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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 침공 반대한 러시아 외교관의 '푸틴 작심 비판'[P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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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편집자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작년 5월 사직서를 제출한 러시아 외교관 보리스 본다레프가 세계적인 외교·안보 전문 매거진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2022년 11·12월호에 기고한 글을 요약 소개합니다.

머니투데이

(모스크바 AFP=뉴스1) 최서윤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우측)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국방통제센터에서 국방 고위 지도부 확대 회의를 열고 있다. 2022. 12. 21.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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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간 나의 일과는 늘 같은 방식으로 시작됐다. 오전 7시반에 일어나 뉴스를 확인하고 제네바에 있는 주유엔 러시아 대표부 사무실로 차를 끌고 간다. 일과는 쉽고 예측 가능했다. 러시아 외교관으로 산다는 것이 가진 특징이었다.

2월 24일은 달랐다. 전화기로 뉴스를 살피는데 놀랍고도 당혹스러운 소식과 맞닥뜨렸다. 러시아 공군이 우크라이나에 폭격을 가하고 있었다. 하르키우, 키이우, 오데사가 공격을 받고 있었다. 러시아군이 크림 반도에서 우크라이나 남부의 도시 헤르손으로 밀려 들고 있었다. 러시아 미사일이 건물을 돌무더기로 만들었고 주민을 떠돌이로 만들었다. 나는 영상에서 공습 경보 사이렌과 겹쳐진 폭발을 보았고 겁에 질려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보았다.

서방의 뉴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소련 시대에 태어난 나는 도무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걸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긴밀한 친구로 여겨졌고, 같은 나라로서 독일과 맞서 싸웠던 역사를 비롯한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가 얼마나 잔혹하고 억압적인 국가가 됐는지를 부정하는 걸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웃을 예속시키고 그 민족적 정체성을 지워버리기 위해 고안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한 행위였다. 러시아 정부는 침공으로 어떤 반대파든 처단할 수 있는 핑계를 얻었다. 이제 정부는 우크라이나인들을 죽이기 위해 수천, 수만의 징집병들을 계속 보내고 있다. 이 전쟁은 러시아가 더는 단순히 독재적이고 공격적인 국가가 아닌, 파시스트 국가가 됐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내게 있어 이번 침공이 보여준 것은 내가 지난 20년간 지켜본 것과 관련이 있다. 바로 정부가 자기 자신의 프로파간다에 휘말려 천천히 뒤틀리기 시작하면 어떻게 되는가이다. 여러해 동안 러시아 외교관들은 미국 정부를 적대하고, 거짓말과 억측으로 자국이 외국에서 저지르는 일을 방어해왔다. 우리는 과장된 수사를 받아들이고 크렘린이 우리에게 하는 말을 다른 나라에게 무비판적으로 반복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이런 프로파간다의 최종 목표물은 외국 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우리 러시아의 지도부였다. 우린 외교 전문과 성명을 통해 크렘린에게 온 세상이 러시아의 위대함을 인정하고 서방의 주장을 물리쳤다고 보고해야 했다. 푸틴의 위험한 계획에 대해 어떠한 비판도 가하면 안됐다. 이러한 행위는 심지어 러시아 외무부의 최상부에서도 벌어졌다. 크렘린에 있는 내 동료들은 푸틴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좋아하는 까닭은 언제나 대통령에게 '예스'만을 외치고 그가 듣고 싶어하는 말들만 해줘서 같이 일하기 "편하기" 때문이라고 내게 연거푸 말하곤 했다. 그렇다면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함락하는 데 별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예스맨들에게 둘러싸여내린 결정이 어떻게 파탄나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정복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러시아 정부가 솔직한 평가를 지도자에게 보고할 수 있게 돼 있었다면 푸틴도 우크라이나 정복이 불가능하리라는 걸 알았으리라. 군사 부문에서 일하고 있던 러시아 외교관들에게는 러시아군이 실제로는 서방이 두려워 하는 것만큼 강력하지 않다는 게 당연한 사실이었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강제 병합한 후 서방이 러시아에 가한 경제 제재가 정치가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크렘린의 침공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를 약화시키긴 커녕 되려 강화시켰고, 러시아의 경제를 위축시키기에 충분한 제재로 이어졌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파시스트 정권은 권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정당화하지 경제적 이득을 주민들에게 주는 것으로 그리하지 않는다. 푸틴은 너무나 공격적이고 현실과 유리돼 있어 경기침체가 그의 행보를 막을 성싶진 않다. 푸틴은 자신의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이 약속한 위대한 승리를 원하며 자신이 그런 승리를 성취할 수 있다고 여긴다. 그가 휴전에 동의한다 할지라도 그저 러시아군에게 잠시간의 휴식을 줄 뿐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하면 그는 몰도바 같은 과거 소련의 일부였던 또다른 국가를 공격할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미 몰도바의 분리주의 지역을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독재자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만 남는다. 그것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4월 말한 것처럼 러시아를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행위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화시키는" 것이다. 무리한 목표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이미 상당히 약화된 데다 최정예 병사의 상당수를 잃었다. 나토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으면 우크라이나는 북부에서 그렇게 했듯 동부와 남부에서도 러시아를 격퇴시킬 수 있다.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 푸틴은 국내에서 위태로운 상황에 처할 것이다. 자국의 엘리트와 대중에게 왜 그들의 기대를 저버렸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죽은 군인들의 가족에게 왜 그들이 무의미한 죽음을 당했는지 말해야 한다. 그리고 푸틴은 계속되는 경제 제재 때문에 지금보다 더 악화된 상황 아래서 이 모든 것을 해야 한다. 푸틴이 이에 실패하여 대대적인 반발에 직면하고 권좌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 또는 다른 희생양을 찾다가 숙청의 대상이었던 보좌진들에 의해 타도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푸틴이 물러나게 되면 러시아는 과거의 영광에 홀리기를 멈추고 진정으로 재건을 시작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보리스 본다레프(Борис Бондарев)는 2002년부터 2022년까지 러시아 외무부에서 외교관으로 일했으며 최근까지 제네바(유엔 유럽본부) 주재 러시아 대표부의 참사관이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며 지난 5월 사임했다.


이 글은 머니투데이의 국제·시사 전문 버티컬 PADO의 '우크라이나 침공 반발해 크렘린 떠난 러시아 외교관의 수기'를 요약한 것입니다.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독자 여러분이 급변하는 세상의 파도에 올라타도록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subin.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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