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가 지난 2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지역 한인 라디오 방송 ‘DKNET’에 출연해 했던 여러 발언들이 대중들의 공감대를 얻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일부 주장들은 사실 관계 또한 제대로 파악하지 않아 물의를 빚고 있다.
이 방송에서 추신수는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일찍 태어났다고 다 선배가 아니다.’ ‘WBC에서 새로운 선수를 뽑았어야 했다’ 등 여러 수위 높은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결국엔 야구계 일부 의견을 대변한 시각이거나 개인의 오해가 담긴 견해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23 WBC 대표팀 마운드는 젊은 에이스 구창모 등을 중심으로 역대 대회 가장 낮은 26.1세의 평균연령의 선수들로 구성됐다. 추신수가 지적한 김광현, 양현종 등만 내세우는 새 얼굴들이 부족한 베테랑 위주의 마운드와는 사실관계부터 맞지 않다. 사진=김재현 기자 |
실제 안우진(24, 키움)의 선발에 대한 논란의 발언의 문제점은 별개로 차치해 두더라도, 추신수가 ‘세대교체’를 이유로 상당한 시간을 들여 계속해서 지적한 사안이 있다. 바로 대표팀 마운드에 새 얼굴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 발언도 팩트를 따져보면 실제와 달라 그 주장의 의미가 퇴색된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투수 엔트리의 구성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영건들이 주축이 된 역대 대회 가장 젊은 마운드이기 때문이다.
최종 엔트리 30인 가운데 투수는 15명으로 구성됐다. 우완 8명, 사이드암 2명, 좌완 5명이다.
이 가운데 만 30세 이상 투수는 단 4명에 불과하다. 단순히 따져 봐도 대표팀 투수 엔트리 15명의 평균연령은 만 26.1세로 매우 어린 편이다. 단연 역대 총 4차례의 WBC 대표팀 투수진 엔트리 중에서도 평균연령이 가장 낮다.
김광현(34, SSG), 양현종(34, KIA), 이용찬(34, NC), 고영표(31, kt)까지 단 4명의 만 30대 이상 베테랑 투수들과 롯데의 김원중(29)-박세웅(27)이 나이상으로는 그 뒤를 받친 중견이 되는 구성이다.
그리고 15명 가운데 나머지 9명의 투수들은 대부분 20대 초중반, 일부가 20대 중반인 젊은 투수들로 엔트리가 채워졌다. 원태인(22, 삼성), 곽빈(23, 두산), 구창모(25, NC), 소형준(21, kt), LG의 고우석(24)-김윤식(22)-정우영(23), 정철원(23, 두산), 이의리(20, KIA)까지 입단 3~7년차 이내 젊은 투수들로 채워졌다.
해당 라디오에서 추신수는 “언제까지 김광현, 양현종이냐. 일본에서도 ‘언제까지 김광현이냐’라는 기사가 나온다. 일본만 봐도 새로운 얼굴들이 많다”면서 “나라면 미래를 봤을 것이다. 당장의 성적보다도 앞으로를 봤을 것 같다. 새로운 선수를 뽑았어야 했다”라며 강도 높게 이번 WBC 대표팀 마운드 엔트리를 비판했다.
하지만 이는 이강철 WBC 대표팀 감독의 투수 선발 기조나 마운드 운영 계획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과 조범현 WBC 기술위원장은 이번 대회에 ‘세대교체’와 ‘국제경쟁력’을 모두 잡기 위해 젊은 투수들을 위주로 선발로 내세우고 김광현, 양현종, 이용찬 등 베테랑들에게 경기 승부처 중요한 장면의 구원투수로 임무를 맡길 계획이다.
투구수 제한이 있는 특성상 보직 파괴를 천명하고 선발과 구원진의 구분 없이 마운드를 운영할 계획. 그럼에도 결국 가장 중요한 선발투수는 구창모, 곽빈, 원태인, 박세웅, 소형준, 김윤식 등 20대 젊은 투수들을 위주로해서, 국제대회 경쟁력이 뛰어난 사이드암 고영표까지 인원이 맡을 전망이다.
대필승조 역시 마찬가지다. 김광현과 양현종이 승부처에 나선다고 할지라도 경기를 매조지는 역할의 마무리 투수는 고우석이 맡을 게 매우 유력하다. 거기에 정우영, 정철원과 같이 젊은 구원진도 베테랑 이용찬과 함께 불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평균연령이나 역할 측면으로 봐도 이번 WBC는 마운드에서만큼은 분명한 세대교체를 진행 중인 게 사실이다. 추신수가 긴 시간을 들여 미발탁의 아쉬움을 드러낸 안우진과 문동주(19, 한화)가 대표팀 엔트리에 빠졌다고 마치 대표팀 마운드가 노장들로만 채워진 것이 아니란 뜻이다.
