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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페스는 2018년에 처음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았다. 7월 1일 데뷔전에서 뉴욕 메츠를 상대로 6이닝 2실점 승리를 따냈다. 당시 메츠 선발 투수는 6이닝 3실점 패전을 떠안은 제이콥 디그롬이었다. 디그롬은 그 해 통산 첫 번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인상적인 첫 등판을 남긴 로페스는 이후 5년간 오로지 선발로만 등판했다(통산 94경기 28승31패 평균자책점 3.94).
아쉽게도 로페스의 커리어는 부상으로 점철됐다. 오른쪽 어깨가 말썽이었다. 그러다 보니 규정이닝을 채운 건 지난 시즌이 유일했다. 건강하면 좋은 활약이 보장되지만, 건강을 지키는 것이 로페스에게 어려운 과제였다.
부상으로 꽃을 피우지 못하던 로페스는 지난해 개인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다. '건강'이라는 전제 조건이 성립되자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10승10패 3.75 180이닝). 4월에는 내셔널리그 이달의 투수로 선정되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6경기 평균자책점 2.34).
로페스는 162경기 시즌을 제대로 치러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시즌 중반 체력적으로 흔들리는 구간이 있었다. 하지만 시즌 마지막 네 경기를 26⅓이닝 6실점으로 마치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최종전 밀워키와의 경기는 7이닝 무실점이었다. 참고로, 로페스는 지난해 '5이닝 이상, 무실점' 등판이 내셔널리그 세 번째로 많았다(잭 갤런 9경기, 조 머스그로브 8경기, 로페스 7경기).
로페스의 주무기는 체인지업이다. 체인지업 덕분에 잦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받을 수 있었다. 커리어 초반 서드피치 장착에 힘을 들이면서 체인지업을 아꼈지만, 점차 체인지업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2021년 로페스는 처음으로 체인지업 비중이 포심 패스트볼 비중을 넘어섰다(체인지업 32.5%, 포심 31.8%). 지난해에는 메이저리그 규정이닝 투수 중 체인지업 최다 비중 1위에 오르면서 확실한 체인지업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35.3% - 파블로 로페스
31.6% - 타일러 앤더슨
31.2% - 로건 웹
30.5% - 마르코 곤살레스
로페스의 체인지업은 타자들을 압도하는 구종은 아니다. 더 강력한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투수들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특출난 구종이 없는 로페스에게 체인지업은 마지막 동아줄이다. 체인지업이 없었다면 로페스는 현재의 지위를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로페스의 체인지업은 멜 스토틀마이어 주니어 투수코치를 만나고 완성됐다. 지난해 팔동작에 변화를 주면서 체인지업을 던질 때 숨김 동작(디셉션)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었다. 바뀐 팔동작이 어깨에 가하는 부담을 덜어준다는 현지 분석도 나왔다.
체인지업은 최대한 포심과 비슷하게 던져야 효과적이다. 포심과 같은 궤적으로 오면서 구속 조절을 통해 타자를 속여야 한다. 로페스는 이 원리를 아버지에게 배웠다.
의사였던 아버지는 아마추어 야구선수로도 활약했다. 어린 시절 로페스의 야구코치였다. 아버지는 어린 로페스를 보호하기 위해 변화구를 던지지 말 것을 주문했다. 대신 느린 포심을 던져보라고 가르쳤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익힌 팜볼이 현재 체인지업의 시초다. 이후 로페스는 고교 시절 배구에서 터득한 공의 회전을 접목해 체인지업을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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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나는 2000년대 중반 미네소타의 에이스였다. 2004년(20승6패 평균자책점 2.61)과 2006년(19승6패 평균자책점 2.77)에 사이영상을 수상한 리그 최고의 투수였다. 2008년 2월 트레이드로 미네소타를 떠났지만, 미네소타에서의 전성기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산타나는 유망주 시절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그저 그런 불펜 요원으로 분류됐던 산타나는 트리플A 시절 바비 쿠에야르 코치에게 서클 체인지업을 배우면서 인생 역전을 이뤄냈다(쿠에야르는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스승이기도 하다). 이 서클 체인지업으로 리그를 녹인 산타나는 단번에 최정상으로 올라섰다. 미네소타 팬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산타나는 사이영상을 받은 최초의 베네수엘라 투수였다.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베네수엘라 투수들에게는 영웅이었다.
역시 베네수엘라에서 태어난 로페스도 산타나의 피칭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 로페스는 산타나와 더불어 또 다른 베네수엘라 투수인 펠릭스 에르난데스도 좋아했지만, 자신과 피칭 스타일이 유사한 산타나를 더 본받았다고 말했다(팬그래프닷컴). 한편, '룰5드래프트의 신화'로 불리는 산타나는 플로리다가 지명 직후 미네소타로 트레이드했다. 플로리다는 로페스가 있었던 마이애미의 이전 구단명이다.
산타나를 동경했던 로페스는 마치 운명처럼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게 됐다. 과연 미네소타에서 산타나가 걸었던 화려한 꽃길을 걸을 수 있을까. 평행이론이 펼쳐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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