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스페인 여자 축구대표팀이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이라는 기념비적인 업적을 세웠지만 성추행 이슈에 묻히고 있다.
스페인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 20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사상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전반 28분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한 스페인 풀백 올가 카르모나가 침착하게 반대편 골문을 노린 왼발 슈팅이 낮고 빠르게 골문을 향하면서 잉글랜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25분 미드필더 제니퍼 에르모소가 페널티킥을 실축해 한 골 더 달아날 기회를 놓쳤지만 스페인 여자 대표팀은 카르모나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내면서 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월드컵 챔피언이 된 스페인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곧바로 시상식을 진행했는데, 이때 단상 위에 있던 스페인왕립축구연맹(RFEF) 루이스 루비알레스 회장이 에르모소와 포옹하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잡고 입을 맞췄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입을 맞췄다면 엄연한 성추행이다. 이후 라커룸에서 에르모소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행한 라이브 중 당시 상황과 관련된 질문에 웃으면서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라고 밝히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처음에 루비알레스 회장은 사람들의 반응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는 라디오 마르카와 인터뷰를 통해 "에르모소와 키스? 다들 바보 같은 소리를 한다"라며 별다른 뜻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건 당사자인 에르모소도 이후 스페인축구협회를 통해 "친밀함의 표현이었다. 월드컵 우승으로 엄청난 기쁨이 몰려왔고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회장과의 관계엔 문제가 없다"라며 루비알레스 회장을 두둔했지만 여론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많은 인사들과 언론들이 루비알레스 회장을 비난했으며, 미켈 이세타 스페인 문화체육부 장관도 "내겐 받아들일 수 없는 거 같다. 우린 평등, 권리, 여성 존중의 시대에서 살고 있다"라며 "우리 모두 태도와 행동에 조심해야 한다. 선수를 축하하기 위해 입술에 입을 맞추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비난 여론이 점점 거세지자 루비알레스 회장은 지난 22일 끝내 고개를 숙였다. 'ESPN' 등이 공개한 사과 영상 속에서 루비알레스 회장은 "확실히 내가 실수를 했다. 순간적임 감정으로 어떠한 악의도 없이 즉흥적으로 일어났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당연한 일이라고 봤지만 밖에선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상처받은 사람이 있기에 사과해야 한다"라며 "이를 통해 배워야 하고, 중요한 기관의 회장인 만큼 더욱 조심할 것"이라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또 "여자 축구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이자 우리 스페인이 두 번째로 우승한 월드컵인데, 이 사건이 축하 행사에 영향을 미쳤기에 슬프다"라며 다시 한번 사과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이 영상 메시지를 통해 공개적으로 사과했음에도 사건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루비알레스 회장의 사과는 충분하지 않았고, 적절하지도 않았다"라며 "선수들은 우승을 위해 모든 걸 다했지만 그의 행위는 성평등으로 향하는 길이 아직 멀다는 걸 보여줬다"라고 비판했다.
욜란다 디아스 스페인 제2 부총리이자 노동부 장관도 "그들의 변명은 쓸데없는 것들"이라면서 "대표팀은 이 나라가 해야 될 것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 남성과 여성이 평등해지기 위해선 할 일들이 많다는 점을 보여줬다"라고 주장하면서 비난에 동참했다.
사건이 점점 커지면서 FIFA도 해당 사건에 대해 조사하기로 나서자 루비알레스 회장은 곧 회장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FIFA는 최근 "FIFA 징계위원회는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발생한 사건을 근거로 스페인왕립축구연맹 회장 루이스 루비알레스에게 사건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통보했다"라고 전한 바 있다.
이어 "해당 사건은 FIFA 징계 규정 13조 1, 2항을 위반하는 행위일 수 있다"라며 "FIFA 징계위원회는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내려진 후에 징계 절차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FIFA까지 조사에 나서면서 사건이 커지가 스페인 '카데나 세르'는 "8월 24일부터 FIFA의 조사가 시작된 후 루비알레스 회장은 25일에 사임을 발표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여자 월드컵 우승은 스페인이 남자, 여자 축구 통틀어서 통산 2번째 우승이다. 남자대표팀이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13년이 지나 여자대표팀도 호주·뉴질랜드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남자와 여자대표팀 모두 월드컵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무적함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스페인이 남자와 여자 대표팀 모두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면서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지만 자국 연맹 회장이 성추행을 일으키면서 찬물을 끼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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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루비알레스 회장의 논란은 '기습 입맞춤'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스페인 '마르카'는 최근 "루비알레스 회장은 관중석에서 스페인의 우승을 축하할 때, 논란의 여지가 있는 행동을 했다"라고 전했다.
마르카가 공개한 영상에서, 루비알레스 회장은 옆에 레티시아 스페인 왕비와 레오노르 공주가 옆에 있음에도 승리를 축하하며 소리를 지르다 갑자기 오른손으로 자신의 사타구니를 움켜잡았다. 영상을 본 팬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위를 비난했다.
회장뿐만 아니라 스페인 여자 축구대표팀 사령탑 호르헤 빌다 감독도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CNN'은 "월드컵 결승전에서 빌다 감독이 여성 스태프에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는 모습이 공개됐다"라며 빌다 감독이 여성 스태프의 가슴을 움켜잡는 사진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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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카르모나가 결승전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터트렸을 때 나왔는데, 당시 빌다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함께 포옹을 하면서 득점을 축하하다가 왼손으로 한 여성 스태프의 가슴을 만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2015년부터 스페인 여자 축구대표팀을 이끌어 온 빌다 감독은 이전에도 대표팀 선수들과 갈등을 일으키며 논란이 된 바 있다. 2022년 9월 대표팀 15명이 연맹에 편지를 보내면서 빌다 감독을 포함해 코칭스태프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지 않는 한 더 이상 대표팀에서 뛰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당시 연맹은 빌다 감독의 손을 들어줬는데,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지만 결승전에서 성추행 논란을 일으키면서 향후 연맹이 다시 한번 빌다 감독을 지지할지 주목된다.
사진=PA Wire, EPA, AP/연합뉴스, 마르카, CNN 캡처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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