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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기술위원회는 4일 도곡동 KBO회관에서 WBC 대표팀 엔트리 관련 회의를 열고 대회에 나갈 30명의 최종 엔트리를 확정했다. 뽑힐 만한 선수들이 다 뽑혔다는 평가를 받지만, 기량만 놓고 보면 가장 큰 예외가 있으니 바로 안우진의 탈락이었다. “이런 저런 부담을 느낀 KBO가 결국 안우진 카드를 포기할 것”이라는 기존 예상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성적과 기량, 그리고 지금 대표팀에서의 필요성을 놓고 보면 안우진은 어쩌면 30인 엔트리에 가장 먼저 이름이 적혔어야 마땅한 선수였다. 안우진은 올해 30경기에서 196이닝을 던지며 15승8패 평균자책점 2.11, 224탈삼진의 괴물 같은 기록을 남기며 자타가 공인하는 KBO리그 최고 투수로 우뚝 섰다. 대표팀 에이스 선배들인 김광현(SSG)과 양현종(KIA)마저 안우진의 공을 최고로 평가할 정도였다.
그러나 고교 시절 학교폭력 관련으로 징계를 받은 경력이 두고두고 발목을 붙잡고 있다. 안우진은 당시 사건으로 주관 단체인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자격정지 3년 징계를 받았다. KBO리그 드래프트와 입단에 문제는 없었으나 문제는 대표팀이었다. 3년 이상의 징계를 받은 선수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대한체육회 주관의 국제 대회 출전 자격이 영구 발탁된다는 조항이 있다. 이에 따라 안우진은 올림픽에도, 아시안게임에도, 심지어 프리미어12에도 나설 수 없다.
단,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최하고 KBO가 주관하는 WBC는 상관이 없었다. 안우진 측도 WBC를 앞두고 과거를 사과하며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야구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이번 WBC 대표팀에 참가하고 싶다는 강한 열의를 보였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결국 대표팀은 안우진을 외면했다. 대체 선수 후보에서도 사실상 제외된 뉘앙스다.
법적인 문제는 없더라도 대표팀 선발은 국제 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불허한 대한체육회의 결정과 일정 부분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또한 안우진 관련 논란이 아직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KBO로서는 이래나 저래나 부담스러운 결정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조범현 기술위원장도 “선수 선발 기준은 선수 기량과 함께 나를 대표하는 국가대표라는 상징적 의미와 책임감, 자긍심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고 에둘러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안우진의 미래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는 안우진의 밝은 미래 앞에는 현재 병역 문제, 그리고 FA 등록일수라는 두 가지 걸림돌이 있다.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릴 아시안게임은 징계상 출전할 수 없는데, 그래도 여론을 돌리고 실낱같은 가능성을 잡으려면 이번 대회 출전이 필요했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이 기회가 날아갈 것으로 보이고, 합법적으로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회가 이제 더 이상 없다. 메이저리그 진출이나 FA 취득 시점도 2년 더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병역은 병역대로 성실하게 마무리한다고 해도 FA 등록일수를 채울 기회도 놓쳤다. 2018년 1차 지명을 받은 안우진은 지난해까지 한 시즌 등록일수로 인정되는 145일을 한 번도 채우지 못했다. 2018년은 97일, 2019년은 107일, 2020년은 130일, 2021년은 139일이다. WBC에 출전하면 참가 자체로 10일을 시작, 4강에 가면 30일, 우승을 하면 60일까지 등록일수가 더해진다.
즉, 이번 WBC에 출전만 했어도 등록일수가 모자라는 한 시즌을 메워 FA 자격을 1년 더 당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포스팅 및 FA 자격 취득 시점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메이저리그 진출 시점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 시점은 자연히 몸값에 대한 다른 평가로 이어진다. 안우진은 등록일수 혜택이 주어지는 아시안게임, 올림픽, 프리미어12에 모두 나갈 수 없다. WBC가 유일한 길이었다. 안우진을 삐딱하게 보는 시선을 가진 이들은 대표팀에서의 명예와 이미지 회복은 물론 실리적인 부분도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KBO도 부담은 떠안았다. 대표팀 마운드가 다소 헐겁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최고 투수인 안우진을 선발하지 않았다. 만약 대회에서 마운드에 문제가 생긴다면 또 ‘안우진’이라는 단어가 소환될 수밖에 없다. 여론이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아시안게임이야 징계가 확정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징계와 무관한 WBC까지 출전을 시키지 않은 건 가혹하다는 여론도 여전히 존재한다.
KBO리그에서 징계를 받았던 선수들이 이전부터 대표팀에 슬쩍 끼어 있었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유독 안우진에게만 박하게 굴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진다면 KBO의 고심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WBC는 4년 뒤에도 있고, 그때까지 안우진 논란이 이어지는 건 그렇게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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