일 남자 단식에서 세계랭킹 636위 태국의 카시디트 삼레즈에게 1-2로 패하는 이변의 희생양이 되며 테니스는 이번 대회에서 일단 좋지 못한 출발을 끊은 상태다.

권순우의 단식 패배보다 더 큰 논란이 된 건 권순우의 경기 후 행동이었다. 권순우는 남자 단식 탈락이 확정된 뒤 코트를 가로지르며 라켓을 바닥에 강하게 내리치는 과격한 모습을 보였다. 라켓을 코트 내 의자에 치는 행동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삼레즈는 게임이 끝난 뒤 권순우와 악수하기 위해 네트 부근에서 기다렸지만 권순우는 삼레즈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권순우의 돌출 행동은 큰 비판을 받았다. 테니스 종목에서 경기에서 진 선수가 라켓을 내리치며 화풀이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는 있지만 결코 바람직한 행동으로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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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레즈가 1세트 후 10분 넘게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2세트 권순우가 좋은 흐름으로 경기를 펼치고 있을 때 갑자기 인저리 타임을 신청하는 등 권순우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알려졌지만 그렇다고 권순우의 악수 거부와 라켓을 바닥에 내리치며 화를 냈던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국가대표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 항저우를 찾은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도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국제무대이기 때문에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권순우의 행동을 꼬집었다.

권순우는 논란이 커지자 지난 26일 오전 삼레즈를 찾아가 정식으로 사과했다. 삼레즈는 엑스포츠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전날 일에 대해서는 한국 선수(권순우)가 오늘 아침에 내게 찾아와 사과했다.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말하면서 진심으로 사과하겠다고 말했다"며 "그(권순우)의 행동이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나는 (같은 운동선수로서) 그의 기분이 어떨지 알 것 같았다. 짜증이 나는 상황을 이해하고 수긍한다. 나는 괜찮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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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는 일단 남자 복식 8강 승리로 최근 논란에 대한 마음의 짐을 어느 정도 털어 내고 준결승을 준비하게 됐다. 준결승 상대는 8강에서 인도와 맞붙는 중국이 유력하다. 중국을 넘어서야만 자신에게 간절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할 수 있다.

남자 복식은 한국 테니스의 전통적인 아시안게임 효자 종목이다. 지난 1982 뉴델리 대회에서 김춘호-김우룡 조와 송동욱-전영대 조가 결승에서 만나 김춘호-김우룡 조가 금메달을 따낸 적이 있다. 최근 우승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정현-임용규 콤비다.

이어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유진선과 김봉수가 짝을 이뤄 3세트에서 엄청난 듀스 혈투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진선은 남자 복식에서의 우승을 바탕 삼아 서울 아시안게임 4관왕에 올랐다.

한국 테니스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복식의 백다연-정보영 조가 이날 동메달을 확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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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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