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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제27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바람앞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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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전 제1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신진서 九단 / 黑 미위팅 九단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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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보>(113~124)=신진서(22)는 대선배 이창호(47)를 닮아가고 있다. 누적 기록은 아직 까마득하지만 승률, 점유율 등에선 어깨를 견주기 시작했다. 둘 모두 LG배가 세계 정복의 거점(據點)이었다는 점도 닮았다. 이창호는 1, 3, 5회 등 통산 4회, 신진서는 세계 제패 4회 중 2회(24, 26회)를 LG배서 이뤘다. 내년 28회 우승은 다시 신진서 차례일까.

백이 △에 뛰어 상중앙 흑 5점을 둘러싼 장면. 부드러워 보이지만 당하는 입장에선 숨이 탁 막히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113은 11분의 장고 끝에 선택한 점. 참고도를 보자. 1로 뛰는 수는 잘 안 된다. 좌변 흑진의 약점 탓에 연결 통로가 선수로 봉쇄된 뒤 22에 이르면 A, B를 맞봐 전체가 사로잡힌다. 좌변 약점이 두고두고 말썽이다.

흑이 113으로 변화를 던져오자 신진서는 좌변의 맛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119까지는 줄곧 노려왔던 백의 권리이고, 120은 전형적인 쌍립 자리 급소다. 123은 좌변 흑에 피해 주지 않고 중앙 대마 수습에 승부를 걸겠다는 뜻. 어쩌면 숨통이 트일 것도 같은데, 문제는 ‘가’의 곳이 언제건 백의 절대 선수란 점이다. 바람 앞 등불 같은 흑 대마의 운명은?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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