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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빠르게 논란은 정리가 됐지만 작금의 상황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만들어놓은 현실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FIFA 랭킹 28위)은 8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웨일스 카디프에 위치한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FIFA 랭킹 35위)와의 A매치 친선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이번 무승부로 대한민국 외국인 감독 역사상 부임 후 무승 기록이 4경기에서 5경기로 바뀌었다. 혹시나했던 걱정은 역시나였다. 유럽 원정을 떠나서 웨일스와 비겼다는 결과 자체는 비판받기 힘든 요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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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원하는 축구가 무엇인지를 이번에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문제다. 방향성이 흔들리는 팀에게 좋은 경기력을 기대할 수는 없다. 웨일스는 최근 12경기에서 1승밖에 거두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매우 안 좋은데 경기력만 본다면 웨일스가 한국보다 더욱 우월했다.
웨일스 선수단 개개인의 능력이 한국 선수들보다 우월해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한국 대표팀에는 2023 발롱도르 최종후보 30인에 포함된 김민재가 돌아왔다. 6월 A매치 기간에는 탈장 수술 여파가 있던 손흥민도 소속팀 토트넘에서 해트트릭을 터트리면서 완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조규성, 황희찬, 홍현석 등 여러 선수들이 각자 소속팀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축구에서 좋은 재료를 조합하는 건 감독의 몫인데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에도 훌륭한 요리사가 아니었다. 선수들끼리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팀으로서의 완성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완성도가 없는 팀을 통해서 방향성을 파악하기란 더 어려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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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스전 졸전 후 클린스만 감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진 가운데 어처구니 없는 논란이 터졌다. 클린스만 감독이 A매치 일정 도중에 자선 경기에 참가한다는 소식이 나온 것이다.
첼시와 바이에른 뮌헨은 9일 3시 15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故 지안루카 비알리를 기리기 위한 자선 경기를 개최하기로 발표했다. 첼시 공식 홈페지이 공개된 경기 참여 명단에서 놀랍게도 뮌헨 레전드에 클린스만 감독 이름이 있었다. 첼시의 발표대로면 클린스만 감독이 뮌헨 레전드로 자선 경기에 참여하는 것이다.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5경기 동안 무능력한 모습만 보여준 감독이 13일에 있을 사우디아라비아전을 준비하지 않고, 자선 경기에 참가한다는 소식에 팬들의 분노는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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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8일 '인터풋볼'에 "사실무근이다. 자선 경기가 열리는 날, 현지시간으로 오후 4시에 대표팀 훈련이 있다. 자선 경기에 가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정이고 초청에 응하시지 않았다. 첼시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건 업데이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며 클린스만 감독이 대표팀에 전념할 것이라고 확인시켜줬다.
대한축구협회가 빠르게 논란을 지우면서 상황은 해결됐지만 이러한 해프닝조차 클린스만 감독이 자초한 일이다. 대표팀 업무를 맡게 된 3월 이후로 클린스만 감독이 워낙에 많은 외부 일정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외부 일정을 비롯한 출장 문제는 클린스만 감독 선임이 발표됐을 당시부터 제일 걱정됐던 부분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과거부터 잦은 해외 출장으로 인해서 논란을 만든 적이 많다. 독일 대표팀을 지휘했을 때도 미국 출장이 너무 잦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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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기자회견에서 "난 한국에서 근무할 것이다. 한국 감독이기에 여기에 머무는 게 당연하다. 한국에서 살면서 문화를 배울 것"이라며 확실하게 자신을 향한 논란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거짓말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지휘봉을 잡게 된 후 한국에 머문 시간보다 미국이나 유럽에 머문 시간이 많다. K리그1과 K리그2를 합쳐서 현장에서 경기를 관람한 건 단 11경기뿐이다. K리그 선수들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됐을 리가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8월 "개인적인 일정으로 아일랜드 더블린에 예전부터 자선사업을 같이하시는 분과의 일정이 있어 일주일가량 다녀왔다.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계약하기 이전에 잡혀있던 일정이었기 때문에 취소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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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해명했지만 논란은 더욱 커졌다. 클린스만 감독의 발언만 본다면 이미 예정된 외부 일정만 소화했다는 식으로 들린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이 소화한 대부분의 외부 일정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게 된 후에 벌어진 일과 관련있는 경우가 더욱 많았다.
클린슴나 감독이 외신과 인터뷰를 진행했던 몇 가지만 추려보면 리오넬 메시의 인터 마이애미로 이적, 해리 케인의 뮌헨으로 이적이다. 두 선수의 이적은 모두 클린스만 감독의 한국 사령탑 선임 이후에 벌어진 일이다. 사전에 약속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의 해명이 더욱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다.
미국 매체인 'ESPN'을 비롯해 수없이 많은 외신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사람이 정작 한국 축구팬들과의 소통은 등한시한 점도 논란이 됐다. 클린스만 감독 이전에는 대표팀 명단이 발표되면 감독이 기자회견을 진행해 선수 발탁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는 자리가 있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9월 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직접 요청해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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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외부 일정만 소화하고, 한국 팬들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졌기에 이번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만약 한국 대표팀에 전념해왔고, 국내에 상주하면서 매주 K리그 현장을 방문했다면 클린스만 감독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첼시나 뮌헨 측에서 잘못된 정보를 내놓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표팀에 헌신하지 않는 것 같은 감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모두가 클린스만 감독의 행보에 분노부터 표출했다. 클린스만 감독이라면 A매치 도중에 외부 일정을 소화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스스로 자초한 현실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흔들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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