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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없는 클린스만호... 조직력은 사라졌고 이강인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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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강인이 16일 오후 부산시 연제구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페루의 경기 전반전,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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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2443명 관중이 운집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선 환호와 탄식이 쉴 새 없이 터져나왔다. 한국은 대표팀 주축으로 올라선 이강인(22·마요르카)의 날카로운 킥을 앞세워 세찬 공세를 펼쳤지만, 바라는 ‘한 방’은 결국 터지지 않았다. ‘다시, 카타르’란 구호를 내걸고 2024년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클린스만호로선 많은 숙제를 남긴 경기였다.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FIFA 랭킹 27위)이 16일 열린 페루(21위)와 친선경기에서 0대1로 패했다. 지난 3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2주 만에 치렀던 콜롬비아(2대2 무승부), 우루과이(1대2 패)와 평가전에서 1무1패를 기록한 클린스만은 이번에도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한국은 페루와 상대 전적에서 1무2패로 열세를 이어갔다.

클린스만호는 전반 부정확한 패스가 이어지며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겪었다. 페루가 절반 이상을 교체한 후반에는 상대 조직력이 다소 느슨해진 틈을 타 세찬 공격을 퍼부었으나 결과적으로 에이스 손흥민(31·토트넘) 공백을 극복하지 못했다. 골 결정력이 또 문제였다. 대표팀은 20일 오후 8시 대전에서 비교적 약체인 엘살바도르(75위)와 친선경기를 벌인다. 엘살바도르는 15일 일본에 0대6으로 대패했다.

이날 클린스만은 올 시즌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7골을 터뜨린 오현규(22)를 공격 선봉으로 먼저 내세웠다. 이강인과 황희찬(27·울버햄프턴), 이재성(31·마인츠)이 2선 공격수로 뒤를 받쳤다. ‘스포츠 탈장(sports hernia)’으로 수술을 받은 손흥민은 벤치를 지켰다.

대표팀 주전 센터백인 김민재(27·나폴리)가 기초군사훈련, 김영권(33·울산)이 부상으로 빠진 한국은 초반부터 수비가 흔들렸다. 한국은 전반 11분 선제골을 허용했다. 페루가 몇 차례 패스로 한국 진영에 쉽게 침투한 가운데 파올로 게레로(39)가 한국 수비가 자신에게 몰리자 왼쪽 공간으로 공을 내줬고, 이를 받은 브라이언 레이나(25)가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한국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볼 터치가 투박했다. 후방에서 중원으로 이어지는 패스가 번번이 끊기며 전진도 어려웠다. 그런 와중에도 이강인은 돋보이는 개인기로 경기를 이끌었다. 전반 28분 이강인이 오른쪽 측면에서 내준 절묘한 침투 패스를 오현규가 잡으며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슈팅은 골문을 한참 빗나갔다. 전반 34분엔 이강인이 오른쪽 측면에서 날린 왼발 중거리 슈팅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팬들은 “이강인!”을 연호했다.

파울루 벤투(54·포르투갈) 감독 시절엔 다양한 패스로 공 점유율을 높이면서 상대 압박을 뚫고 나가는 ‘빌드업 축구’를 구사했으나, 클린스만호는 전반 공격 전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좀처럼 경기 흐름을 잡지 못했다. 페루에 중원 주도권을 내줬고, 공·수 간격도 지나치게 넓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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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페루 경기. 조규성이 후반 막판 헤딩슛을 시도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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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후반 들어 공격의 고삐를 조였다. 후반 17분 이강인 패스를 받은 오현규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찬스를 잡았지만 이번엔 슈팅이 골키퍼에 걸렸다. 클린스만이 믿고 선발로 기용한 오현규는 좋은 기회를 번번이 놓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클린스만은 후반 18분 조규성(25·전북)을 투입하며 공격에 변화를 꾀했다. 지난 카타르월드컵에 이어 이강인 크로스를 조규성이 헤더로 연결하는 결정적 장면이 이날도 여러 차례 나왔지만 끝내 골문을 열진 못했다. 한국은 슈팅 수 14대7, 유효슈팅 4대2로 앞섰지만 승기를 잡는 데 실패했다. 경기는 졌지만 MVP는 이강인에게 돌아갔다. 최근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이적설이 나오는 이강인은 드리블과 크로스, 슈팅 등 공격 전 부문에서 완숙한 기량을 드러내며 손흥민이 빠진 한국 대표팀 공격을 이끌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후 “페루가 후방에서 빌드업을 하면서 연결하는 과정에서 우리 중원이 1대1에서 적극적이지 못해 고전했다”면서 “후반전은 주도했지만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강인은 이제 유명한 선수가 됐다. 이강인의 경기를 보는 건 항상 즐겁다. 다만 아직은 성장하는 선수다. 공간 침투하고 자신의 위치를 찾는지에 대한 고민을 할 시기다. 좋은 선수지만 혼자서는 경기 승리를 가져올 수 없다”고 했다.

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0 ― 1 페루

득점 전 11 브라이언 레이나(페루)

슈팅(유효슈팅) 14(4)-7(2)

[부산=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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