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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산길과 강변길의 '변주' 소양강 둘레길

연합뉴스 현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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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산길과 강변길의 '변주' 소양강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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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을 품 안 가득히 느끼며 걷는 길
둘레길에서 감상할 수 있는 소양강 바위언덕.[사진/조보희 기자]

둘레길에서 감상할 수 있는 소양강 바위언덕.[사진/조보희 기자]



(인제=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소양강을 모르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동양 최대의 다목적 댐인 소양강 댐의 존재에다 널리 애창되는 국민가요 '소양강 처녀' 덕분이리라. 하지만 자동차를 타고 국도를 달리면서 바라볼 뿐 소양강을 제대로 느끼며 강변을 걸을 기회는 흔치 않다. 편안하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도보여행 길이 소양강변에 많이 조성돼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 소양강 발원지, 인제

소양강을 가슴 가득 품어보고 싶다면 강원도 인제에 있는 소양강 둘레길을 걷는 게 방법일 수 있다. 소양강을 바라보며 산길, 숲길, 강변 길을 번갈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을을 지나기도 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건너기도 한다.

소양강은 인제군 서화면 북쪽 무산(巫山 1,320m)에서 발원한다. 무산에서 발원한 소양강 지류인 인북천은 설악산의 차디찬 계곡물과 만나고, 인제 합강정에서 오대산 청정수인 내린천과 합류한다.

두물머리 합강정에서 두 천은 큰 강을 이루어 소양강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인제에서 시작해 강원 중부를 남서류한 뒤 춘천 북쪽에서 북한강에 합류하는 소양강의 유로 연장은 156㎞에 이른다. 소양강 댐은 춘천 북동쪽에 건설돼 있다.

소양강 둘레길은 등산만큼 힘들지는 않지만, 평지를 걷는 것처럼 걷기가 쉽지도 않다. 오르막 내리막이 여러 번 반복된다. 때때로 가파른 오르막길은 긴 여정에 변화를 주는 활력소가 될망정, 걷기를 즐기는 '뚜벅이'들을 힘들게 만들 정도는 아니다. 등산에 익숙지 않은 젊은이나 무릎 노화가 시작된 노년층이 산행 기분을 내며 즐길 만한 길이다.


소양강 둘레길은 강변 길과 산길의 '변주'라고 할 수 있다. [사진/조보희 기자]

소양강 둘레길은 강변 길과 산길의 '변주'라고 할 수 있다. [사진/조보희 기자]



◇ 오지로 이어지는 오솔길

소양강 둘레길은 합강정에서 멀지 않다. 인제 읍내와 살구미 마을을 잇는 살구미 다리와 인제38대교 사이에 소양강을 따라 3개 코스로 조성돼 있다.

1코스는 다시 내린길과 하늘길로 나뉜다. 내린길은 살구미 공원에서 시작해 살구미마을∼춘향골∼성황당∼전망대∼보트장을 거쳐 소류정에서 끝난다. 거리는 6.5㎞, 걸리는 시간은 2시간 30분가량이다.


하늘길은 내린길과 같은 지점에서 시작했다가 전망대에서 아들바위 쪽으로 갈라져 칠공주터∼쉼터를 거쳐 소류정에서 끝난다.

하늘길은 약 8.5㎞로, 3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해발 600m 산을 넘어간다. 하늘길 코스는 산길, 내린길 코스는 강변길이라 할 만하다.

2코스는 북위 38도 지점에 세워진 인제38대교에서 시작해 소류정에서 끝나는데 강변을 주로 걷는다. 3코스는 살구미 공원에서 시작해 용바위쉼터, 바람골, 병풍폭포바위 등을 지나는데 강변 데크 길을 걸을 때가 많다.


이 코스들 중 풍광이 멋지고 소양강의 참모습을 잘 볼 수 있다고 평판이 나 있는 1코스 내린길을 걸었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며칠 연이어 내린 뒤여서 물은 한껏 불어나 만수위에 가까웠다.

그런 만큼 강은 더 수려하고, 유장해 보였다. 춘향골에는 굵직한 금강송들이 하늘을 향해 가지를 쭉쭉 뻗었고, 성황당에는 늙은 적송이 오랜 세월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코스 중간에 길손들이 쌓아 올린 돌탑이 있었다. 옛사람들은 길을 갈 때도 그냥 가는 법이 없이 발길에 차이는 돌 하나라도 주워 후미진 곳을 메워 놓곤 했다. 길옆에 놓고 간 돌들이 쌓여 돌탑이 되기도 하는데 돌탑은 액운을 물리치고 행운을 부른다고 한다.

