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산정하는 기준이다. 공시가격이 낮아지면 보유세 부담은 줄어든다. 다만 1주택자보다는 다주택자, 중저가주택보다는 고가주택 보유자일수록 세 부담 완화 효과가 크기 때문에 ‘부자감세’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한 주민이 먼곳을 바라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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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시가격이 보유세 산정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국가장학금 등 각종 복지정책 수급심사에도 활용된다. 지난해 4월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살던 한 모자는 80년된 낡은 집의 공시가격이 인근 지역 재개발로 인해 1억7000만원까지 오르자 생계급여 심사에서 탈락했고, 이후 한달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정부는 “공시가격 하락으로 복지 혜택을 받는 취약계층 범위도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보유세 인하와 복지확대 사이에는 모순이 있다. 보유세를 대폭 인하면서 재정이 부족해 지기 때문이다.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추후 타세목에서 증세가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재정건정성을 유지를 위해 국채발행 확대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2일 국토부의 ‘2023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 발표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 사실상 폐기?
2006년~2023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 국토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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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역대급’으로 하락한 이유는?
A :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세계적인 고금리 속에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인 약세를 보이면서 주택 가격 자체가 하락했다. 여기에다 의도적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떨어뜨렸다. 정부도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69.0%로 지난해(71.5%) 대비 2.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기존 현실화 계획에 따르면 올해 현실화율은 72.7%로 높아질 예정이었다. 집값은 떨어지고, 현실화율도 낮추니 공시가격이 역대급으로 하락한 것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 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69.0%라는 뜻은 실거래가 10억원인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6억9000만원이라는 뜻이다.
Q : 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내리기로 결정했나?
A : 지난 한해동안 주택가격이 급락하면서 전년도 공시가격을 밑도는 가격으로 실제 거래가 체결되는 ‘역전 현상’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은 시세에 현실화율을 반영해서 산출하는 것이라, 시세가 내려가더라도 현실화율이 올라가면 공시가격도 오를 수 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으로 보유세를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한 만큼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하는 예정된 미래였다는 분석도 있다. 보유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공시가격 인하, 세율인하,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2일 서울정부청사에서 2023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토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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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공시지가와 실거래가가 역전되는 현상이 왜 문제인가?
A : 조세 저항이 커질 수 있다. 예컨대 공시가격이 8억원인 아파트가 있고, 해당 단지 실거래가가 10억원까지 올랐다가 6억원으로 하락한 상태라도, 보유세는 공시가격(8억원)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세금 내는 사람 입장에서는 실거래가보다 높은 공시가격을 수용하기 어렵다.
Q : 현실화율 인하로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사실상 폐기된 것 아닌가?
A : 정부는 ‘폐기’가 아닌 ‘계획 수정’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해 11월 공청회에서 최종 90%로 설정된 현실화율 목표치를 80%로 낮추고 달성기간도 2030년에서 최장 204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는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컸고 공시지가·실거래가 역전현상도 계속 나오는 상황이라 장기계획을 세우기 쉽지 않았다. 올해 주택시장 전망도 불투명한 만큼,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결정하는 오는 11월까지는 상황을 지켜보며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많이 낮출 경우 자산의 실제가치보다 적은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가 다시 지적될 수 있다. 예컨대 20억원 시세 집의 현실화율이 40%라면 공시가격은 8억원이 되고 이에 맞춰 세금을 낸다. 공시가격과 시세간 괴리가 커지면 고가 주택을 보유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 문재인 정부는 2020년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30년까지 9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고가주택 보유자가 시세보다 현저하게 낮은 공시가격으로 세금을 내는 것은 과세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 변동 추정. 2022년 공시가격에 공시가격 변동률을 적용하여 2020년과 2023년의 공시가격을 도출한 뒤 해당연도 공정시장가액비율과 비율, 세액공제(고령자, 장기보유자 50% 공제)를 적용하여 산정함. 국토부 제공 |
보유세 인하는 ‘부자들’ 이슈 아닌가?
Q : 보유세는 정확히 얼마나 줄어드는 것인가?
A : 공정시장가액비율*이 현재와 같이 유지된다고 가정했을때, 작년 기준 10억원이었던 주택 공시가격은 올해 8억원으로 낮아진다. 이 경우 보유세는 203만4000원에서 125만2000원으로 38.5% 낮아진다. 국토부가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 변동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대부분 가격 구간에서 재산세와 종부세 모두 2020년·2022년 대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시장가액비율* : 공시가격을 보유세 과세표준에 반영하는 비율. 공시가격에서 기본공제액을 뺀 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산출하고, 이 과표에 구간별 세율을 곱하면 최종 세액이 된다.
Q : 보유세 인하는 결국 고가·다주택 보유자들만 혜택을 보는 것 아닌가?
A : 공시가격은 보유세 산정 외에 기초생활보장제도·국가장학금 등 각종 복지제도 수급심사에서도 활용된다. 공시가격이 하락하면 가구별 소득인정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해 수급대상이 넓어지거나 급여액이 늘어날 수 있다. 부동산 거래를 등기할 때 발생하는 국민주택채권 국민부담금이나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재산가액도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가 주택 보유자의 감세혜택이 훨씬 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번 보유세 인하로 공시가격 26억7000만원(시세 35억원) 1주택 보유자의 경우 지난해보다 330만원이 적은 보유세를 낸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84㎡)와 은마아파트(전용 84㎡ )를 보유했을 경우는 1000만원의 세금이 절세된다.
소득인정액* :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더한 값으로, 주택의 소득환산액 산정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일정비율 이하(2023년 기준 생계급여 30%·의료급여 40%·주거급여47% 등)인 경우 수급자로 선정한다.
Q : 지난해 숨진 창신동 모자도 생계급여 수급대상에 포함될 수 있나?
A : 지난해까지 공시가격 1억7000만원인 서울 소재 주택 보유자는 생계급여를 받을 수 없었다. 소득이나 다른 재산이 없어도 소득인정액이 73만8000원이나 발생해, 기준선인 ‘중위소득 30% 이하’(58만2000만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주택 공시가격이 1억4000만원으로 하락하게 되면, 소득인정액(43만7000만원)이 중위소득 30% 이하(62만3000만원)보다 작아진다. 1인 기준 월 18만원의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국가장학금이나 장려금 수급대상도 늘어난다. 공시가격이 지난해 4억6000만원에서 올해 3억7500만원으로 내려가는 주택 보유자의 경우, 연 350만원의 국가장학금(4인 가구)을 받을 수 있다. 근로·자녀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기준도 공시가격 2억원에서 1억4000만원으로 내려간다. 수급 대상은 지난해보다 32만 가구 늘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주요일정. 국토교통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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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우리 집 공시가격은 언제 어디서 열람할 수 있나?
A :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은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누리집(www.realtyprice.kr)에서 3월23일부터 4월11일까지 열람 및 의견제출 가능하다. 4월28일 공시가격 공동주택 결정·공시 이후에는 한달 간 이의신청을 받는다. 이의 신청건에 대해 재조사 및 검토과정을 거쳐 6월말 조정·공시 예정이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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