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의 완벽한 빅리그 데뷔시즌... 33년 만의 나폴리 우승 견인

첫 세리에A 정복한 한국 선수
한인 중앙수비수 최초 유럽 정상
주축 멤버로 5대 리그 우승은 박지성 이후 12년 만

김민재가 5일 이탈리아 우디네의 다키아 아레나에서 2022~23시즌 세리에A 조기 우승을 확정짓고 동료, 팬들과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나폴리는 1-1로 비겨 승점 80을 확보했다. 우디네=로이터 연합뉴스

김민재(나폴리)가 소속팀의 리그 우승을 견인하며 빅리그 데뷔시즌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김민재는 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우디네의 다키아 아레나에서 열린 2022~23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33라운드 우디네세전에서 풀타임 활약하며 1-1 무승부를 도왔다. 이로써 승점 80(25승 5무 3패)이 된 나폴리는 2위 라치오(승점 64)와의 격차를 16점으로 벌리며 남은 5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 지었다.

나폴리가 세리에A 정상에 오른 건 33년 만이다. 앞서 나폴리는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가 활약했던 1986~87시즌과 1989~90시즌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2~3부 리그로 떨어지는 등 긴 침체기를 겪었다. 2010년대 들어 코파 이탈리아(FA컵)를 세 번이나 정복하며 명가의 부활을 알렸지만, 리그 우승과는 좀처럼 연을 맺지 못했다.

나폴리가 이런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과정에는 김민재의 역할이 컸다. 그는 지난 시즌까지 나폴리의 수비를 책임졌던 칼리두 쿨리발리(첼시)의 대체자로 낙점돼 지난해 7월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이적했다. 김민재가 유럽 5대 리그(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세리에A·스페인 라리가·독일 분데스리가·프랑스 리그1)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그는 곧바로 발군의 실력을 뽐냈다. 올 시즌 33경기 중 32경기에 선발 출전해 포백라인을 이끌며 리그 20개팀 중 최소 실점(23골)을 기록했고, 지난해 9월에는 아시아선수 최초로 ‘세리에A 이달의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외신도 김민재의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AP통신은 나폴리의 우승 주역으로 리그 득점 1위(22골) 빅터 오시멘, 지난해 8월 ‘이달의 선수’로 뽑힌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와 함께 김민재를 꼽았다. AFP통신 역시 '보이지 않는 영웅' 5명 중 한 명으로 김민재를 선정했다.

김민재는 한국 축구사에도 큰 발자취를 남겼다. 우선 세리에A 정상에 선 최초의 한국 선수로 기록됐다. 김민재 이전에 안정환(당시 페루지아)과 이승우(당시 베로나)가 세리에A에서 뛰었지만, 당시 이들의 소속팀은 챔피언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민재는 이 밖에도 중앙 수비수로 유럽리그에서 우승한 첫 한국 선수가 됐다.

5대 리그에서 한국 선수가 주축 멤버로 활약해 우승한 건 박지성 이후 12년 만이다. 박지성은 2010~11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15경기에 출전, 5골 3도움으로 EPL 정상에 섰다. 이후 정우영이 바이에른 뮌헨 소속으로 2018~19시즌 분데스리가 우승컵을 품었지만, 당시 그는 단 한 경기에 교체 출전한 것이 전부였다.

완벽한 데뷔 시즌을 보낸 김민재는 이날 우승 확정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리가 이탈리아의 챔피언”이라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어 “역사적 순간의 일원이 돼 행복하고 영광스럽다"며 “모든 팬들과 팀 동료, 스태프에게도 축하를 전한다. 나폴리를 응원해 준 모든 사람들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또 “한국인으로 이탈리아 리그에서 우승하고 한국을 알릴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이 영광을 한국에 있는 팬들에게도 전하고 싶다”며 “말로 표현하지 못할 기쁨, 영광, 행복 모두 여러분이 응원해주신 덕분”이라고 한국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