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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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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오만+프로모터 욕심=대회취소, 기만당한 KBO와 선수·팬[SS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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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메이저리그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가 29일(한국시간) MLB 월드투어를 전격 취소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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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3주 가까이 몸을 만들던 선수들은 뭐가 되나.”

말 그대로 패닉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기만당한 기분을 숨기지 못했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의 일방적인 대회 취소 결정으로 2022 MLB 월드투어 일정이 전면 취소됐다. 취소 결정까지 채 48시간도 걸리지 않은, 말그대로 전격 취소다.

MLB는 29일(한국시간) ‘프로모터와 계약 관련한 몇가지 이슈를 해결하지 못해 취소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새벽부터 MLB 사무국 내에서 취소 방침을 굳혔고, MLB 선수노조와 마케팅자회사 등과 논의해 결정을 내렸다. KBO 측에 해당 사실을 전달한 것은 새벽 5시께. 현지시간으로 금요일 오후 4시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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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사무국 직원들이 월드투어 코리아시리즈 개최에 적합한지 실사하기 위해 부산 사직구장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제공 | 제이원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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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취소 사유는 크게 두 가지다. MLB 존 스몰 인터내셔널 수석 부사장이 밝힌 대로 “현실적인 측면에서 볼 때 한국 팬이 누려야 할 높은 수준의 경기를 마련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높은 수준의 경기는 최고의 선수로 팀을 꾸리는 것이다. KBO는 이미 최고의 선수로 엔트리를 구성한 상태다. 심지어 한국시리즈를 치러야 하는 SSG와 키움 소속 선수도 월드투어 출전 선수 명단에 포함됐다. KBO로서는 최선의 노력을 한 셈이다.

MLB가 선수 구성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이미 여러차례 알려진 사실이다. 올시즌 후 은퇴한 앨버트 푸홀스마저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 투수 쪽은 MLB 마니아 사이에서도 논란이 될만큼 애매한 선수들로 꾸렸다. MLB 최고 수준의 투수를 상대하는 것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수준을 미리 점검하는 것을 유일한 기대로 생각한 KBO도 실망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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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청에서 19일 열린 MLB 월드투어 코리아시리즈 개최 공식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대회 프로모터 이항준 대표, MLB코리아 송선재 지사장, MLB 짐 스몰 부사장, KBO 허구연 총재, 박형준 부산시장, 동원개발 장창익 전무. 부산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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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구성에 난항을 겪으니, 프로모터 측도 프로모션 비용을 지급하는 게 마뜩잖았다. 손배가 불보듯 뻔한데,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MLB측도 파행 가능성을 인정해 최초 협의한 금액의 25%수준으로 낮췄지만, 협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MLB측은 계약상 귀책사유가 발생했으니 재고할 명분이 생겼고, 대회 취소라는 초강수를 뒀다. MLB측의 안일함과 프로모터 측의 경험부족이 최악의 시너지효과를 낸 셈이다. 프로모터를 선택한 쪽도 MLB이니, 귀책 비중을 굳이 따지자면 MLB 사무국 측이 더 무거운 책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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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대호가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KBO리그 LG와의 최종전 경기를 앞두고 은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직=김민규 기자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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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 KBO와 KBO리거들, 한국 팬에 대한 예의는 찾아볼 수 없다. MLB가 철저한 비지니스 관계로 업무를 처리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한미 프로기구 커미셔너 간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은 외교적으로도 대단히 무례한 처사다. 심지어 KBO는 처음부터 난항을 예견해 대회 개최에 부정적인 스탠스였다. MLB측의 적극적인 공세에 마지못해 승낙했지만,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MLB측은 납득할 만한 설명은 생략한채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뻔뻔한 입장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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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한국 팬에게 인사하려던 김하성의 꿈도 사라졌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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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정규시즌 종료 후 3주가량 대회 출전을 위해 휴가도 반납한채 훈련에 매진한 포스트시즌 탈락팀 선수들의 땀은 값을 매길 수 없다. 가볍게 약속을 파기하는 기구와 지속적인 협력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MLB라면 다 될 것으로 착각한 사무국의 오만과 대회 개최 전문가 한 명 없이 MLB 사무국의 입만 쳐다보던 프로모터의 욕심이 일으킨 일종의 사기극에 한국 야구가 놀아났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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