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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유럽 가스 가격, 러 우크라 침공 전 수준 회복…안심하긴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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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독일 북부 루브민에 위치한 노르트스트림1 시설. 루브민|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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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증했던 유럽의 가스 도매가격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낮아지며 안정세를 찾고 있다. 다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현지시간) 유럽 가스 가격지표인 네덜란드 TTF 선물 시장에서 천연가스 2월 선물 가격은 ㎿h(메가 와트시)당 70.8유로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날 당시 88유로보다 18유로 이상 낮다. 지난해 8월 350유로대에 거래되던 것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맞서 가스 수출을 중단해 이번 겨울 유럽에 에너지 위기가 닥칠 것이란 우려는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전쟁 이전 러시아는 유럽 내 가정용 난방, 산업용 가스 수요의 40%를 제공해왔다. 앞서 지난해 러시아는 독일로 이어지는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가스 공급을 수시로 차단해 에너지를 무기화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유라시아그룹은 “가스 가격을 높여 올겨울 유럽에 가스 부족 사태를 일으키려던 푸틴의 시도는 실패했다”면서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저치인 가스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스 도매가격 안정세는 러시아산 가스의 대안을 찾으려는 유럽 차원의 노력과 비교적 온화한 겨울 날씨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유럽은 미국, 카타르 등에서 액화 처리한 가스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미국에서 유럽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물량은 전년 대비 100% 이상, 카타르발 물량은 약 20% 늘었다. 유럽국들은 안정적인 가스 공급을 위해 LNG 하역·저장·기화·송출 설비인 터미널도 신속하게 세웠다. 각국 정부는 높은 전기 사용료 부과, 절전 캠페인을 동시에 추진했고, 가정·산업 부문 가스 소비량은 약 20% 줄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2월부터 천연가스 가격 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조치들로 EU 회원국 대부분은 가스 비축분을 저장 가능한 최대 용량의 90%까지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유럽 전역으로 기준을 확대해도 83%로 지난 5년 평균 비축률 70%를 훨씬 웃돈다. 이른 봄 꽃샘추위가 닥치더라도 대처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가스 도매가격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유럽의 가스 기준 가격은 최근 고점 대비 내림세는 맞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5배 정도로 여전히 높다. 철강, 유리 등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업종의 경우 다른 지역 사업자들과 가격 경쟁에서 앞서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장 개방 상태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주요 가스 수출국인 미국의 가스 기준 가격은 유럽국의 5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가스 도매가격 하락 효과를 소비자와 기업들이 곧장 체감하기도 어렵다. 각국 가스공사는 환율 변화 등 가격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가스를 선물 구매한다. 가스 도매가격 내림세가 계속 이어진다는 전제 아래, 최종 소매 비용 하락을 체감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가스 외에 다른 에너지원 시장 상황은 더욱 불확실하다. EU는 지난달부터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금수 조치를 시작했다. 특히 운송업계에 중요한 경유 가격 오름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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