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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 사이클 선수 나화린 “나는 논란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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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공식 대회 첫 출전

2012 강원도체전 남자부로 금 넷
“차별 아닌 구별을 얘기하려 도전
누군가의 자리 뺏는 게 아니라면
기꺼이 전국체전 무대 밟을 것”

경향신문

성별재지정 사이클 선수 나화린씨가 강원 철원군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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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재지정(성전환) 수술을 받은 국내 사이클 선수가 여성으로 공식 대회에 출전한다. 1년 전 수술을 받은 나화린씨(37)는 “나는 논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나씨는 1일 경향신문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주말 양양에서 열리는 강원도민체육대회 사이클 여성 부문 3개 종목에 출전한다”고 말했다. 나씨는 “2008년부터 여성호르몬 주사를 맞아왔다”며 “여성호르몬 수치는 일반 여성보다 낮다”고 덧붙였다. 주민번호 뒷자리 맨 앞 숫자도 1에서 2로 바뀌었다.

외국에서는 사이클, 육상 등 경기에 종종 성별재지정 수술을 받은 선수들이 참가했고 적잖은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 사이클에서 성별재지정 수술을 받은 선수가 출전하는 것은 나씨가 처음이다. 나씨는 2012년 강원도민체전에선 사이클 남자 일반1부 1㎞ 독주와 4㎞ 등 4개 부문에서 우승한 실력파다. 키 180㎝, 몸무게 72㎏으로 당당한 체격을 가졌고 골격근량은 일반 여성 평균인 20∼22㎏보다 상당히 많은 32.7㎏이다.

나씨는 현재 강원 철원에서 아스파라거스 농장을 운영 중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여자가 되고 싶었다”며 “36년을 참았고, 독립할 기반을 마련한 뒤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영국에서는 트랜스젠더 사이클 선수 에밀리 브리지스(21)가 국제사이클연맹(UCI)으로부터 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다른 여자 선수들과 형평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이클 이외 수영과 육상, 럭비, 역도 등 다양한 종목에서도 트랜스젠더 여성의 대회 출전은 논란을 일으켜왔다. 국제경기 단체들은 대표적인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상한선 수치를 출전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나씨는 도민체전과 관련해 “내가 상을 받으면 대중의 공감과 인정을 받지 못하고 결국 명예로울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남자였다가 여자인 내가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인생을 건 출전을 통해 차별이 아닌 구별을 얘기하고 싶다”며 “남녀로 딱 잘라 정해진 참가 부문에 성소수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내려 한다”고 덧붙였다.

나씨는 이번 도민체전에서 도대표로 선발되면 전국체전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대한체육회 전국체전 출전 규정에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남녀’ 외에 트랜스젠더에 관한 내용을 따로 두지 않아 그의 출전을 제한할 근거도 사실상 없다. 나씨는 “내가 전국체전에 참가하는 게 누군가의 자리를 뺏는 것이라면 깊이 고민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꺼이 전국체전 무대를 밟겠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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