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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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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흥행 1편' 韓영화, 관객과 냉전시대 막 내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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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이라도 터진 것이 다행일까. 또 신기루처럼 사라진 한국 영화 흥행 그림자다.

지난 5월 말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3(이상용 감독)'가 다시금 1000만 축포를 쏘아 올리면서 올해 만큼은 한국 영화와 관객들 사이 보이지 않는 냉전 체제가 완전히 종식되는가 싶었지만,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분위기다.

애니메이션이 터지고, 외화가 터져 극장 흐름이 일단 원활하게 돌아간다 하더라도 충무로가 가장 기다리고 희망하는 건 단연 한국 영화의 연이은 흥행이다. 하지만 냉혹하게 선택하는 습관이 든 관객들의 눈높이는 더 높아지기만 할 뿐, 극장의 호황이 한국 영화 흥행으로 곧장 이어지지는 않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23일 개봉해 누적관객수 332만7770명을 기록한 '올빼미' 이후 '범죄도시3'를 만나기까지 약 6개월 간 한국 영화는 그야말로 바닥에서 기었다. 여름 시장 못지 않은 성수기로 일컬어지는 겨울 시장 흥행도 완벽히 실패하면서 뭘 어찌 하지 못한 채 삼엄한 시기를 그저 보내야 했다.

작품이 없었던 건 아니다. '올빼미'의 바통을 이어 받은 '압꾸정'이 60만8639명, '탄생'이 34만9198명을 끌어 모으는데 그쳤고, 12월 연말과 연초 특수를 노리고 개봉한 '영웅'은 327만424명, '젠틀맨'은 22만4719명을 동원해 손익분기점 돌파에 실패했다. '아바타: 물의 길'이라는 외화 강적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새해도 다르지 않았다. 1월 '스위치' 42만2370명, '교섭' 172만1111명, '유령' 66만4146명으로 '교섭'이 100만 고지를 넘었다는 것에 기뻐할 정도였다. 물론 2월 '카운트' 39만7305명, 3월 '대외비' 75만6356명, '멍뭉이' 19만6023명, '소울메이트' 23만4681명, '웅남이' 31만3816명, 4월 '리바운드' 69만5614명, '킬링 로맨스' 19만1542명, '옥수역 귀신' 25만6196명 등 '드림'이 112만2279명의 기록을 세우기까지 100만 명도 돌파하지 못한 작품이 쏟아진 걸 보면 그 때 기뻐하는 것이 맞긴 했다. 해당 시기 흥행 영광은 불매 운동을 뚫고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등 일본 애니메이션에게 돌아갔다. 한국 영화계는 겨울보다 봄이 더 추웠다.

구원투수는 1년 만에 돌아온 '범죄도시3'였다. 5월 스크린을 꽉 잡고 있었던 마블의 부진을 '범죄도시3'가 채웠다. 누적관객수 1068만1679명을 동원해 시리즈 쌍천만 대기록을 세웠다. 2편의 1000만 기쁨을 맛 보고도 3편 1000만은 기대하지 않았다는 '범죄도시3' 제작진에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의리를 지켰다. '범죄도시3' 뒤를 쫓아 보고자 6월 개봉한 '귀공자'는 68만2085명, '라방'은 1만3563명, 7월 초 '악마들'은 8만1521명의 감사한 선택을 받을 뿐이다.

때문에 극장가 최대 성수기로 불리며 1년 영화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꼽히는 여름 시장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은 또 남달랐다. 네 편의 대작을 비롯해 광복절 두 편까지 한국 영화만 무려 여섯 편이 개봉을 확정 지으며 벼랑 끝 자신감을 내비쳤다. 빅4 중에서는 9일 개봉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만 아직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흥행 안정권에 든 건 '밀수' 한 편이다. 2일 동시 개봉한 '더 문'과 '비공식작전'이 관객 나눠 먹기로 불안한 출발을 알리면서 시작부터 먹구름이 꼈다. "'밀수'라도 있어 다행"이라는 반응 속 작품으로는 역대급 호평을 받고 있는 '콘크리트 유토피아' 흥행 여부가 현 시점 초미의 관심사다.

흥행은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 맞지만 기본적으로 몇 년간 한국 영화계에 실망한 관객들과의 냉전이 아직 안 끝났다. 신작이 개봉했다고 자연스럽게 영화관으로 향하던 시대, 한국 영화니까 봐줘야지 하는 시대는 애저녁 지났다. 이젠 시대의 변화로 굳혀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영화가 어느 정도 잘 만들어졌다는 가정 하에 '입소문'이 그 무엇보다 중요해진 분위기 속에서 홍보와 마케팅도 '엘리멘탈'의 'K-장녀'처럼 입소문 효과를 노릴 수 있는 단 하나의 포인트를 반드시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당연한 흥행은 없다. 중간도 없이 대박 아니면 쪽박이다.

2년 전 '모가디슈'에 이어 올해 '밀수'로 2연타 흥행 홈런을 칠 것으로 보이는 류승완 감독은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서 한국 영화 위기론에 대해 "영화를 시작한 이래 한국 영화는 늘 위기와 함께 했다. 영화를 잘 만들면 된다"는 명언을 남겼고, 최근 인터뷰에서는 "전통적인 영화의 개념이 바뀌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영화 자체의 변화 보다는 새로운 세대가 영화라는 매체를 받아 들이는 개념이 바뀌었다. 그건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다. 기술적으로는 사운드 시스템과 시각적 효과가 어디로 발전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래를 쉽게 예측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극장용 영화를 아직 포기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충무로 관계자들도 "팬데믹을 기점으로 새로운 영화를 만들려는 제작자와 감독들의 고민이 어느 때보다 깊다. OTT가 대세라고 하지만 시리즈가 아닌 영화로 메가 히트를 친 기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대체 포맷일 뿐 결국 극장을 떼어 놓고는 말할 수 없다. 그렇다고 유행에 편승해 인기 장르만 고집하면 아무 의미도 없이 n년 내 도태될 것이 뻔하다. '안일함을 버려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는 있다"며 "산업적으로는 더 이상 내수 목표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글로벌 시장을 동시에 노리는 프로젝트들이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K콘텐트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해외 판매 실적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방식은 변해도 한국 영화 르네상스에 대한 믿음은 아직 살아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조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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