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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튀르키예 강진] "로켓 발사 때는 준비됐었는데"…시리아 의사들의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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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상황 때보다 대응 속수무책…가족 생사도 모르는 채 진료하는 경우도

연합뉴스

지난 7일 시리아 아프린의 한 클리닉에서 한 의사가 강진으로 무너진 집 잔해 밑에서 구조된 신생아를 돌보는 모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의사로 있다는 것은 최악이다."

12년간 내전 중인 시리아의 반군 장악 지역인 북서부 아프린에서 강진 피해 환자들을 돌보는 의사 아흐메드 알 마스리 씨는 "환자를 구하지 못하거나 누군가의 고통을 경감할 수 없을 때 그건 정말 최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9일 영국 B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알시파 병원의 상주 외과의인 마스리 씨는 지난 6일 강진 발생 직후 환자들이 200명이나 몰려왔다고 말했다. 시리아미국의료협회(SAMS)라는 자선단체가 지원하는 병원에서 다른 의사 한 명과 함께 일하는 그는 지난 사흘간 수백 명의 환자를 돌봐야 했다.

마스리 씨는 병원 직원들이 환자들이 끝없이 밀려드는 것을 보고 엄청난 재난 규모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난 지진이 이 정도로 심한 피해를 입히고 이렇게 많은 환자를 양산하리라고는 결코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2013년 수도 다마스쿠스 교외의 반군 지역에 사린 신경 독가스 로켓이 떨어졌을 때 야전병원에서 일하기도 했다. 당시 주민 수백 명이 사망하고 다른 수천 명이 부상했다.

그는 "당시 우리는 훈련되고 준비돼 있었다. 재빨리 조직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런 (강진) 시나리오에는 우리가 준비돼 있지 않아 훨씬 더 상황이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강진 발생 후 그와 아프린에 있는 동료들은 우선 가벼운 부상을 당한 환자들부터 치료했다.

그러나 사지 중 하나를 절단해야 하는 환자가 나왔을 때 그는 의사로서 무력감을 느껴야 했다. "우리는 이런 종류의 재난에 대응할 역량이 없다"고 그는 말했다.

무엇보다 고통스러운 것은 지진에 따른 가족의 생사를 모른 채 진료에 임해야 했던 점이다. 지진으로 전기 공급과 인터넷이 다운되면서 가족과 연락이 두절됐기 때문이다.

그의 아내와 아이들은 국경 너머 터키 남부 가지안테프에서 살고 있었다. 가지안테프는 진앙에서 가까워 심각한 피해를 봤다.

그는 "우리는 환자들을 두 눈으로 보고 있었다"면서 "한 눈은 부상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고 다른 눈은 환자가 가족인지 아닌지를 보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그의 가족은 모두 안전하다고 동생이 병원으로 뛰어와 알려준 덕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때서야 그는 병원에서 쓰러지듯 잠들어 간신히 쉴 수 있었다.

그는 강진 발생 30여 시간 만에 몰려온 환자들로 기진맥진했을 때 후송된 7세 남자아이 모하메드를 잊지 못한다.

그는 "아이의 눈망울이 정말로 내게 꽂혔다"면서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가 나를 바라봤을 때 난 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무너진 집채 밑에서 구조된 모하메드는 압사한 아버지 시신 곁에서 발견됐고, 어머니와 형제들도 함께 숨진 상태였다.

그는 아이가 신뢰와 안도의 표정으로 자신과 의료진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면서 "아이는 많은 힘을 가져서 자신의 부상 아픔을 억누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일곱 살짜리 아이가 어떻게 그렇게 강하고 회복력이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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