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머리를 형형색색으로 염색합니다. 빨강부터 노랑 파랑 초록까지, 그 색은 계속 바뀝니다. 은퇴한 데니스 로드먼이 떠오르죠. 등 번호도 10번입니다. 로드먼이 샌안토니오에 몸담았을 때 선택한 번호와 같습니다. 플레이 스타일도 다르지 않습니다. 공격보다는 수비를 잘하는 선수입니다.
|
NBA 신인 제레미 소한의 소셜미디어엔 이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한 손으로 자유투를 하는 것을 당당히 내세웁니다. 왜 그럴까요. (사진=소한 인스타그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프로농구, NBA 신인 제레미 소한은 열아홉 살입니다. 2022년 NBA 드래프트 전체 9순위로 샌안토니오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포포비치 감독은 새내기 선수를 올 시즌 27경기에 내세워서 경기당 25분 정도씩 뛰게 했습니다. 203cm의 키로 리바운드부터 가로채기까지, 팀의 궂은일을 챙깁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소한의 '미래가치' 못지않게 '현재가치' 역시 내세울 만 하다는 거죠.
|
NBA 역사상 로드먼 만큼 리바운드를 잘 하는 선수가 있었을까요. 개성 넘치는 로드먼은 농구를 보는 관점을 바꿨습니다. (사진=로드먼 인스타그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소한이 유명해진 건 자유투 때문입니다. 오른손, 한 손으로 던집니다. 도드라지는 개성만큼이나 도발적이죠. 우스꽝스러운 자유투로 또 한 번 로드먼 같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두 손으로 던져도 들어갈까 말까 하는 자유투를 왜 한손으로 던지나 의문이 들었습니다.
농구를 우습게 보는 게 아닌가, 괜한 개성의 과잉 아닐까 하는 우려가 싹텄습니다. 농구 만화 '슬램덩크' 속 강백호의 한 장면처럼. 강백호의 엉거주춤 슛은 미국 농구 명예의 전당에 오른 릭 배리를 따라한 거죠. 그래도 배리의 엉뚱한 언더핸드 자유투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90%의 성공률을 기록했으니까요.
|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이 장면 기억하시나요. 강백호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언더핸드 자유투를 합니다. (사진='슬램덩크'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소한 역시 잘 안 되는 자유투를 바꾸기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한 손 자유투를 시도한 게 지난 20일 휴스턴전인데, 그 전까지 소한의 자유투 성공률은 45.8%에 그쳤습니다. NBA의 자유투 평균 성공률은 75% 내외인데 그 수치보다 한참 못 미치니 뭔가 해법이 필요했습니다.
|
소한은 훈련할 때도 자유투를 한 손으로 던집니다. (사진=트위터 tom_orsborn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소한은 샌안토니오 슈팅 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였습니다. 훈련할 때도, 경기할 때도 남들 눈치 보지 않고 한 손으로 자유투를 합니다. 미국 언론 '파운딩더록'은 그 배경을 상세히 분석했습니다.
슛을 할 때 '균형'(Balance), '시선'(Eyes), '팔꿈치 활용'(Elbow), '팔을 쭉 뻗는 마무리 동작'(Follow-through)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는 것입니다.
열아홉이지만 당당히 NBA에 뽑힌 선수가 다시 슛 동작을 뜯어고치기 위해 코치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부터가 남다르죠.
NBA 선수가 된 것만으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우쭐할 수 있을 텐데 농구의 기본을 다시 배운다는 건 쉬운 결정은 아니니까요. 겸손한 수용의 자세가 인상적입니다.
|
소한은 짧은 머리를 다양한 색깔로 물들입니다. 로드먼을 떠올리게 합니다. (사진=소한 인스타그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소한의 자유투가 당장 좋아질 순 없겠죠. 그래도 조금씩 개선되는 조짐을 보입니다. 한손으로 던지기 시작한 후 지난 23일 뉴올리언스전에서 자유투 10개 중 7개를 성공했습니다. 이때도 한 손으로 던졌습니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슛하는 동작을 기억하는 게 우선이죠. 반복만이 그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눈을 감고 던져도 공이 림에 그대로 꽂힐 날이 오겠죠. 이름도 낯선 소한의 도전을 눈여겨보는 이유입니다.
오광춘 기자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