1코스 중간에 있는 돌탑.[사진/조보희 기자]

1코스 중간에 있는 돌탑.[사진/조보희 기자]



소양강 둘레길은 오래전 인근 마을 사람들이 장을 보러 다니던 옛길을 토대로 조성됐다. 그런 옛길 중 하나인 고봉골 길이 성황당에서 시작해 박달고치 방향으로 나 있었다. 둘레길은 옛길과 마찬가지로 오솔길이었고, 곳곳에서 오지로 연결되고 있었다.

탐방한 날은 단풍 절정기를 보름가량 앞둔 때였다. 낙엽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아 숲은 울창했다. 무성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짙푸른 소양강은 청정하고 고요했다.

낙엽이 지면 둘레길은 더 호젓해지고 소양강의 존재감은 더 살아난다고 길을 안내한 정종원 문화관광해설사와 이형규 숲길등산지도사가 귀띔했다. 둘레길에 단풍이 들면 설악산 못지않은 절경이 연출된다고 한다.

소양강 둘레길 이정표. 글씨는 고(故) 신영복 선생이 썼다.[사진/조보희 기자]

소양강 둘레길 이정표. 글씨는 고(故) 신영복 선생이 썼다.[사진/조보희 기자]



◇ 정다운 한글 글씨

소양강 둘레길은 인제군이 10여 년 전 지역 명소를 만들기 위해 야심 차게 조성했다. 인제군에서 열리던 시민 강좌인 더불어숲학교의 교장을 지냈던 고(故) 신영복 선생이 길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둘레길 로고로 쓸 수 있게 '소양강 둘레길'이라는 글씨를 써주었다고 한다.

둘레길 중간에는 소리꾼 장사익이 쓴 '봄꽃'이라는 글씨도 나무에 걸려 있었다. 근처에 사는 지인을 위해 쓴 것이라고 한다.

신영복 선생과 더불어숲학교 관련 활동을 했던 이 지인의 집에는 '더불어숲학교' 대신 '더불어술학교'라는 작은 현판이 걸려 있었다. 한 그루의 나무들이 더불어 숲을 이루자고 강조했던 고인에 대한 그리움 섞인 해학이 느껴졌다.

둘레길을 걸으면서 볼 수 있는 38대교.[사진/조보희 기자]

둘레길을 걸으면서 볼 수 있는 38대교.[사진/조보희 기자]



◇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작나무 숲

남한 최고의 명산으로 꼽히는 설악산 국립공원은 전체 면적 373㎢의 약 60%인 226㎢가 인제에 걸쳐 있다. 소양강 댐이 만들어낸 소양호 69.5㎢ 중 15%인 10.5㎢가 인제에 속한다.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한 만큼 인제에는 가보고 싶은 곳이 한둘 아니다.

인제, 양양, 속초의 경계에 위치한 대청봉, 높이 88m의 대승폭포, 기암괴석과 맑은 급류가 비경을 연출하는 내린천, 남한 유일의 고원 습원지인 대암산 용늪…. 이들 명승지와 어깨를 겨루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곳이 원대리 자작나무 숲이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사진/조보희 기자]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사진/조보희 기자]



자작나무 숲은 소양강 둘레길에서 멀지 않다. 두 곳을 연계해 방문하는 탐방객이 적지 않다고 정종원 해설사와 이형규 등산지도사는 입을 모았다. 두 곳 모두 걷기 난도가 그리 높지 않아 두 곳을 이어 탐방할 만하다는 것이다.

6㏊에 이르는 자작나무 숲에는 20∼30년생 자작나무 41만여 그루가 밀집해 있다. 자작나무는 여느 나무와 달리 수피가 은빛이다. 하늘을 향해 20∼30m까지 치솟은 하얀 자작나무들은 탐방객을 환상의 세계로 이끌 듯 신비롭고 아름답다.

지난해 초여름 이 숲을 방문했었다. 성하를 앞둔 숲의 싱그러움이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가을의 자작나무 숲은 젊음의 뒤안길에 선 현자처럼 차분해 보였다. 높다란 가지 끝에서 바람 따라 일렁이는 잎들이 노랗게 변하기 시작한 자작나무 숲은 기도하는 가을을 떠올린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2년 11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k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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