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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가계대출 폭탄' 다시 증가…19개월來 증가폭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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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영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월별 신규 가계대출 규모가 19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이렇게 빌린 금액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자산 시장에 다시 흘러들어가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떠받치기 영향이 나타나는 모양새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은 4조2000억 원 늘어나 지난달 말 현재 총액 1056조4000억 원에 이르렀다.

이 같은 증가세는 2021년 10월(5조2000억 원 증가) 이후 월별 기준 19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부동산 투기로 인한 집값 급등세가 한창이던 당시에 버금가는 수준의 대출 잔액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끈 것은 주택담보대출이다. 한 달 동안 4조3000억 원 늘어났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807조9000억 원이 됐다. 주담대를 제외한 기타대출 규모는 200억 원 감소했다.

은행 가계대출액은 올해 1월 4조7000억 원, 2월 2조8000억 원, 3월 7000억 원의 감소세를 이어갔다. 그러다 지난 4월 2조3000억 원 늘어나면서 증가세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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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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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집값 경착륙 우려가 커지자 1.3대책을 비롯해 여러 차례에 걸친 규제 완화 처방전을 냈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역의 부동산 규제를 전면 해제했다.

대표적 완화 조치로 문재인 정부 당시 최대 10년이었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3년으로 확 줄어들었음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더해 기존 주택 소유자도 무순위 청약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다주택자가 분양권 매매로 큰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어디에서나 분양권 당첨자는 당첨 1년 만에 이를 거래할 수 있게 됐다. '분양 로또'가 나온다는 경제신문의 기사가 이후 부동산 관련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규제지역 해제로 인해 금융 규제도 대폭 완화됐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가 쪼그라들어 다주택자가 절세 혜택을 봤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는 다시 늘어났다.

이 같은 정부의 규제 완화에 더해 근래 들어 은행 대출 금리가 낮아지자 실수요층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떨어진 주택 매매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지난 4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공시자료에 따르면 5월 기준(4월 취급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분할상환방식) 평균금리는 모두 연 4%대를 기록했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모두 4%대를 기록한 것은 작년 9월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 결과가 가계대출 증가 반전과 수도권 집값 상승세다.

그간 정부는 부동산 규제 완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경착륙을 막기 위한 것'이지 집값을 떠받치려는 목적이 아니라고 해명해 왔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그렇지 않음을 관련 통계가 입증하는 모양새다.

특히 문제는 한국 경제 성장을 짓누르는 요인이자 언제고 터질 수 있는 '폭탄'인 가계대출이 정부 정책으로 인해 다시 증가한다는 데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세계 주요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02.2%로 가장 높았다. 가계부채 규모가 자국 경제를 넘어섰다. 이 비율이 100%가 넘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정부 정책이 그만큼 경제 위험 요인을 더 키웠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 역시 증가세를 보였다. 7조8000억 원 증가해 지난달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1204조5000억 원이 됐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중소기업이 빌린 돈이다. 중소기업 대출이 4조4000억 원 증가해 대출잔액 973조5000억 원에 이르렀다.

그 다음으로 큰 규모가 개인사업자, 즉 자영업자 대출이다. 8000억 원 증가해 잔액은 446조 원이 됐다.

대기업 대출은 3조4000억 원 증가해 231조 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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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5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19개월 만에 가장 큰 4조2000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4조3000억 원이 주택담보대출이었다. 나머지 기타 대출은 줄어들었다. 사진은 4일 오전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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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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