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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논란’ 잠재운 요시다 덕분에 이정후에 대한 평가도 올라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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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30)는 일본 프로야구(NPB)에 2016년 데뷔해 7시즌을 뛰며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다. 173cm의 단신임에도 특유의 호쾌한 풀스윙을 앞세워 7시즌 통산 133개의 홈런을 생산했다. 30홈런 시즌은 없었지만, 2018년과 2019년엔 각각 26홈런, 29홈런을 때려냈다. 여기에 데뷔시즌의 0.290을 제외하면 6시즌 모두 3할을 넘길 만큼 정교함도 지닌 선수였다. 일본 프로야구 통산 타율이 0.327에 달한다.

2022시즌을 마치고 요시다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고, 보스턴은 1540만달러의 포스팅 금액을 적어낸 뒤 요시다에게 5년 9000만달러라는 거액을 안겨줬다. FA 자격을 얻은 잰더 보가츠를 잡지 않으며 리빌딩 기조로 접어들 것으로 보였던 보스턴이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아시아 외야수에게 연평균 1800만달러를 주는 것이 오버페이가 아니냐는 평가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타격 능력은 준수하지만, 사이즈가 지나치게 작고 수비도 그리 좋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기에 그 금액은 더욱 비싸보였던 게 사실이다.

빅리그에서의 첫 해인 2023시즌을 앞두고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일본 대표팀에서 뛴 요시다는 타율 0.409 2홈런 13타점 OPS 1.259를 기록했다. 대회 타점왕에 오르며 자신의 타격 능력이 국제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증명하며 자신을 둘러싼 비판여론을 잠재웠다.

그러나 메이저리그가 개막하고 요시다의 방망이는 침묵했다. 5경기 만에 홈런을 터뜨리긴 했지만, 타율은 1할대 중후반과 2할대 초반을 오갔다. 지난달 12일(이하 한국시간)부터 19일까지 4경기 동안엔 14타석 무안타에 그치며 시즌 타율은 0.167까지 떨어졌고, OPS도 0.560에 불과했다. 보스턴의 요시다 영입은 실패로 끝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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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마사타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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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은 5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한 지난달 21일부터 시작됐다. 그날부터 이달 5일까지 14경기 연속 안타를 쳐내며 요시다의 성적은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23일 밀워키전에서는 8회 선두 타자로 나서 솔로포를 터뜨린 뒤 이어진 만루 찬스에서 그랜드슬램도 쳐냈다. 한 이닝 2홈런의 진기록까지 써낸 것. 그렇게 시즌 2,3호 홈런을 때려낸 요시다의 방망이에는 자신감이 붙었고, 이후 거침없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요시다의 활약은 5일에도 계속됐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홈경기에서 2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시즌 6호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3타점 3득점의 맹활약을 펼치며 보스턴의 11-5 승리를 이끌었다. 요시다의 신들린 듯한 맹타 속에 보스턴은 토론토와의 4연전을 싹쓸이하며 시즌 성적을 19승14패로 끌어올렸다.

지난달 21일부터 5일까지 14경기 동안의 요시다의 성적을 보면 전성기 배리 본즈를 보는 듯 하다. 14경기 동안 매 경기 안타를 터뜨렸고, 최근 5경기는 모조리 멀티 히트 행진. 5홈런 25안타를 몰아치며 타율은 0.446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OPS 역시 1.287로 전체 1위. 18타점과 13득점 역시 모두 1위다.

14경기 동안의 맹타로 요시다의 시즌 성적은 타율 0.317 출루율 0.400 장타율 0.548로 타출장 3-4-5로 급상승했다. 6홈런 24타점 21득점으로 그야말로 정상급 외야수 성적을 찍으며 시즌 초반 일었던 ‘거품 논란’을 완벽하게 잠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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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2023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9회초 2사 상황 키움 마지막 타자로 나온 이정후가 배팅하고 있다. 2루수 땅볼 아웃.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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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의 올 시즌 성적이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올 시즌 KBO리그를 마치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는 키움의 이정후(25)가 요시다와 비슷한 유형의 타자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요시다와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진출하기 전 뛴 무대가 일본과 한국으로 리그 수준이나 환경이 다르긴 하다. 한국보다 투수들의 수준이 한 두수는 더 위인 일본에서 통산 133홈런과 0.327의 타율을 기록한 요시다가 이정후보다는 한 두수 위의 타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순 있다. 이정후는 2017년부터 올 시즌까지 KBO리그 통산 62홈런 타율 0.339를 기록하고 있다. 통산 타율만 앞설 뿐, 통산 홈런 갯수나 통산 출루율(요시다 0.421-이정후 0.409), 장타율(요시다 0.539-이정후 0.490)에서 모두 요시다가 앞선다.

다만 요시다가 지금의 기세를 시즌 끝까지 이어갈 순 없겠지만, 2할 후반~3할 초반대의 타율에 OPS 0.850 이상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무대에 연착륙할 수 있다면 이정후에 대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기대감도 덩달아 올라갈 수 있다. 몸값 역시 요시다가 받은 5년 9000만달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도,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KBO리거 중에는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류현진의 6년 3600만달러다.

과연 요시다가 올 시즌을 마쳤을 때 내밀 성적표는 어떻게 될까. 물론 요시다에 근접한 평가를 받기 위해선 현재 KBO리그에서 2할 초반대의 타율로 데뷔 이후 최악의 부진을 보이고 있는 이정후가 지난 시즌까지 보여줬던 성적으로 끌어올리는 게 먼저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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