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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3년간 200만명 감소···러시아에 ‘인구 재앙’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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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위기 증폭

징집 피해 100만명이 탈출 추정

남성 기대 수명도 64.2세로 급감

50년 내 인구 1억2000만명 예상

경향신문

지난 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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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인구학적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4일(현지시간) 전했다. 코로나 19와 우크라이나 전쟁, 전쟁 이후 젊은층 중심의 러시아 이탈 현상 등으로 인해 2020~2022년 3년간 인구가 평시에 비해 약 200만명 더 감소했다는 것이다.

유엔은 이대로라면 앞으로 50년 이내에 러시아 인구가 1억2000만명으로 줄어들면서 1995년 세계 6위였던 러시아의 인구 규모가 세계 15위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구 소련 붕괴 후 독립한 대부분 국가에서 인구 감소 현상이 나타났지만 러시아의 인구 감소는 특히 가팔랐다. 2020~2021년 사이 러시아 인구는 130만명 감소했고,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170만명 더 많았다. 민족별로는 러시아인의 감소폭이 컸다. 2021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2010~2021년 러시아인은 540만명 감소해 러시아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에서 72%로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인구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의 공식적인 코로나19 사망자는 38만8091명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2020~2023년 사이 러시아의 초과 사망자(전염병 등 특수한 이유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 초과분)는 120~16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인구가 훨씬 많은 중국,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러시아의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사망자는 850~1100명으로 세계 최대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전쟁은 러시아의 인구 위기를 더욱 증폭시켰다. 서방 추산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17만5000~20만명에 이르는 러시아 병사들이 전장에서 사망하거나 다쳤다. 또 전쟁 발발 이후 주로 젊은층으로 구성된 50만~100만명의 고학력 러시아인들이 징집을 피해 러시아를 빠져나갔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처럼 많은 인구가 단기간에 빠져나가게 되면 다른 인구학적 문제가 없더라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며 러시아가 “인구학적 감소의 악순환”에 진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망자, 전쟁 희생자, 징집을 피해 러시아를 떠난 사람들의 숫자를 합산하면 2020~2023년 사이 러시아 인구는 정상적인 인구 감소 수준보다 190만~280만명 더 감소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러시아 남성들의 출생시 기대 수명은 코로나19 및 음주 관련 질병으로 인해 2019년 68.8세에서 2021년 64.2세로 급감했다. 현재 러시아 남성들은 방글라데시 남성들보다 6년 빨리 사망하고, 일본 남성들보다 18년이나 일찍 사망한다. 지난해 주로 남성인 IT 노동자의 10%가 러시아를 떠나면서 2021년 남성 100명당 여성 121명이었던 남녀 성비 불균형은 더욱 악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인구학적 악순환은 러시아를 (인구 규모가) 더 작고, 교육 수준은 더 낮고, 더 가난한 나라로 만들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크라이나에 있어서만 아니라 (러시아에도) 인적 재앙이었다”고 지적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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