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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가 도움 1위 이강인 패싱' 벤투의 마이웨이, 카타르서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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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룬과의 평가전에서 벤치만 지킨 이강인. 아쉬운 표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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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이강인!”

지난 27일 한국 축구대표팀과 카메룬의 평가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후반 막판, 5만9389명이 들어찬 관중석에서 이강인(21·마요르카) 이름이 터져 나왔다. 몸만 풀다가 벤치로 돌아간 이강인이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팬들의 항의성 외침이었다. 2019년 유벤투스 방한 경기 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벤치만 지키자, 속 터진 한국팬들이 라이벌인 “메시! 메시!”를 연호하던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한국 감독은 끝내 이강인을 기용하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 “다른 옵션을 선택했을 뿐, 전술적인 선택이다”고 말했다. 팬들의 이강인 연호에 대해 “귀가 2개여서 안 들릴 수 없었다. 팬들이 이강인에 좋은 감정을 가져 이름을 불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1년 6개월 만에 이강인을 다시 뽑았다. 그러나 23일 코스타리카전에 이어 2경기에서 단 1분도 기용하지 않았다. 올 시즌 스페인 라리가 어시스트 공동 1위(3개) 이강인을 또 ‘패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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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카메룬과 평가전에서 벤치만 지킨 축구대표팀 이강인(가운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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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매체 풋볼 데스데 마요르카는 “이강인은 고난을 겪었다. 2차례 평가전에서 단 1분도 뛰지 못했다. 월드컵 출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명백한 신호로 보인다. 슬로바키아의 마르틴 발리옌트도 같은 일을 겪었는데,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같은날 독일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득점 없이 비긴 일본축구대표팀과 대조적이었다. 일본은 지난 23일 미국과의 평가전(2-0승)과 비교해 선발 11명 전원을 교체해 실험했다.

반면 벤투 감독은 카메룬전 후반에 권창훈(김천)과 나상호(서울) 등 기존에 중용했던 선수들을 투입하는 이른바 ‘복붙(복사 후 붙여넣기) 교체’를 했다. 전반과 비교해 후반에 경기력과 공격력이 떨어졌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벤투 감독은 특별한 변화를 원치 않는 듯 하다. 교체도 기존 멤버들 위주로 했다”며 “이강인이 전혀 기회를 받지 못한 건 다소 아쉽다. 물론 선수 기용과 전술 선택은 감독의 권한이지만, 이강인은 기존 선수들과는 틀림없이 다른 유형이자 절박한 순간에 의외성을 추가할 수 있는 선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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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수 김민재(왼쪽)에게 작전지시하는 벤투(오른쪽)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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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청한 K리그 한 감독은 “만약 내가 대표팀 감독이었다면 짧은 시간이라도 이강인을 기용해봤을 것 같다. 최소한 후반 37분 황의조(올림피아코스)가 다쳐서 나갔을 때 손흥민을 올리고, 마지막 카드로 이강인을 세컨 스트라이커로 기용할 만했다. 그런데 정우영(알 사드)도 있는데 수비형 미드필더 백승호(전북)를 추가 투입했다. 솔직히 플랜B는 물론 시간이 갈수록 플랜A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K리그 감독도 “기존 선수들은 지난 4년 동안 확인했지 않나. 이들이 부상 등으로 빠졌을 경우를 가정해 새 얼굴을 실험해도 나쁘지 않았을 거다. 나였다면 오랫동안 못 본 강인이를 2경기 다 썼을 수도 있다. 양현준(20·강원)도 한번 써봤을 거다. 훈련과 실전은 다른데, 기용해보고 도저히 내 축구철학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 안 쓰면 되는 거다”며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만약 이강인을 월드컵 최종엔트리 26명에 뽑는다면 나중에 어떻게 활용할지 계산하기 쉽지 않다. 비슷한 이유로 거의 매 경기 풀타임을 뛰는 손흥민을 빼고도 실험해봤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말했다.

반면 한 축구인은 “이강인을 안 쓸 수 있다고 본다. 지난 4년간 팀 전술을 짜 놓은 게 있다. 굳이 기용하지 않은 이유를 추측해 본다면, 훈련 때 전술 이행이 만족스럽지 않았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며 “벤투 감독은 대부분 경기를 실전처럼 했고 실험한 적이 거의 없다. 카메룬전도 월드컵 경기라고 생각하고 교체 카드를 쓴 것으로 보인다. 실험이 중요하지 않는 시기라면 (이강인을 기용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을 잘 아는 지인도 “유럽파까지 소집한 최종 평가전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조직력을 맞추는 게 맞지 않나. 코스타리카전은 지고 있다가 비겼고, 카메룬전도 2-0, 3-0으로 스코어가 벌어진 경기가 아니라서 이강인을 기용하기 쉽지 않았을 수 있다”며 “벤투 감독은 원래 주변에서 어떤 얘기를 하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무던한 스타일이다. 한국 언론 기사도 거의 읽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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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룬전 후 이강인을 안아주며 위로하는 주장 손흥민(오른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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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손흥민(30·토트넘)은 카메룬전 후 이강인 관련 질문에 소신발언을 했다. 손흥민은 “제가 어떤 말로 위로를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확실한 것 같다. (이)강인이가 정말 좋은 선수고 리그에서 잘하고 있지만, 강인이 만을 위한 팀은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축구팬 분들도 강인이를 보고 싶었겠지만, (벤투) 감독님도 생각과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강인이만 경기를 안 뛴 게 아니며, (못 뛴) K리그에서 잘하는 선수들도 얼마나 실망스러웠겠나. 모든 집중이 너무 강인이한테만 가면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해봤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강인은 “축구선수로서 뛰고 싶은 마음이 커 아쉽지만, 제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다시 소속팀에 돌아가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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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한국 감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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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일까, 소신일까. 벤투는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이던 2011년 히카르두 카르발류(당시 레알 마드리드)와 조세 보싱와(당시 첼시)의 정신 상태를 지적하며 빼버렸다. 벤투 감독은 둘 없이도 유로2012에서 4강에 올랐다. 반면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벤투의 ‘마이웨이’가 두 달 뒤 카타르월드컵에서 통할까.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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