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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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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킹 도발→6점 부진…이관희, KBL의 맥그리거가 되고 싶다면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KBL 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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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 수비수가 있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한 명의 마네킹이다.”

창원 LG는 지난 14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8-73으로 패배했다.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률 78%(39/50)를 잃었다.

LG가 패한 원인은 셀 수도 없이 많다. 그중에서 핵심은 바로 이관희의 부진. 그는 28분 25초 출전, 6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 3스틸로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매일경제

LG가 패한 원인은 셀 수도 없이 많다. 그중에서 핵심은 바로 이관희의 부진. 그는 28분 25초 출전, 6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 3스틸로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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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희는 경기 전 훈련에서 SK를 도발하는 인터뷰를 했다. 전문 디펜더가 많은 SK에 많은 수비수가 있지만 결국 마네킹이라는 비교적 수위 높은 도발이었다. 일단 플레이오프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은 충분히 해냈다.

국민 정서상 도발을 통해 분위기를 끌어올린다는 게 그리 익숙하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전 세계 프로 스포츠를 살펴보면 경기 전 이 정도 수위의 도발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반드시 있어야 할 서비스이기도 하다. 적절한 도발은 팀 사기를 높이고 상대 기를 죽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사람들의 관심도 사게 된다. 도발에 제대로 받아치지 않는 상대는 오히려 야유를 받아 마땅한 것이 이곳의 당연한 문화다.

이런 도발을 통해 자신의 몸값을 높이고 또 최고의 인기를 가져온 대표적인 주인공이 바로 코너 맥그리거다. 그는 종합격투기 단체 UFC의 대표적인 스타 플레이어이며 경기 전부터 상대의 기를 죽이는 화려한 언변과 도발로 유명하다. 심지어 승리까지 하니 인기가 없을 수가 없다.

이런 측면에서 이관희의 ‘마네킹 도발’은 박수받아 마땅한 멋진 도발이었다. 다만 승리하지 못한 순간 이러한 도발은 엄청난 역효과가 되어 돌아온다. 심지어 이관희는 SK 수비에 막혀 어떤 농구도 하지 못했다. 도발한 건 분명 멋진 일이었지만 결과가 받쳐주지 않으니 멋이 없었다.

오히려 SK 선수들이 이관희의 ‘마네킹 도발’에 시계 세리머니로 맞받아쳤다. 최원혁과 최성원은 3점슛 성공 후 이관희의 시계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특히 최원혁은 시계가 고장 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승자가 패자가 된 이의 도발에 대해 보일 수 있는 최고의 답이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결국 도발도 승리가 이어졌을 때 더욱 빛이 나는 법이다. 맥그리거가 승리보다 패배에 익숙한 선수였다면 그의 도발은 그저 패자의 재롱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관희 역시 농구가 아닌 도발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면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그는 SK와의 1차전에서 압도적으로 패배했다.

이관희는 다가올 2차전에서 자신의 도발에 걸맞은 농구를 보여줄 수 있을까. 그가 실력으로 증명할 수 있다면 그보다 멋진 결과도 없을 것이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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