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의원, 법무부에 조사 촉구…공화당은 의회 개입에 회의적
사우디 후원 LIV 골프대회 |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정치권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LIV 골프의 합병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우디가 과거 9·11 테러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고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하는 등 인권 침해를 저지른 독재국가라는 이유에서다.
상원의 민주당 2인자인 딕 더빈 의원(민주·일리노이)은 7일(현지시간) 과거 자신이 정보위원회에 있을 때 사우디가 9·11 테러 관련 조사를 거부한 사실을 상기하며 "난 사우디와 거리를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 의원(민주·코네티컷)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법무부가 "정말 혐오스러운" 계약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PGA 관리자들은 9·11 피해 가족들에게 사과해야 할 뿐 아니라 가족들이 사우디를 상대로 정의를 실현하려는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9·11 테러 유족들은 작년 6월 일부 미국 선수들이 LIV 골프 대회에 참가하자 "테러 배후국이 개최한 경기에 참가한 것은 조국에 대한 배신"이라고 항의한 바 있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크리스 머피 상원 의원(민주·코네티컷)도 "미국의 주요 스포츠 리그를 외국 독재정권에 넘긴다"는 이유로 합병에 반대했다.
상원 금융위원장인 론 와이든 의원(민주·오리건)은 합병으로 사우디가 미국 부동산에 대한 부당한 접근이 가능해지는 게 아닌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만난 블링컨 미 국무장관 |
반면 공화당은 의회가 합병에 개입하는 데 회의적인 분위기다.
골프를 즐겨 시청한다는 론 존슨 상원 의원(공화·위스콘신)은 합병 소식이 충격이라면서도 "의회는 그냥 스포츠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상원 정보위원회의 마코 루비오 의원(공화·플로리다)은 "그들(사우디)이 이걸로 무엇을 하겠나, 골프로 전쟁을 시작하겠나"라며 민간 기업인 PGA는 원하는 기업과 합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합병을 심의할 것으로 예상했다.
CFIUS는 외국인의 투자나 미국 내 부동산 구매가 국가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거래를 막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나로서는 이건이 국가안보 사안인지 당장 분명하지는 않지만 CFIUS의 동료들이 결정하도록 두겠다"고 말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합의가 성사될 경우 세계 골프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 하는 사우디와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에게 엄청난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인권 탄압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던 사우디가 다시 중동과 그 너머에서 더 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합병의 의미가 스포츠로 국한되지는 않는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합병 발표는 공교롭게도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사우디를 찾아 빈살만 왕세자 등을 만나는 기간에 이뤄졌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한때 사우디의 인권 침해를 문제 삼으며 사우디 정권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한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사우디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다시 사우디를 우호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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