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 부상투혼 (알라이얀=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대표팀 황인범이 머리에 붕대를 감고 경기를 뛰고 있다. 2022.11.29 superdoo82@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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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고군분투하는 벤투호의 심장은 누가 뭐래도 황인범(26·올림피아코스)이다. 축구의 꽃이라는 골이나 어시스트가 없어 주목받지 못했지만, 그의 발에서 공이 떠날 때 한국 축구도 활기를 띄었다. 언성 히어로(Unsung Hero·소리없는 영웅)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황인범의 가치는 첫 월드컵이라 믿기지 않는 이번 대회 활약상에서 잘 드러난다. 황인범은 지난 28일 가나와 조별리그 H조 2차전까지 2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했는데, 미드필더로 그 이상의 활약상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한국 축구국가대표 황인범이 28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가나와의 조별예선 경기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알라이얀|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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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이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맞붙는 무대에서 먼저 입증한 것은 성실함이다. 그는 남미 강호인 우루과이와 첫 경기에서 양 팀 최다인 11.75㎞를 뛰면서 0-0 무승부의 발판을 놓았다. 그가 중원 곳곳을 누비다보니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우루과이는 단 1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플레이만 노출했다.
우루과이전에서 상대 공격을 저지하는 데 주력했다면, 가나전은 거꾸로 공격을 주도했다.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를 자처하는 그는 안정적인 패스(90회 중 79회 성공·88%)를 배달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상대 진영인 파이널 서드를 향한 21번의 패스와 4번의 롱패스를 성공시키면서 0-2로 끌려가던 후반전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가 상대 선수와 충돌해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도 붕대를 감은 채 뛴 부상 투혼은 덤이었다.
카타르 월드컵 황인범 패스 그래픽. 붉은색이 성공, 검은색이 실패. 옵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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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의 활약상은 다양한 통계 수치에서도 확인됐다. 스포츠통계업체인 ‘옵타’에 따르면 황인범은 이번 대회 공격 참여도에서 프랑스 에이스인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23회)에 이어 15회로 공동 2위에 올랐다. 공격 참여도는 세트피스를 뺀 오픈 플레이 슈팅 관여를 따지는 통계 지표다.
그는 슈팅 3개와 기회 창출 3번을 제외한 슈팅에 관여한 빌드업에서 9개(공동 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슈팅에 상관없이 패스 흐름에 참여한 빌드업 횟수는 115회로 스페인 수비수 3명(로드리 141회·아이메리크 라포르테 129회·조르디 알바 126회)에 이은 4위다. 왜 그가 벤투호의 빌드업 축구에 가장 잘 어울리는 황태자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황인범의 눈부신 활약에 유럽 빅리그의 스카우트들도 눈을 빛내고 있다. 그는 3년 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에서도 뛰어난 활약으로 독일 분데스리가 베르더 브레멘의 영입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친정팀 대전 시티즌(현 하나시티즌)을 배려해 캐나다 밴쿠버 화이트캡스로 이적했던 그는 루빈 카잔(러시아)과 올림피아코스(그리스)에서 쌓은 경험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황인범이 오는 12월 3일 0시 포르투갈과 최종전에서도 지금의 활약상을 펼친다면 이번 대회는 그의 빅리그 쇼케이스가 될 전망이다. 한국 축구가 극적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황인범은 “선배들이 러시아 월드컵 독일과 최종전에서 기적을 만들었던 것을 우리도 기억하고 있다”고 다짐했다.
도하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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