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회담 이후 대화모드…기술통제로 '전략적 경쟁자' 中 부상 차단
제재 강화·우크라 지원 등으로 러와 적대관계 '新냉전'…확전 방지 주력
미국의 우위를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적 경쟁자로 지목한 중국과 중·장기적인 대결을 승리로 이끌면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즉각적인 위협에도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가 천명한 국가안보전략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바이든 정부는 대만 문제를 포함해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어떤 이유에서든 충돌로 비화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정상회담 후속 대화 등을 통해 소통 채널을 유지하면서 이른바 '책임 있는 경쟁 관리'를 계속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이유로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전되지 않도록 우크라이나에 방어 위주의 무기 지원을 계속하면서 러시아와도 직접적인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든-시진핑 첫 대면 정상회담서 악수 |
◇ 中과 대화 유지하며 경쟁 관리…첨단기술 통제 가속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 11월 정상회담으로 표면화된 미중간 대화 모드는 새해에도 일단 계속될 전망이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대중 관계와 관련, "미중 정상간 솔직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토대로 양국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할 것"이라면서 "나는 내년초 중국 방문에서도 이런 대화가 진전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과 대화하는 동시에 안보 및 경제적 측면에서는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의 협력 강화 등을 통해 대중(對中) 견제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은 물론,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등의 소(小)다자 안보협력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IPEF는 바이든 대통령의 동아시아 순방 계기에 지난 5월 출범했으며 분야별 세부 협상은 내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최종 타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나아가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맞춤형 통제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당은 좁게 하고 담장은 높게 한다'는 전략에 따라 지난 10월 반도체 장비 등에 대한 포괄적인 수출통제 조치를 내리고, 최근 국영 반도체업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중국 기업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한 것과 같은 정책 행보가 계속될 것이란 의미다.
지난달 5일 대만해협을 통과한 미 구축함 벤폴드호 |
훈련중인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호(왼쪽) |
새해에 미국에서 2024년 대선 레이스가 본격 점화하고, 의회에서 하원의 권력이 야당인 공화당으로 넘어가는 것도 강경한 대중 정책이 지속될 것임을 뒷받침하는 이유로 꼽힌다.
이른바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는 초당적 공감대가 있기는 하지만, 대선 국면에서는 더 선명해지는 경향이 있어서다.
대중국 강경파인 공화당 케빈 매카시 의원이 하원의장에 선출된 후 대만을 방문할 경우 중국이 당 대회 이후 보인 유화적 기조를 접고 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스팀슨센터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인 윤 선은 27일(현지시간)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내년에는 미중 양국 모두 주요 국내 정치일정이 없고 이는 양국에 관계 개선을 위한 약간의 공간을 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양국간의 화해(reconciliation) 기조는 매카시 의원의 대만 방문 등과 같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군사령부 방문해 회의 참석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 |
◇ 제재 강화·우크라 지원 통해 러 위협 차단…'新냉전' 빙하기 수준의 적대관계 지속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서는 전방위적인 제재를 계속하면서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의 대외 활동 자체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수행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지속해서 이를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란 점에서다.
나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계속하면서 우크라이나를 무대로 러시아와의 간접적인 대결도 지속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필요한 한 끝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반복적으로 공약한 상태이며 2023 회계연도 예산에 449억달러 규모의 지원 예산도 편성한 상태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가 지난 23일 미국과 러시아 관계를 "빙하 시대"에 비교하면서 양국 간 충돌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차원에서다.
다만 미국은 러시아와 정상적인 외교 관계는 피하고 있으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등 핵심적 인사간 연락 채널은 유지하고 있다.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와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을 때 미국은 별도 소통 채널을 가동해서 '결정적 대응(decisive response)' 방침과 심각한 후과를 경고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포격 쏟아진 우크라 헤르손 |
미국은 같은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증대된 공격 능력을 제공하는 것도 피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 공격을 본격화할 경우 전쟁이 '러시아 대(對)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대결구도'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현재 러시아 외교 기조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러 관계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맞물려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사실상 패전을 인정하고 우크라이나에서 철군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에 미국의 대러시아 정책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얼굴 마주한 젤렌스키와 바이든 |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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