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30-30 가능해" 특급 유망주 이적에 울컥, "잘 부탁해" 전화까지…이런 캡틴 또 없습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이)주형이만 봤어요. 너는 아주 젊고 30홈런-30도루도 가능한 선수라고 격려 많이 했어요. 그 팀(키움 히어로즈) 선수들에게 전화해서 조금 더 도와달라고 이야기했죠."

이런 캡틴이 또 있을까 싶다. LG 트윈스 주장 오지환(33)이 특급 유망주 이주형(22, 키움 히어로즈)을 떠나보내면서 진심을 다했다. LG는 29일 오전 키움에 이주형과 투수 김동규(19),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투수 최원태(26)를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미래를 내주고 현재를 얻는 선택이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임찬규 외에는 불안했던 국내 선발진에 최원태라는 확실한 카드를 얻어 크게 만족했다.

오지환은 오전에 트레이드 소식을 듣자마자 일찍 잠실야구장을 찾았다. 이주형과 김동규가 짐을 싸러 올 것을 예상해 직접 배웅해주고 싶어서였다. 오지환은 마침 경기장을 찾은 이주형을 만나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미래가 밝은 동생을 떠나보내 울컥했지만, 더 많은 기회가 있는 팀으로 가기에 걱정하진 않았다.

오지환은 "일부러 야구장에 일찍 와서 주형이를 만났다. 너는 아주 젊고 30-30도 가능한 선수라고 격려를 많이 했다. 잘될 거라고 이야기해줬고, 형처럼 FA하고 그런 게 최종 목표니까 지금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줬다. 그 팀(키움) 선수들에게 전화해서 조금 더 도와달라고 이야기했다. 키움에 (이)형종이 형도 있고, (김)혜성이도 국가대표를 같이 한 인연이 있어서 전화해서 잘 챙겨달라고 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이주형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던 순간을 담담하게 되돌아봤다.

이어 "이게 정말 프로의 현실인 것 같다. 내가 감독이어도 냉정하게 따졌을 때 잘하는 선수를 쓰는 게 맞다. 기회를 받을 수 있게 구단이 오히려 길을 열어줬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모르지만, 나중에 메이저리거가 될 수도 있고 모르는 일이다. 어릴 때는 나도 (강)정호 형을 봤는데 미국에 갔고, (김)하성이가 메이저리그에 갔다. 그 팀의 문화가 될 수 있기에 충분히 (메이저리그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훨씬 큰 선수로 성장해 있을 이주형을 기대했다.

이주형은 경남고를 졸업하고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3순위로 LG에 지명됐을 때부터 특급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군 문제도 해결한 22살 군필 내야수로 이제 꽃길을 걸을 일만 남았다.

타격 재능 하나는 확실한 선수다. 올해 퓨처스리그 31경기에서 타율 0.323(93타수 30안타), 3홈런, 18타점을 기록했다. 장타율 0.559로 큰 타구를 날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다. 이제 1군에서 증명하는 일만 남은 단계다. 30홈런-30도루까지 지금은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오지환은 후배가 키움에서 충분히 기회 속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오지환은 "나는 한 팀에만 있어서 그 친구들 마음을 모르겠다. 이번 트레이드는 팀으로 봐도 윈(win)이고, 키움 색깔이 어린 친구들이 기회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이)주형이랑 (김)동규를 생각하면 조금 많이 울컥하지만, 그 친구들의 미래에는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응원했다.

오지환과 이주형은 나이 11살 차이가 난다. 동료라고 해도 10년 넘게 차이 나는 후배가 트레이드로 이적한다고 이렇게 살뜰히 챙기는 선배가 흔하지는 않다. 주장의 책임감이 엿보이는 마음 씀씀이였다.

키움에 합류한 이주형은 "타격이랑 (빠른) 발이 내 장점"이라고 어필하며 "아무리 많은 기회를 받더라도 잡는 건 내 몫이다. 기회 속에서 결과를 만들어 조금씩 내 플레이를 하면서 자리 잡아 가는 모습 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주형은 오지환의 바람대로 30-30 클럽에 가입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해 키움의 트레이드 성공 사례로 남을 수 있을까. 이주형은 29일 고척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출전해 이적 첫 안타를 신고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