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이 최근 벌어진 ‘타격기계’ 김현수(35)의 결장 논란에 대해 직격 응답했다. 이례적일 정도로 매우 상세하게, 그리고 단호한 태도로 그간 내린 결정들의 이유를 전하며 논란을 정면 돌파하는 모습이었다.
커리어 사상 겪어보지 못했던 슬럼프에 빠진 김현수가 잠깐의 휴식을 갖는다. 염경엽 LG 감독은 최대 4~5경기에서 길면 한 주까지 김현수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면서 부진을 탈출할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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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염경엽 감독은 “(오늘 경기에 김현수는) 아예 나오지 않는다. 4~5일 정도는 준비하는 시간, 길게는 이번 주까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날 김현수는 아예 대타로도 나오지 않았고 LG 타선은 모처럼 혈이 터지면서 9-1의 대승을 거뒀다.
김현수는 올 시즌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다. 시즌 타율은 0.254까지 추락했고, 출루율(0.337)과 장타율(0.322)을 합한 OPS는 0.659로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KBO리그 역대 가장 정교한 타격을 선보였기에 ‘타격기계’라는 이름으로 불린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해결 능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4월 17타점 이후 5~6월 도합 8타점에 그치고 있다. 지난 5월 월간 타율은 0.148에 그쳤는데 기간 부문 최하위다. 장타 역시 2루타 단 1개밖에 없었다.
LG가 지난 주말 NC 다이노스와 3연전에서 스윕을 당하고, 김현수가 13타수 무안타 1타점으로 부진하자 기용을 두고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염경엽 감독이 이후 취재진과 소통하는 자리에서 김현수를 당분간 주전에서 제외해 휴식을 주겠다는 뜻을 전하고 보도가 나오자 일부 언론에선 지나치게 자세하고 상세하게 팀의 약점이나 결정들을 외부에 공개하는 염 감독의 소통 방식을 지적하기도 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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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가 올해 염 감독의 문제로 여기고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염 감독은 6일 평소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들여 팀의 철학과 기용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전했다. 오히려 더 상세한 사정을 밝혀 논란을 정면 대응한 셈이다.
염 감독은 “지금 현재 (김)현수의 컨디션이 안 좋은데 대타로 나간다고 해결이 되는 것도 아니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나서서 못 치면 질타가 따를 수밖에 없는데 그건 내가 선수 본인만 더 어려운 상황으로 코너에 모는 것 밖에 안된다”고 했다.
보통의 선수가 아니다. 반드시 팀 중심타자로 역할을 해줘야 팀도 살아난다고 판단했다. 그간의 기용과 인내의 배경은 김현수 개인의 배려 차원도 있지만, 좋은 팀 퍼포먼스를 위해 중심타자의 부활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휴식 결정도 마찬가지다.
염 감독은 “결국 우리 타격의 핵심은 (김)현수다. 오지환과 오스틴 딘까지 그들이 키를 쥐고 있는 것이다. 이 선수들은 출루형 타자들이 아니기에 얼마나 타점을 많이 올리고, 팀의 득점을 해결하고, 결승타를 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타자들의 기둥론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며 “(김현수는) 기둥인 선수다. 기둥이 무너지면 그 팀은 타격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들이 꾸준하게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팀이 좋을 때 기둥의 존재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부진할 때 유독 부각되는 건 그들이 평소 중심을 잡아주고 있어서란 게 염 감독의 생각이다.
또한 그동안 휴식하지 않고 경기에서 타격감을 회복하고 싶다는 김현수의 의견을 따라줬던 것은 ‘선수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간 것’이거나 선수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선수단의 정신적 지주인 김현수를 존중하는 차원인 동시에 ‘팀 케미스트리’를 고려한 결정이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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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감독은 “(김) 현수의 생각도 굉장히 중요하다. 선수단을 전체적으로 끌고 가는 데 있어서 그 생각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는 위치”라고 강조하면서 “현수도 지금 긴 시간을 말을 못한 부분이 있다. 슬럼프를 겪고 나니까 분명히 고민이 됐을 것이고, 경기에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잘하기 위해선 어떤 결정(휴식)을 하는 순간에 대한 판단도 빨라야 겠다는 걸 자신도 분명히 깨우쳤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통에는 이에 앞서 선수 자신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감독이라는 것은 물론 내 힘으로 얘기할 수 있지만, 선수와 대화하는 시점과 타이밍도 그들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그 경험들이) 함께 하면서 후반기, 내년까지 이어지고 코칭스태프의 경험에 대한 신뢰가 생겨야만 한다. 만약 15~20경기 전에 (김)현수에게 ‘쉬라는 얘기’를 했으면 더 좋은 성적을 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얘기하는 건 그 선수가 여태 해왔던 야구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얘기를 해도 나와 신뢰를 갖기 보다는 (오히려) 신뢰가 떨어질 수 있는 확률이 굉장히 높다. 함께하는 첫 시즌이니까. (김)현수 입장에선 경기를 뛰고 싶은데 감독이 ‘쉬어라’고 하면 자신을 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실질적인 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감독이지만, 동시에 올 시즌 처음으로 팀에 부임한 사령탑이기에 선수단의 리더이고 중요한 선수인 김현수와의 소통을 더욱 신중하게 했다는 게 염 감독의 설명이다.
염 감독은 “대화를 나누는 효과는 떨어지고 트러블이 생길 수 있고, 기둥이 흔들릴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또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김) 현수가 그것들을 느낄 수 있을 때가 됐어야 했다. 선수 입장에서도 이렇게까지 슬럼프가 길었던 것은 처음이지 않나”라면서 “그렇기에 지금 겪는 슬럼프가 선수가 앞으로 더 야구를 하는 데 있어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선수 입장에선 경기에 계속 나가서 팀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그게 때론 본인과 팀에도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자신도 느꼈을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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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염 감독이 강조한 것은 신뢰였다. 염 감독은 “(김)현수를 기다려 주는 것이 결국 포인트였다. 그 이후 서로간의 신뢰가 쌓이는 것”이라며 “또 김현수는 그 정도를 존중 받을 수 있는 야구 커리어를 갖고 있는 선수다. 코칭스태프와 선수간에서도 그 안에 팀 케미가 만들어지려면 존중이란게 존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결국 종합하면 김현수의 기용은 선수단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와 신뢰를 주는 차원의 일인 동시에 선수 개인의 부활 및 팀 전체 전력 차원에도 중요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팀 내부의 사정을 속속 알기 어려울 때 보통 외부에 드러난 모습을 두고 판단하곤 한다. 또한 올 시즌 LG의 야구가 가끔은 지나치게 승부에 몰두하고, 큰 압박감을 받는 것처럼 비춰질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수장이 부각되고 있고, 그 과정의 다양한 선택들과 이후 이어지는 말이 논란이 될 때도 많다.
하지만 아직 염경엽 호가 출항해 시즌을 치른 정규시즌은 겨우 54경기밖에 되지 않았다. 팀의 색깔이 완전히 자리 잡기 여전히 이른 시점이다. 또한 LG가 현재 승률 0.623으로 순항하고 있음도 고려하면, 가끔은 아예 배를 전복시키려는 듯 외부에서 흔드는 풍랑들은 결코 ‘위대한 항해’를 바라는 팀을 위한 일은 아닐 수 있다.
[고척(서울)=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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