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전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연속 디그
무릎 통증, 출산 여파에도 펄펄 "엄마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 보여주고파"
흥국생명 김해란 |
(인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흥국생명의 베테랑 리베로 김해란(38)은 무릎 상태가 좋지 않다.
20년 넘게 선수 생활을 하면서 낮은 자세로 공을 받은 탓이다.
김해란은 2015년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돼 수술대에 올랐고, 이후엔 오른쪽 무릎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양쪽 무릎이 모두 무너졌다.
악바리 김해란의 무릎은 2020년 아들 조하율(3)군을 출산한 뒤 더 안 좋아졌다. 아기를 안아주기 힘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김해란은 지난해 "엄마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코트로 돌아왔고, 올해도 유니폼을 입고 상대 선수들의 강스파이크를 받고 있다.
김해란은 경기가 시작되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무릎 통증을 감내하며 근 스무 살 어린 선수들 못지않게 활발한 경기력을 펼치고 있다.
10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페퍼저축은행과 홈 경기에서도 그랬다.
흥국생명은 세트스코어 1-1로 맞선 3세트에서 흐름을 내주며 위기에 놓였다.
이때 팀을 구한 건 김해란이었다. 그는 24-23에서 상대 팀 외국인 선수 니아 리드의 강력한 스파이크를 몸을 던져 받아냈다.
김해란이 구한 공은 다시 페퍼저축은행으로 넘어갔고, 리드가 재차 강력한 오픈 공격을 시도했다.
김해란은 다시 몸을 날렸다. 오른손을 쭉 뻗어 공을 살렸고, 이를 김연경이 득점으로 연결하며 3세트를 마쳤다.
김해란의 디그 2개는 경기 흐름을 완전히 뒤바꿨다. 흥국생명은 기세를 이어가 4세트에서 승리를 거뒀다.
인터뷰하는 김해란 |
경기 후 권순천 흥국생명 감독은 "해란이는 칭찬하려면 한도 끝도 없다"며 "무릎이 그렇게 아픈데도 매 순간 엄청난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흥국생명 간판 공격수 김연경도 "언니를 볼 때면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육아를 하면서 본업에 충실하기가 어려울 텐데, 진정한 '엄마 파워'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김해란은 "5세트까지 가기 싫어서 몸을 던진 것 같다"며 웃은 뒤 "가족들의 응원과 도움이 없었다면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집에선 걷기가 어려울 정도로 무릎이 아프다"라며 "친정엄마가 안쓰러웠는지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을 많이 반대하고 있는데, 이 세상 많은 엄마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앞으로도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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