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 이동하며 갈라진 땅…근 200년 지진 없어 에너지 커져
내전으로 건물 낡고 난민 피해 커…추운 날씨에 구조 난항
6일(현지시간)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에서 사람들이 무너진 건물 파편을 헤치고 희생자와 생존자를 찾고 있다. 이날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4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희생자 파악 작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튀르키예 남부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해 최소 2600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계속 늘고 있다.
이번 지진의 피해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는 진원까지 깊이가 18㎞로 얕은 편이라는 점, 이 지역에서 근 200년간 대지진이 일어나지 않아 에너지가 축적됐다는 점, 10년 넘게 이어져 온 시리아 내전으로 대다수 건물이 약화한 점, 새벽에 발생해 대피가 어려웠던 점 등이 꼽힌다.
이날 시리아 국경과 인접한 튀르키예 남동부 가지안테프와 중남부 카흐라만마라슈 지역에서 현지시간으로 새벽 4시17분(한국시간 오전 10시17분)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후 현지시간으로 오후 1시24분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슈 북북동쪽 59㎞ 지점에서 규모 7.5의 여진이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10㎞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당국에 따르면 이날 총사망자 수는 2600명 이상이다. 튀르키예에서 최소 1651명, 시리아에서 최소 100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지진으로 최소 2834개의 건물이 파괴됐고, 카흐라만마라슈 지방을 중심으로 120번의 여진이 발생했다.
주향이동단층(스트라이크-슬립 단층)의 모습. 주향이동단층은 상반과 하반이 단층면을 따라 수평으로 이동하는 단층으로, 같은 규모의 지진이더라도 단층이 수직으로 이동하는 역단층·정단층일 경우 피해가 훨씬 커질 수 있다.(미 지질조사국 홈페이지 갈무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수평 이동하며 갈라진 땅…근 200년 지진 없어 에너지 커져
튀르키예는 세계에서 지진이 활발하게 발생하는 지역 중 하나다. 아나톨리아 지각판, 유라시아 판, 아라비아판, 아프리카 판이 만나는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진은 아라비아 판이 북쪽으로 이동하며 아나톨리아 판과 충돌하며 발생했다.
특히 이번 지진이 발생한 지역은 동아나톨리아 단층에 있는데, 동아나톨리아 단층은 대표적인 주향이동단층(스트라이크-슬립 단층)이다. 주향이동단층은 단층의 상반과 하반이 단층면을 따라 수평으로 이동하는 단층으로, 같은 규모의 지진이더라도 단층이 수직으로 이동하는 역단층·정단층일 경우 피해가 훨씬 커질 수 있다.
영국 더 오픈 대학의 행성 지구과학자 데이비드 로서리는 "지면의 흔들림은 같은 규모의 진앙이 더 깊은 지진보다 심했을 것"이라고 로이터에 전했다.
진원 깊이가 비교적 얕았다는 점도 피해를 키웠다. 호주 커틴대학교 지구 및 행성 과학 대학의 크리스 엘더스 교수는 "18㎞는 매우 깊게 들리겠지만, 지진에 의해 방출된 에너지는 지각 깊숙이 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강도로 표면에 아주 가깝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5년 네팔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지진도 진원 깊이가 11㎞로 지표면에 가까웠다. 당시 지진은 약 900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지만, 이번 지진이 발생한 동아나톨리아 단층은 최근 지진 활동 없이 비교적 조용했다.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축적했다는 의미다.
영국 지질조사국의 명예 연구원 로저 머슨은 AFP통신에 "동아나톨리아 단층은 200년 이상 진도 7의 지진이 없었다"며 "이는 사람들이 지진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머슨 연구원은 이번 지진을 1822년 8월13일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4의 지진과 비교했다. 당시 이 지진으로 약 2만 명이 숨졌다. 그는 "마지막 대지진 이후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양의 에너지가 축적됐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위험 및 재해 감소 연구소 소장 조안나 포어 워커도 "2016년 이탈리아 중부를 강타해 300명이 숨진 규모 6.2의 지진과 비교했을 때 이번 지진은 250배나 많은 에너지를 방출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시리아 국경과 인접한 튀르키예 남동부 가지안테프와 중남부 카라만마라슈(카흐라만마라쉬) 지역에서 현지시간으로 6일 새벽 4시17분(한국시간 오전 10시17분)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내전으로 건물 낡고 난민 피해 커…여진 계속·추운 날씨에 구조 난항
내진 설계가 마땅하지 않았다는 점도 대규모 인명 피해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영국 포츠머스 대학의 화산학자 카르멘 솔라나는 "안타깝게도 남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는 내진 기반 시설이 고르지 못하다"고 BBC에 말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화산학자 빌 맥과이어도 "시리아에서는 이미 10년 이상 전쟁으로 많은 구조물이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튀르키예와 접경 지역인 시리아 북부에는 내전을 피해 이주해온 난민이 머물고 있다. 건물들이 낡은 데다 지진 발생 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여진이 계속되며 인명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우려도 있다. 머슨 연구원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여진)은 이웃 단층으로 퍼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진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1822년 지진 당시에도 여진은 이듬해까지 계속됐다.
엘더스 교수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큰 단층선을 따라 약 100~200㎞ 떨어진 곳에서도 여진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희생자가 1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캐서린 스몰우드 세계보건기구(WHO) 유럽 비상사태 담당관은 "추가 붕괴 가능성이 있어 인명 피해가 초기 수치보다 8배 증가하는 것을 자주 본다"며 "다음 주 사망자, 부상자가 초기 보고보다 상당히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AFP에 전했다.
추운 날씨 탓에 구조 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진앙 주변의 한낮 최고 기온은 3~4도다. 기온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7일 아침까지 영하를 맴돌 것으로 예상된다.
시리아 미국 의료협회(SAMS)의 중동 지역 책임자인 마젠 키와라는 "지금 우리는 악천후와 무너진 건물, 손상된 병원 외에도 위기에 처해있다"고 알자지라에 전했다.
머슨 연구원도 "추운 겨운 날씨는 잔해 속에 갇힌 사람들이 생존할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며 "희생자가 수천에 달할 수도, 수만에 달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yeseul@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