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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상표보고 고르니?”…대기업 제친 중소기업 제품, 비결은

매일경제 홍성용 기자(hsygd@mk.co.kr),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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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상표보고 고르니?”…대기업 제친 중소기업 제품,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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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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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 식용 얼음을 납품하던 동양냉동은 쿠팡의 PB 얼음 제품 ‘곰곰 얼음’을 만들고 있다. 곰곰 얼음 출시 뒤 동양냉동은 식용얼음 시장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해 온 풀무원을 제치고 쿠팡에서 얼음 판매 1위에 올랐다.

PB 제품을 납품하면서 매출이 급증하자 동양냉동은 아예 편의점 납품을 그만두고 2019년부터 쿠팡과 손잡고 새벽배송이 가능한 1~3kg 얼음, 혼술용 큐브 얼음 등 신제품을 출시했다. 그 결과 2020년 9000만원에 불과했던 동양냉동의 매출은 지난해 5억원까지 늘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PB 브랜드 ‘곰곰’ ‘탐사’ ‘코멧’ 등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내로라하던 시장 지배 사업자들을 제치고 판매 1위로 오르며 선전하고 있다. 특히 즉석밥 시장은 쿠팡 PB 제조사들이 가장 선전하는 분야로 꼽힌다. 국내 식품시장을 지배하던 사업자들이 지난해 말부터 납품가 갈등으로 쿠팡 로켓배송에서 빠지면서 오히려 중소·중견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쿠팡에 따르면 지난 1~5월 기간 동안 중소기업이 납품하는 PB 즉석밥은 매출이 최대 100배 이상 성장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시아스다. 쿠팡 PB 즉석밥인 곰곰 즉석밥을 납품하고 있는 시아스는 이 기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270% 성장했다. 이 밖에 비교적 후발 업체였던 하림의 경우 즉석밥 매출이 지난 1~5월 4760% 늘었고 동원 또한 140% 성장세를 기록했다.

즉석국, 냉동만두 등 특정 독과점 대기업이 독식하던 식품 카테고리에서도 중소·중견 기업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즉석국 부문에서는 충청북도 옥천군에 위치한 중소기업 ‘교동식품’은 올해 상반기 판매가 전년동기 대비 60%가량 증가하며 괄목할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간편식 단백질바 시장에 뛰어든지 3년만에 업계 1위 오리온(70% 점유율)을 제치고, 쿠팡서 판매 1위를 달성한 회사도 있다. 강원도 강릉에서 단백질바를 생산하는 회사 에스앤푸드다. 이 회사가 한 달에 쿠팡에 납품하는 단백질바 수는 5만 개에 달하고, 하루 최대 1000개의 단백질바가 팔린다. 조성은 에스앤푸드 대표는 “물가나 원재료 상승, 고정비 상승에 따라 납품가 변동이 잦은 대형 제조사에 비해 유통사의 PB가 경영 수익 면에서 더 낫다”며 “쿠팡이 배송과 마케팅, 물류비, 고객 응대(CS) 비용을 책임지니, 우리는 제품 개발과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PB 제품에 납품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출기업을 성장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쿠팡 생활용품 PB인 탐사의 주방세제·락스 제품을 생산하는 성진켐이 대표적이다. 2013년부터 업소용 세제를 만들어 납품한 성진켐은 쿠팡에서 가정용 세제를 만들자고 제안한 뒤로 상품 개발에 나섰고 결국 기사회생에 성공해 동남아시아와 중국, 러시아까지 진출했다.

성진켐의 주방세제와 락스가 각 카테고리서 판매율 3위와 1위를 기록하며 2019년 입점 첫해 3억 5000만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60억원까지 커진 덕이다. 3년 만에 17배나 성장한 것. 특히 성진켐의 락스는 12L에 9640원으로, 락스의 대명사로 꼽히는 유한락스의 3.6L 제품(9600원)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최난희 성진켐 부사장은 “안정적인 매출이 생긴 게 쿠팡 PB 입점의 가장 큰 혜택”이라며 “쿠팡에 상품을 납품한다는 것만으로 타 회사들로부터 납품 제안이 많이 온다. 이같은 파생 효과까지 따지면 5~10% 매출이 추가로 잡힌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PB 자회사 CPLB의 파트너사 10곳 중 9곳은 중소 제조사고, 이들은 전체 쿠팡 PB상품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쿠팡과 함께 하는 중소 제조사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이들의 고용 인원도 올해 3월말 기준 2만명을 돌파했다. 2022년 3월 1만6500여명에서 1년 만에 3600여명(22%) 늘어난 것이다. 쿠팡 관계자는 “지난해 말 국내 전체 기업의 고용 인원은 2021년 대비 2.4%, 벤처·스타트업 고용 인원도 8.1%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쿠팡과 손을 잡은 중소 제조사들의 고용 인원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 제조사 물건을 대규모로 직매입하고 대용량 묶음 상품을 확대하면서 소비자가 상승을 줄이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쿠팡의 가격변동앱 ‘역대가’에 따르면, 지난 5월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 기준으로 우유,두부, 베이컨 등 2년 전부터 판매한 주요 가공식품 30개 가운데 17개 제품의 가격이 2년 전보다 떨어졌거나 해당 품목의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않았다.

쿠팡 곰곰 드레싱(610g)이 2년 전에 비해 10.8% 가격이 하락하는동안, 국내 드레싱 가격은 42.2% 올랐다. 쿠팡 베이컨(-17%), 곰곰 한알 육수 조미료(-11%), 부침두부(-8.47%), 콘플레이크(-8.3%) 등 6개 제품도 2년 전에 비해 가격이 마이너스 하락했다. 통계청 자료로 이들 제품의 일반 상품과 비교하면 베이컨(12.1%), 혼합조미료(27.1%), 부침두부(11.2%), 시리얼(19.7%) 등 가격은 크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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