한국 마운드 에이스가 될 ‘대표 투수’의 세대교체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라면 많은 이가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성적만 생각해서 베테랑만 뽑아, 새로운 얼굴의 발탁이 필요했다’는 주장은 적어도 투수 엔트리에선 공감을 얻기 어렵다.
추신수는 김현수를 언급하며 한국 WBC 대표팀에 새로운 얼굴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야수진의 경우 평균연령이 32세에 달할 정도로 고령화가 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층이 얇은 한국의 특성, 국제경쟁력이 중요한 WBC 대표팀의 역대 특성 등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현실이기도 하다. 사진=천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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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야수진의 경우 평균 연령이 32세에 달할 정도로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절실한 게 사실이다. 또한 주축 선수들 가운데 30대 이상의 베테랑이 많은 것도 향후에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는 과거 WBC 대표팀 야수진이 젊은 선수들로 구성됐던 것과 비교하면 그 명암이 두드러지는 요소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은 ‘국제경쟁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WBC라는 대회 특성 또한 간과한 지적이기도 하다. 역대 WBC 사례를 놓고보면 우려는 되지만 지나치게 희귀한 경우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대회에서도 도미니카 공화국, 쿠바, 푸에르토리코, 파나마 등 남미 국가들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에선 이미 은퇴를 한 선수들이나 빅리그에서 뛰지 못하고 전성기가 지난 베테랑들이 다수 대회에 나서기도 했다.
단기전의 풍부한 경험이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대회 특성상 이는 선수층이 매우 두터운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어쩔 수 없는 현상인 동시에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일본 WBC 대표팀 마운드는 일부 베테랑들을 제외하면 164km를 던지는 만 21세의 사사키 로키 등 젊은 투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는 불과 1~2년 만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 오랜 기간 두텁게 쌓인 일본의 선수층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결과다. 부러움의 대상인 게 사실이지만, 분명 한국과는 차이가 있는 현실에 우리는 살고 있다. 사진=일본야구대표팀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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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가 직접 비교의 예를 든 일본과 같은 경우는 국제경쟁력과 세대교체라는 토끼를 모두 잡고 있는 매우 좋은 사례다.
오타니 쇼헤이(28)가 확실한 중심을 잡고 있고 164km의 강속구를 던지는 사사키 로키(21), 일본 선수 홈런 신기록의 주인공 무라카미 무네타카(22) 등 젊은 신예가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체적인 선수들의 면면이나 이름값, 기량에 대한 격차도 일본과 비교해 한국 대표팀 엔트리가 한 수 아래인 게 객관적인 사실에 가깝다.
다르빗슈 유(36, 샌디에이고)와 이마나가 쇼타(30, 요코하마)를 제외하면 확정 인원이나 내정 인원 모두 20대 투수들로 엔트리를 채울 예정이며, 그들이 주역인 일본 마운드의 두터움도 한국과는 비교도 하기 힘들 정도의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대 WBC 대회 어떤 한국의 대표팀도 일본과 이 정도의 객관적인 전력 차이가 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상대적으로 적은 선수풀에서도 전력을 쏟아 기대치 이상의 성과를 올렸던 게 한국 대표팀이다.
그리고 대표팀이 그 닻을 올리기도 전에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않고, 발탁이 무산된 대상을 섣불리 언급해서 개인적인 아쉬움을 표현하는 것은 현재 엔트리에 뽑힌 선수들에게는 ‘대선배로’로서의 예의가 아닌 발언이기도 하다. 안우진과 문동주만 한국야구에 귀중한 자산인 것은 아니다.
추신수가 ‘논란의 특정 선발 문제’에 대해 집중하는 게 아니라 더딘 대표팀 야수진의 세대교체에 대한 아쉬움을 위주로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언급했다면 논란은 이만큼 크지 않았을 터다.
동시에 풍부한 미국과 일본 등의 선수층에 대한 객관적인 전력을 소개해주면서 한국과의 차이를 일깨워주거나, 한국야구가 올바른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쪽에 더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컬처 체인저’로서의 그의 발언에 무게가 더 실리지 않았을까.
추신수의 말처럼 일찍 태어났다고 다 선배는 아닐 터다. 동시에 한국야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들이 하는 말이 모두가 사실인 것도 아니다. 적어도 추신수 정도 되는 ‘위치의 인물’이 하는 말은 어쩌면 천금보다 더 한 무게가 필요한 때가 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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