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알렉세이 모스칼리요프가 지난 23일(현지시간) 툴라 지역 예프레모프에 있는 자신의 집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하는 글을 쓴 혐의로 체포돼 가택연금 중이던 50대 러시아 남성이 재판 전날 탈출했다. 아버지가 체포된 뒤 보육원에 보내진 12세 딸은 아버지와 생이별하게 됐다.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300㎞ 떨어진 툴라주 예프레모프의 자택에 갇혀 있던 알렉세이 모스칼리요프(54)가 전날 위치추적 장치가 달린 발찌를 끊고 탈출했다고 메디아조나와 모스코우타임스 등 현지 매체들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은 그의 행방이 묘연하다고 밝혔다.
모스칼리요프는 지난해 SNS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이달 초 체포된 뒤 가택연금 중이었다. 이날 모스칼리요프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열린 재판에서 법원은 그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모스칼리요프가 SNS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했다는 사실은 지난해 4월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딸 마샤(12)가 미술 시간에 그린 그림 때문에 밝혀졌다. 교사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싸우는 병사들을 영웅으로 묘사하는 그림을 그리라고 지시했으나 마샤는 우크라이나 여성이 러시아 미사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는 모습을 그렸다. 연방보안국(FSB)이 마샤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모스칼리요프가 SNS에서 러시아 병사들을 “침공 가해자”라고 표현한 사실이 드러나 그는 425달러(약 55만원)의 벌금 처분을 받았다. 러시아 당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달 초 그를 군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고 체포했다.
☞ 푸틴 정권, 12세 딸이 반전 그림 그렸다고 아버지 체포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303021553001
러시아 당국은 지난 1월 법원에 모스칼리요프의 친권을 제한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이달 초 모스칼리요프를 체포한 뒤 마샤(12)를 보육원에 보냈다. 당국은 모스칼리요프가 구치소에서 나와 가택연금으로 전환된 뒤에도 마샤를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모스칼리요프는 아내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뉴욕타임스(NYT)에 “보호기관, 경찰, 검찰, 법원 등으로 대표되는 국가가 의도적으로 아버지와 딸을 갈라놓았다는 점에서 공포스럽다”면서 “푸틴 체제에서 이를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자녀를 보육원에 보내 부모와 자녀를 강제로 갈라놓는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이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이들을 길들이는 방법 중 하나다.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가제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극동 지역 부랴티야 공화국의 나탈리야 필로보나(61)도 푸틴 정권의 동원령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가 자신은 구치소에 갇히고 16세 아들은 보육원에 보내졌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 삼성 27.7% LG 24.9%… 당신의 회사 성별 격차는?
▶ 뉴스 남들보다 깊게 보려면? 점선면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