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 알리려 열어
아이들 몇달 전부터 훈련
32개국 유니폼 입고 경기
시리아 반군 거점지역인 북서부 이들리브에서 아이들이 축구팀을 꾸려 카타르 월드컵 일정대로 경기를 치른다.
주최 측은 오랜 내전으로 피폐해진 이 지역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이 같은 행사를 연다고 설명했다.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하는 32개국 유니폼을 입은 아이들 300여명이 19일(현지시간) 이들리브 시립 경기장에서 열린 ‘피란민 월드컵’ 개회식에 참석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카타르와 에콰도르 팀으로 출전한 아이들은 실제 월드컵 일정처럼 개막전을 치렀다. 경기는 카타르 월드컵 토너먼트 기간 내내 치러지며 결승은 이들리브시의 피란민 캠프에서 열린다.
32개 팀 중 25개 팀은 이들리브주와 주변 지역 실향민 캠프 출신 아이들로, 나머지 7개 팀은 해당 지역 공장에서 일하는 아이들로 구성됐다. 경기에 출전하는 아이들 나이는 10~14세까지로 한정했다. 아이들은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몇달 전부터 훈련해왔다.
피란민 월드컵을 조직한 비정부기구(NGO) ‘바이올렛’은 이 지역 아이들의 스포츠 참여를 장려하는 한편 실향민 아이들과 치명적인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노동자 아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행사를 조직했다고 밝혔다.
2011년부터 시작된 시리아 내전으로 최소 50만명이 숨지고 수백만명이 피란길에 오른 것으로 추산된다. 반군이 대부분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이들리브주에는 약 300만명이 살고 있으며 이들 중 절반은 피란민이다. 시리아 정부군과 지원 세력인 러시아군은 각지에서 투항한 반군들을 이들리브 지역으로 몰아넣은 뒤 오랜 기간 봉쇄로 고사시키는 전략을 펼쳐 비난받기도 했다. 현재는 알카에다의 옛 시리아 지부 조직에서 시작해 세력을 키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장악하고 있으며, 인근 알레포·하마·라타키아주와 함께 반군 거점지역으로 꼽힌다.
이들리브 지역으로 피란 온 실향민들의 피폐한 삶은 반군 장악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지난 9월8일 이들리브주 하프사르자 마을과 채석장을 공습해 민간인 최소 7명이 숨졌다. 지난 6일에도 정부군 로켓 공격으로 최소 9명이 숨지고 77명이 다쳤다. SOHR은 사망자 중에는 튀르키예 당국에서 추방된 난민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지난달 보고서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6개월에 걸쳐 시리아 난민 수백명을 강제 송환했다.
바이올렛의 활동가 이브라힘 사르미니는 “전 세계가 피란민들에게 관심을 돌려 하루빨리 피란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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