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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돌아온 '우리 아가', 배구판도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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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을 시도하는 우리카드 아가메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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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돌아온 '우리 아가'가 배구판도를 바꿀까. 흑표범 리버맨 아가메즈(37·콜롬비아)가 우리카드의 반등을 이끌고 있다.

우리카드는 6일 열린 OK저축은행과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했다. 시즌 초반 하위권까지 처졌던 우리카드는 최근 2연승을 거뒀다. 5위(6승 5패·승점 15)지만 2위 현대캐피탈(승점21)과도 격차가 크지 않다.

우리카드가 고전했던 건 외국인 선수 레오 안드리치(등록명 안드리치) 때문이었다. 안드리치가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승부사 신영철 감독이 택한 카드는 아가메즈였다. 3일 한국전력전에서 40점을 쏟아부었던 아가메즈는 이날 경기에서도 19점에 공격성공률 53.1%를 기록하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아가메즈는 "언젠가 V리그로 돌아올 줄 알았다. 우리카드로 와 더 좋았다"고 웃었다. 아가메즈는 "UAE에서 뛸 때는 빠른 플레이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힘들 거라 생각했다. (플레이가 빠른)현대캐피탈, 대한항공전을 치른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아내 줄리와 가족들도 한국을 너무 좋아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4년 전과 비교해 우리카드는 선수층이 확 달라졌다. 아가메즈는 "사실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알던 선수들이 다 다른 팀에 있다"면서도 "나경복이 굉장히 많이 성장해 놀랐다. 서로가 이기적이지 않고 하나로 뭉치면 정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아가메즈는 2013~14시즌 현대캐피탈에 입단했다. 2m7㎝ 장신에서 나오는 타점을 살린 공격이 일품이었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김호철 감독은 "세계 3대 공격수"라며 아가메즈를 칭찬했다. 현대에서 2시즌을 뛴 아가메즈는 2018~19시즌엔 우리카드에서 뛰었고,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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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전에서 공격한 뒤 환호하는 우리카드 아가메즈. 사진 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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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돌아온 아가메즈는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초반 2경기에선 주춤하며 팀도 졌다. 그러나 지난 3일 한국전력과 경기에선 62%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40점을 쏟아부어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사흘 뒤 열린 OK저축은행전에서도 팀내 최다인 19점을 기록했다. 신영철 감독은 "시즌 도중 외국인이 바뀌어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점점 좋아지면 충분히 봄 배구에 나갈 수 있고, 단기전에서 승부를 걸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가메즈는 다혈질이다. 상대 팀 선수와 신경전을 벌이거나 동료들의 실수를 지적하는 모습이 잦았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자존심 강한 성격 때문에 꺼리는 팀도 많았다. 그러나 '당근과 채찍'을 쓴 신영철 감독과는 호흡이 잘 맞았다.

하지만 허리 디스크 때문에 재계약에 성공하고도 1경기도 뛰지 못한 채 한국을 떠났다. 아가메즈의 아내가 계약 해지 당시 허리춤을 추는 동영상을 올리며 "남편의 허리는 멀쩡하다"고 소셜미디어에 글을 남기기도 했다. 불편한 과정을 겪으며 아가메즈와 한국의 인연도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중국과 오만을 거쳐 아랍에미리트 리그에서 뛰던 아가메즈는 한국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열의가 강했다. 신영철 감독에게 먼저 메시지를 보내 안부를 묻기도 했다. 신영철 감독은 "지난 일은 지난 일이다. 아가메즈와는 남은 앙금이 없다"고 했고, 안드리치의 부상이 발생하자 아가메즈를 다시 불러들였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달라진 아가메즈의 태도다. 그는 현대 시절 삼성화재에서 마주쳤던 레오(OK금융그룹)와 경기 도중에도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만큼 승부욕이 강했다. 하지만 OK금융그룹전에선 예전과 달리 서로 미소를 띄며 대화했다. 아가메즈는 "레오와 UAE리그에서 같이 뛰었다. 예전엔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둘 다 아버지라 그런지 달라졌다"고 웃었다.

신영철 감독의 전술도 100% 수행하고 있다. 신 감독은 김재휘의 부상으로 미들블로커 높이가 낮아지자, OK전에서 아가메즈가 전위일 때 중앙 블로킹을 맡겼다. 낯선 위치, 낯선 역할이지만 아가메즈는 상대 속공을 잘 견제하고 속공까지 터트렸다. 아가메즈는 "솔직히 쉽진 않다. 상대방이 빠르게 플레이할 땐 몸이 못 따라가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팀 결정권자는 감독님이다. 감독님이 주문할 건 선수로서 당연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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