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지형준 기자] 강철 감독과 조범현 기술위원장이 WBC 대표팀 최종 엔트리 관련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2023.01.04 /jpnews@ose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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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한용섭 기자] 지난해 3월이었다. 허구연 KBO 신임 총재는 취임식에서 단호한 메시지를 전했다. 허구연 총재는 프로야구의 인기 회복과 재도약을 위해 선수들에게 특별히 당부했다.
그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4不(음주운전, 승부조작, 성 범죄, 약물복용)을 금지 사항으로 특별히 지켜주기 바란다”고 했다. 최근 일부 선수의 일탈로 야구계 전체에 엄청난 피해를 주는 사례가 이어진 것을 경계했다.
지난 4일, KBO는 오는 3월에 열리는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30인 최종 엔트리를 발표했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과 조범현 KBO 기술위원장이 참석해 30명 명단을 공개했고, 국가대표 발탁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조범현 기술위원장은 "선수 선발 기준은 기량과 함께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상징적 의미, 책임감, 자긍심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최종적으로 30명을 선발했다"라고 언급했다.
최대 관심사였던 투수 안우진(키움)은 대표팀 명단에 없었다. 안우진은 지난해 투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리그 최고 투수로 손색없는 성적을 거뒀다.
그는 지난해 30경기에 등판해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1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손가락 물집 부상으로 피를 흘리면서도 평균자책점 2.08(8⅔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평균자책점 1위, 탈삼진 1위, 다승 공동 2위였다. 특히 224개의 탈삼진은 2021년 아리엘 미란다(225개)에 이은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2위. 국내 투수 중에는 고 최동원(223개)을 제치고 역대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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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우진은 과거 고교 시절에 학교 폭력 가해 꼬리표가 붙어 있다. 성적으로는 리그 최고 투수이지만 과거 잘못된 행동으로 예비 명단에도 포함되지 못했고, 최종 엔트리에서도 탈락됐다.
그런데 금지약물 복용 이력이 있는 내야수 최지만(피츠버그)은 당당하게 WBC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허구연 총재가 특별히 강조한 4가지 금지 사항에 해당하는 금지약물 복용으로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던 선수는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최지만은 2014년 시애틀 마이너리그 시절에 금지약물 양성 반응으로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5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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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의 학교 폭력 가해는 분명 잘못된 행위다. KBO리그 데뷔 후 그에 따른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또 대한체육회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징계로 인해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대한체육회 주관의 국제대회 대표팀 자격을 박탈당했다.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는 WBC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안우진의 학교 폭력 피해자로 알려졌던 고교 후배들은 지난해 말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들은 "우리를 학교 폭력의 피해자라고 하지만 아무도 당시 상황을 폭행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안우진을 대리하는 백성문 변호사는 “안우진의 학교폭력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알려진 사실과 달리 가혹한 폭행을 저질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안우진은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졌을 때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합의를 했다.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와 징계 절차가 진행될 때부터 꾸준히 안우진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검찰로부터도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학교 폭력과 금지약물 복용의 무게가 다른 것일까. 아니면 최지만은 메이저리거라서 안우진과는 다른 잣대가 적용된 것일까. 안우진의 학교 폭력은 2017년 휘문고 3학년 있었던 일이다. 최지만의 금지약물 복용은 2014년 일이다. 일탈 행위에 따른 벌칙에 유효 기간이 있는 것일까. 안우진에게 낙인 찍힌 주홍글씨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KBO 스스로 ‘국가대표 상징적 의미’에 대해 모호한 기준을 결정했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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