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중대재해법? 이제 대형건설사 안심 못한다

부산지방 고용노동청은 지난 11일 부산 연제구 DL이앤씨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29일 DL이앤씨 본사와 현장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기 위해서다.

이로 인해 DL이앤씨가 대형건설사 가운데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월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에 따라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인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DL이앤씨, 중대재해법 처벌되나

중대재해법 시행 뒤 검찰에 송치된 처벌법 위반 사건은 총 66건이며 이 중 20건이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대표이사가 실형 판결을 받은 건은 중소건설사 온유파트너스 대표 A씨가 유일하다. 이른바 10대 건설사들이 포함된 대형 건설사 중에서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회사 대표 등이 처벌을 받은 사례는 전무한 상황이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DL이앤씨 공사현장에서는 작년 4차례 사고가 발생해 5명, 올해는 3차례 발생해 3명이 숨졌다. 무려 8명이나 건설현장에서 사망했고 전체 기업 중 중대재해 발생 1위다.

그동안 대형 건설사 등 건설업계는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최고안전책임자(CSO, Chief Safety Officer)를 따로 선임하며 사고예방에 힘쓸 것을 강조해왔다. 가장 많은 사망사고를 낸 DL이앤씨도 작년 1월 토목과 주택, 플랜트 등 3개 본부장을 최고안전책임자(CSO)로 선임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3명의 CSO에는 마창민 DL이앤씨 대표도 포함돼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건설현장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특히 고용노동부가 DL이앤씨의 5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달 11일부터 약 4주간 감독을 실시하는 중이었던 지난 11일 사망사고가 또 다시 발생했다. 이번 압수수색의 이유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DL이앤씨의 압수수색과 관련 “사안이 엄중한 만큼 압수수색 등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해 철저히 수사하고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지난 18일 주요 건설사 대표이사 등이 참석한 ‘건설업 안전보건리더회의’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재해예방 방법은 기본을 지키는 것”이라며 “자기규율 예방체계는 구축이 아닌 이행이 중요하다. 기본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붕괴사고 등에 대해서는 엄정히 수사해 책임을 묻겠다”며 건설사들에게 경고한 바 있다.

DL이앤씨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대형건설사의 안전불감증?

DL이앤씨뿐만이 아니다. 중대재해법 시행 후 건설현장 사망사고가 발생한 대형 건설사도 대우건설(4명), 현대엔지니어링(3명), SK에코플랜트(2명), GS건설(1명) 등 상당수다.

최근 두 달로 범위를 줄여도 DL이앤씨, 롯데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계룡건설산업 등에서 중대재해가 이어졌다. 계속되는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정규직에 비해 업무 지속성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비정규직 채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사망 근로자는 모두 비정규직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기업인 국내 10대 건설사도 비정규직만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정규직 비율은 포스코이앤씨가 41.46%로 가장 비중이 높고 그 다음이 38.18%에 이르는 대우건설이었다. 또 대우건설은 비정규직 직원이 1년 사이 33.14%에서 38.18%로 늘어나며 증가폭이 대형 건설사 중 가장 컸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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