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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전직 최고 유망주의 내려놓기… 이건욱은 최선을 다했고, 김원형은 약속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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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이건욱(28SSG)은 SSG 구단과 팬들 모두에게 오랜 기간 ‘아픈 손가락’이었다. 동산고 시절 청소년 대표팀의 에이스 중 하나로 활약했고, 입단 당시 팀의 미래 선발진을 이끌어갈 그릇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황폐화된 인천 팜에서 건진 최대어라는 평가가 자자했다.

입단과 함께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존서저리)을 받았지만, 이 또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이 유망주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1~2년 정도는 기꺼이 투자할 용의가 있었다. 입단 당시까지만 해도 ‘수직 무브먼트’라는 단어는 생소했지만, 묵직한 패스트볼의 구위는 모든 관계자들이 인정할 정도였다. ‘이건욱은 구위가 다르다’는 말은 오랜 기간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계속 아팠다. 팔꿈치와 어깨는 물론 온몸이 부상 병동이었다. SK의 이름을 달고 뛴 마지막 시즌인 2020년만 좋았다. 대체 선발로 들어가 27경기를 뛰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2021년은 5경기, 그리고 지난해는 1군 1경기 출전에 그쳤다. 팀의 핵심 유망주라는 타이틀은 반납한 지 오래였다.

부진이 계속되는 기간 중에도 SSG는 이건욱을 선발 자원으로 생각했다. ‘선발 이건욱’을 포기하는 데까지 거의 10년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하지만 올해를 앞두고는 달랐다. 이건욱이 부진한 사이, SSG의 선발진은 나름대로 좋은 위용을 유지하고 있었고 게다가 선발 유망주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상태였다. 구단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불펜 전향을 권유했다. 이건욱은 이를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이것저것 자존심을 내세울 시기는 이미 지나 있었다.

이건욱은 “지난해 말 불펜 전향을 권유받았고,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올해도 불펜으로 준비했다”면서 “선발로 다시 가려면 (빌드업의)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는 불펜 투수라 처음으로 전력으로 던지는 법을 많이 연습했다”고 지난 오프시즌을 담담하게 떠올렸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불펜으로도 자기 공을 보여주지 못하면, 이제 기다리는 건 방출이라는 글자 밖에 없다고 여겼다.

그때 기회가 왔다. 몸이 아프지 않은 상황에서 성실하게 훈련을 했고, 바이오메커닉스의 도움을 받아 투구 폼을 수정했다. 바이오메커닉스의 진단 결과 이건욱은 투구 폼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컸다. 상하체가 너무 홈으로 쏠리면서 자기 힘을 다 쓰지 못했다. 이건욱은 한동안 실전에 나가지 않으면서 이 부분을 수정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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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욱은 “발을 딛을 때 홈으로 쏠렸다면 이제는 1루 쪽으로 자연스럽게 이동을 하며 힘을 더 쓰는 느낌이다. 지금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좋아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기에 구속도 더 좋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미래를 그렸다.

이런 리포트는 김원형 SSG 감독에게도 꾸준하게 올라가고 있었다. 이건욱의 실험 타이밍을 노리던 김 감독은 5월 10일 광주 KIA전에 대체 선발 하나를 투입해야 할 상황이 되자 이건욱을 곧바로 썼다. 4이닝 동안 3실점했다. 김 감독은 당시 경기 전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갑자기 투입된 것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이건욱은 “(불펜 전향 후) 시작부터 힘을 많이 쓰는 연습을 하다 보니 1회에 너무 많은 힘을 썼다. 그래서 2회부터는 힘들었다”고 웃으면서도 다 좋은 경험이 됐다고 자평했다.

김 감독은 이건욱을 2군으로 내려 보낼 때 하나의 주문을 했다. 포심패스트볼의 힘은 누가 봐도 좋았다. 입단 당시에는 느낌에 의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수직 무브먼트’라는 명쾌한 수치가 이건욱의 구위를 보여주고 있었다. 팀에서도 정상급이었다. 대신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구속을 조금 더 끌어올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건욱은 2군에 내려가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커터성 슬라이더를 장착했다.

슬라이더가 시속 120㎞대 후반에서 130㎞대 초반에 찍혔다면, 이 커터는 130㎞대 중반에서 130㎞대 후반까지 나온다. 각이 좀 덜 꺾이기는 하지만, 이건욱은 “상황에 따라 두 가지 구종을 모두 다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5월 26일 다시 1군에 올라간 뒤로는 뚜렷한 구속 향상도 보여줬다. 트랙맨 데이터로는 최고 148㎞의 공이 찍혔다. 그간 이건욱이 1군에서 보여주지 못한 속도였다. 김 감독도 좋아진 포심 및 슬라이더의 구속에 내심 흡족했고, 이건욱은 “1군이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원래 25일 인천 삼성전 선발로 이건욱을 생각하고 있었다. 박종훈이 2군으로 내려가며 빈자리다. 그만큼 이건욱에 대한 확신이 커져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다만 이건욱의 재등록 기한 탓에 먼저 기회를 얻은 조성훈이 20일 잠실 두산전에서 잘 던지면서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대체 선발 구상 속에 이건욱이 들어가 있다는 자체 만으로 지난해보다는 훨씬 넓어진 입지를 상징한다.

그런 이건욱은 우완 셋업맨인 최민준이 내전근 부상으로 2군에 가자 24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대체 선발까지는 아니더라도 1~2이닝을 소화하는 멀티이닝 살림꾼으로 또 테스트를 거칠 예정이다.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렇지 않을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기회는 계속 오고 있고, 준비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그렇기에 결과와 별개로 후회 없는 투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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