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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월)

"아빠 살리도~"에 응답한 딸의 위닝샷…'당구부녀' 김병호·김보미, PBA 새 스토리 썼다[SS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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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당구 PBA ‘당구부녀’ 김보미 김병호(왼쪽부터). 제공 | 프로당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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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춘천=김용일기자] “보미에게 ‘아빠 좀 살리도(‘살려줘’의 경상도 사투리)’라고 했다(김병호)”
“아빠를 살리려고 열심히 친 건 아니었는데….(김보미)”

‘당구 부녀’ 김병호(49·하나카드) 김보미(25·NH농협카드)가 프로당구 PBA팀리그에 새로운 스토리를 썼다. 서로 다른 팀에서 뛰고 있으나 딸의 위닝샷이 아버지를 챔피언 자리에 올려놨다.

김병호가 리더를 맡은 ‘신생팀’ 하나카드는 2일 강원도 춘천시에 있는 엘리시안 강촌에서 끝난 ‘웰컴저축은행 PBA팀리그 2022~2023’ 3라운드 최종일 경기에서 블루원리조트에 세트스코어 2-4로 지고도 전기리그 우승(12승9패)을 확정했다. 자력 우승까지 매직 넘버 ‘1’을 마크했던 하나카드는 전날 ‘최하위’ 휴온스에 져 대회 최종일에 재도전했다. 그러나 세트스코어 2-1로 앞서고도 4~6세트를 내리 패했다.

하나카드는 다른 팀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앞서 TS샴푸·푸라닭도 12승(9패)을 채우면서 하나카드와 어깨를 나란히 했는데, 웰컴저축은행(웰뱅)과 크라운해태도 각각 한 경기를 남겨두고 11승9패를 기록 중이었다. 두 팀이 승전고를 울리면 4개 팀이 나란히 12승9패 ‘승률 타이’가 됐다. 팀리그는 승률이 같으면 승자승 원칙으로 순위를 가린다. 그런데 웰뱅이 12승을 달성하면 승자승 싸움에서 1위(하나카드에 2승1패 등)로 역전 우승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반대로 웰뱅이 패하면 하나카드가 어느 팀에도 승자승에서 앞서 전기리그 패권을 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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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는 본지를 통해 “웰뱅 경기를 앞두고 우리 팀이 우승하기를 기도했다. 공교롭게도 (딸인) 보미가 최근 잘하고 있었는데, 농담 반 진담 반 ‘아빠 좀 살리도’라고 했다”고 웃었다.

거짓말처럼 김보미는 ‘아버지의 구세주’처럼 날아올랐다. 그는 2세트 여자 복식에서 8-8로 맞선 9이닝 절묘한 옆돌리기를 비롯해 연속 3점을 해내며 11-8 승리를 이끌었다. 이어 세트스코어 3-2로 앞선 가운데 열린 6세트 여자 단식에서도 오수정을 상대로 6이닝에 9-2 완승하며 경기를 끝냈다. 홀로 2승을 책임진 그가 ‘사대 천왕’ 프레드릭 쿠드롱이 2승으로 활약한 웰뱅의 우승을 저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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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리그 우승 하나카드. 제공 | 프로당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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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는 경기 직후 “아빠가 하나카드 선수들과 (우승 확정한 뒤) 경기장에 들어와 ‘김보미 최고!’라고 하더라. 좋긴 한데 민망했다. 팀 승리를 이끈 것 같은데 다른 팀 우승을 이끈 것도 같아서…”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병호는 “웰뱅 측에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도 보미에게 고마운 건 고마운 것”이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단순히 당구 스승이자 동반자인 아버지의 상황이 맹활약의 동력은 아니다. PBA 원년멤버인 김보미는 매시즌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 시즌 팀리그에서 전반기 25승(14패)을 챙긴 그는 남녀 통틀어 전체 다승 공동 2위에 매겨졌다. 승률은 2020~2021시즌 46.9%(15승17패), 2021~2022시즌 57.6%(19승14패)에 이어 올 시즌 현재 64.1%를 기록 중이다.

“올 시즌 여자 복식이 생겨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하며 감을 끌어올렸다”고 밝힌 김보미는 “팀리그에 참가해 톱클래스 남자 선수와 동료로 지내면서 많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중 “과거 파워풀한 스트로크를 했다. 다만 컨트롤을 해야할 때 부족했는데, 남자 선수에게 도움을 받아 강약을 조절하게 됐다. 점차 나만의 힘을 찾으면서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지더라”고 강조했다.

이런 발전상은 개인 투어 성적으로도 이어진다. 김보미는 지난 시즌 LPBA 7차 투어와 월드 챔피언십에서 연달아 4강(3위)에 올랐다. 올 시즌에도 직전 열린 3차 투어(TS샴푸·푸라닭 챔피언십)에서 4강을 달성했다. “한동안 개인전 4강에서 더 올라가지 못해 좌절했다”고 입을 연 그는 “이젠 꾸준히 4강에 오르는 것을 발전한 부분으로 여긴다. 지금처럼 즐기면서 열심히 치면 언젠간 결승에 오르고 우승하지 않을까”라며 더 나은 미래를 그렸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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