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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로 날아간 한국 젖소 101마리…퍼져가는 '보은'

머니투데이 세종=정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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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로 날아간 한국 젖소 101마리…퍼져가는 '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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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정혁수 기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 6동 대강당에서 열린 월례조회에서 한국 낙농업 위상제고에 기여한 이재복 대표에게 장관상을 수여하고 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 6동 대강당에서 열린 월례조회에서 한국 낙농업 위상제고에 기여한 이재복 대표에게 장관상을 수여하고 있다.


정황근(사진 왼쪽에서 4번째) 농식품부장관이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재복, 이혜원 대표 등 국내 낙농업 위상제고에 기여한 6인에게 장관상을 수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황근(사진 왼쪽에서 4번째) 농식품부장관이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재복, 이혜원 대표 등 국내 낙농업 위상제고에 기여한 6인에게 장관상을 수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우리도 6·25전쟁으로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그 힘든 시절 헤퍼(HEIFER International)로부터 소 2마리를 받아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지금 100여마리의 소를 키우는 목장을 일군것도 그 덕분이다. 원조를 받아 이만큼 살게 됐는 데 우리도 네팔로 보내줘야 않겠나 생각했다. 우리가 보낸 소들이 좋은 새끼를 낳아 네팔에 한국 젖소가 넘쳐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재복 안막목장 전 대표·86)

이 대표는 지난 해 연말 농림축산식품부,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헤퍼코리아 등이 함께한 '네팔에 젖소 101마리 보내기' 캠페인에 전국 35곳의 목장과 함께 참여했다. 그는 당시 네팔 축산농가에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뜻과 함께 젖소 2마리를 흔쾌히 기증했다.

'네팔에 젖소 101마리를 보내기' 프로젝트는 6·25전쟁 이후 원조를 받았던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을 돕는 가장 이상적인 공적원조(ODA) 활동으로 주목 받았다. 수혜자이자 공여자가 된 이 대표는 원조를 받던 당시의 처참함과 고마움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가축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생계소득 창출과 빈곤퇴치를 지원하는 민간국제개발기구인 헤퍼와 이재복 대표와의 인연은 7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은 배고픔에 굶주려 있었고, 가축은 씨가 마른 상태였다.

헤퍼는 1952년 4월4일 종란 7만개를 시작으로 총 21만6000개의 종란을 미군 수송기에 실어 한국에 보냈다. 당시 수송 작전명이 '노아의 방주'였다. 이후 25년간 배와 비행기를 통해 염소 222마리, 돼지 331마리, 닭 70마리, 토끼 500마리, 벌통 200개, 소 1000마리 등 총 3200마의 가축을 한국에 지원했다. 가축은 한국 곳곳의 고아원, 학교, 빈곤농가에 전달됐다.

네팔 신둘리지구 마틀로 라자파니 마을 한국 젖소 수혜자 달 쿠라리 타파(40)가 농협사료에서 지원한 배합사료를 주고있다

네팔 신둘리지구 마틀로 라자파니 마을 한국 젖소 수혜자 달 쿠라리 타파(40)가 농협사료에서 지원한 배합사료를 주고있다


지난 해 12월 2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101마리 젖소 보내기' 환송식에서 정황근 농식품부장관 등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지난 해 12월 2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101마리 젖소 보내기' 환송식에서 정황근 농식품부장관 등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신학교 졸업후 경북 안동에서 전도사로 재직하던 중 이 대표는 1957년 헤퍼에서 파견한 미국 농업선교사인 김승배(본명 킹스베리, Paul Kingsberry)씨를 만났다. 그의 소개로 대전 기독교연합봉사회 산하 농민학원에서 낙농기술을 배웠고, 헤퍼로부터 1969년과 1972년 모두 소 2마리를 받아 낙농업에 뛰어 들었다.


헤퍼를 통해 받은 도움을 또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는 일에도 적극 나선 이 대표는 1988년 최성도(전 서울우유 협동조합 감사)씨 등 헤퍼가축수혜자 7명과 함께 미국 헤퍼 인터네셔널 본사를 찾아 새끼 젖소 8마리를 살 수 있는 기금을 전달했다. 성금은 1989년 중국 쓰촨성 빈곤 농가에 기부됐다.

이혜원 헤퍼코리아 대표는"헤퍼는 암송아를 뜻하는 것으로 가축을 무상으로 증여받은 이들이 새끼를 낳게되면 반드시 암컷 1마리를 상환해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나누는 생명 연대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수혜를 받은 이들이 스스로 경제적 성장을 이뤄 나눔을 돌려준 것은 헤퍼 역사상 이 대표 일행이 처음"이라고 했다.

지난 해 연말 네팔로 보내진 젖소 101마리는 수도 카트만두에서 동남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신둘리(Sindhuli) 지역 농가에 전달돼 사육되고 있다. 이 곳에서는 네팔정부 주도로 시범낙농마을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농식품부, 축산경제는 젖소 농가별로 교육을 진행하는 한편 국내 전문가를 파견해 후속 조치를 시행하고 모바일 앱을 통해 사양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네팔 신둘리 지구 낙농마을에 도착한 한국 젖소63두가 임시 우사에서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네팔 신둘리 지구 낙농마을에 도착한 한국 젖소63두가 임시 우사에서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네팔에는 전국 약 750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지만 젖소 생산성은 매우 낮다. 네팔 토착종 젖소의 연간 마리당 산유량은 880㎏, 교배 개량종의 경우 3,000㎏ 수준으로 우리나라 젖소 산유량(9,000~1만㎏)과 비교해 크게 낮다. 낙농업이 국내총생산(GDP)의 9%를 차지하는 네팔에게 한국에서 온 젖소와 기술교육이 새로운 희망이 되고있는 이유다.

헤퍼코리아의 '네팔에 젖소 101마리 보내기' 캠페인에 참여중인 김영찬 서울우유협동조합 파주유우진료소 원장은 "네팔에 직접 가보니 어려웠던 시절의 한국이 생각났다"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딱 50년후 네팔 낙농업이 한국처럼 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 6동 대강당에서 열린 월례조회에서 한국 낙농산업의 우수성 홍보와 위상 제고에 기여한 공로로 △경병희(60·이시돌목장 대표) △김영찬(76·파주유우진료소 대표) △이재복(86·안막목장 전 대표) △이정호(76·순흥목장 대표) △이혜원(55·헤퍼코리아 대표) △최충희(41·임마누엘목장 대표) 등 6인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세종=정혁수 기자 hyeoksoo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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