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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신고선수 신화의 주인공 이지영, 그가 언드래프티에 전한 메시지 “포기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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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우는 하루가 있다. 10년 가까이 프로 입단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청춘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날, 바로 드래프트다. KBO리그에 입성하기 위해선 엄청난 경쟁을 뚫어야 한다. 올해 역시 1165명의 참가자 중 단 110명만이 웃었다.

키움 히어로즈의 ‘안방마님’ 이지영(36)도 2008 KBO 신인 드래프트에선 웃지 못했다. 경성대 시절 대학 최고의 포수로 꼽혔지만 프로 지명은 없었다. 언드래프티였다. 이후 삼성 라이온즈의 신고선수로 간신히 입단, 지금까지 프로 유니폼을 입으며 1184경기를 치른 베테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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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지영은 신고선수 출신이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프로 문을 두드린 그는 결국 1000경기가 넘는 출전 기록을 가진 주전 포수가 됐다. 사진=김재현 기자


그런 이지영을 ‘롤 모델’로 삼는 신인이 등장했다. 2023 KBO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로 지명된 원주고 포수 겸 투수 김건희(18)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명 후 소감에서 “이지영 선배를 좋아한다. 나이가 많으신데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좋다”며 당돌한 메시지까지 전했다(이후 경험을 나이로 잘못 말했다고 정정했다).

이지영은 “키움에 뽑힌 신인 포수이니까 나를 롤 모델이라고 한 게 아닐까. 누구라도 나를 롤 모델로 삼지는 않을 듯하다”며 “이 팀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 그래도 기분은 좋다. 다만 팀에 오면 나한테 죽을 것 같다. 한참 더 할 수 있는데 나이 이야기를 하더라”고 말하며 웃음 지었다.

이지영의 프로 인생은 빛나고 있지만 사실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는 쉽지 않은 길이 이어졌다. 특히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않았던 그 날만큼은 평생 잊을 수 없었다. 그는 “그때를 떠올리면 참 마음이 아프다. 맨 처음에 SK 와이번스에서 테스트를 봤다. 연락이 없더라. 그러다 삼성에서 테스트 없이 연습생으로 들어오라고 해서 가게 됐다. 사실 신인 드래프트에서 떨어진 후에는 감독님께 말씀드리고 일주일 동안 푹 쉬었다. 대회가 남아 있었지만 그 마음으로는 운동을 할 수가 없었다. 쉬고 온 뒤에 삼성에서 제의가 왔고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삼성에 입단한 후 정말 자세하게 계획을 세웠다. 군입대까지 계획을 세웠을 정도였다. 지금 되돌아보면 계획대로 잘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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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지영은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않은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더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지금은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된 이지영이지만 그 역시 자신만의 롤 모델이 있었을 것이다. 그는 삼성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진갑용 현 KIA 수석코치, 그리고 세리자와 유지 전 삼성 배터리 코치를 떠올렸다.

이지영은 “내게 롤 모델은 당연히 (진)갑용 선배다. 그때 최고의 포수였고 또 그런 타이틀을 가진 선수의 옆에서 보고 배운 게 참 많다. 세리자와 코치님께도 정말 많이 배웠다. 특히 수비적인 부분을 많이 키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지영은 드래프트 관련 대화를 나누다 지명되지 않은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가 이 대화를 통해 말하고자 한 핵심이자 따뜻한 한마디였다.

이지영은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선수들보다 지명되지 않은 선수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 나도 처음에는 세상이 무너지고 야구를 왜 했나 싶었다. 그래도 그때의 허무함을 이겨내면 좋은 기회가 온다. 드래프트 이후 본인에게 주어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열심히 해서 성공한 선수들이 있다. 드래프트가 끝이 아니다. 포기하지 않고 더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리고 “여태까지 내가 왜 야구를 했는지 생각할 것이다. 누구나 다 그랬다. 나도 그랬지만 막상 쉬니 할 수 있는 게 야구밖에 없더라. 지금은 힘들 수 있고 모든 신고선수가 겪은 일이다.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지만 잘 추스르고 마음을 다 잡은 뒤 다시 시작했으면 한다”며 진심 어린 조언을 전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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